노무현 청와대 홍보수석 지낸 조기숙..."文대통령 부동산 인식 정확한지 점검해야"
요즘 전세 씨 말랐다...나도 집 보지도 않고 계약금부터 보내...살다살다 이런 계약 처음
19년만에 일산 집 팔고 서울 집 사려니 엄청난 진입 장벽 생겼더라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알고 싶어 부동산 공부 시작...진보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다 뻥
文대통령, 최측근에 '우리도 일본처럼 집값 폭락하니 집 사지마라'고 했다
참모로부터 과거 잘못된 신화 학습해 큰 일 나겠다 싶었다
文정부 부동산정책 실패 원인은 바로 '전문성 부족'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역임한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일본처럼 한국 집값이 폭락한다는 말을 문재인 대통령이 믿고 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해 파장이 일고 있다.

조 전 수석은 2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슬기로운 전세생활’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전세 구하느라 애먹는 사례들을 소개하며 지금같은 전세대란은 잘못된 부동산 정책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전세가 없으니 심지어는 물건을 보지도 않고 계약을 한다”며 “전화해보면 인터넷에 나온 것보다 3천만원을 높게 달라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전세값이 올라간다는 방증이다”라고 현재 실수요자들이 겪고 있는 전세대란을 설명했다.

매일 올라가는 전세금에 자신도 어쩔 수 없이 매물을 보지도 않고 계약했다면서 “살다살다 이런 계약은 처음”이라고 한 조 전 수석은 88올림픽 이후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이래 이사다녔던 일화들을 소개했다.

특히 조 전 수석은 “일산에 들어갈 때만 해도 서울이나 일산이나 가격 차이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10여년 만에 서울에 들어오려니 엄청난 진입 장벽이 생겼다”며 “19년 만에 일산집을 샀을 때와 비슷한 가격으로 팔았다. 그 때부터 부동산을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공부를 해보니) 일본처럼 우리도 곧 집값이 폭락한다던 진보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다 뻥이었음을 알게 됐다”면서 문 대통령이 국내 좌파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서울수도권 집값이 일본처럼 폭락한다는 설을 믿고 있어 걱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해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와 부동산에 대해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며 “문 대통령이 최측근 인사에게 ‘일본처럼 우리도 집값이 곧 폭락할테니 집을 사지 말고 기다리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참모로부터 잘못된 과거 일화들을 학습해 큰일이라는 생각에 자신의 저서 중 부동산 정책 관련 부분을 소개해줬는데 ‘분양가 상한제’만 받아들여 부작용을 키웠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제가 이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이 전문성 부족에 있다고 믿는 이유”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참여정부 때 경험이 있으니 현 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 투기 같은 건 발을 붙이지 못할 거라고 믿었던 저의 어리석음을 탓해야지 누굴 원망하겠느냐”라며 자책하는 한편 문재인 정부 고위직 인사들이 다주택자인 사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이하는 조기숙 전 수석이 올린 글 全文

<슬기로운 전세생활>

1.
요즘 전세가 씨가 말랐지요. 30평대 이상의 빌라, 아파트, 주택 가리지 않고 찾아도 이사할 곳이 없더라구요. 그나마 물건이 있는 곳은 전화하면 벌써 계약이 되었다는 답변이 돌아왔어요. 전세가 없으니 심지어는 물건을 보지도 않고 계약을 한대요. 그렇다고 30평의 경우는 월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연히 전세 물건이 여유있는 지역을 발견했어요. 알고 보니 방금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 단지라 그나마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 같았는데 전화해보면 인터넷에 나온 것보다 3천만원을 높게 달래요. 하루가 다르게 전세값이 올라간다는 방증입니다.

<전세 물건은 새 입주 아파트에 많아요>

2.
인터넷에서 입주아파트 검색을 해봤어요. 우리나라엔 참 친절한 네티즌들이 많아요. 매 월마다 입주가 시작되는 지역과 아파트 리스트가 좌악 뜹니다.ㅋ 대부분 입주는 경기도와 서울 변두리 지역이었지만 현재 사는 곳과 직장에서 멀지않은 단지가 딱 하나 있었어요. 아직 입주가 시작되지 않아 물건을 볼 수도 없는데 전화해봤더니 여기도 매일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거에요. 그래서 저도 보지도 않고 그 날로 계약금을 보냈어요. 살다살다 이런 계약은 처음이에요.

생각해보니 우리가 입주아파트로 진입한 게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보니 시어머니가 집을 팔고 다른 집을 계약했는데 올림픽 직후 집값이 폭등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올라갔대요. 집 매도자가 계약을 해지해달라고 사정사정해서 위약금도 안받고 해지해줬대요. 그런데 물건이 없으니 사지 못하고 결국 20평대 빌라 한 채를 사셨더라구요. 1억 얼마에 판 송파의 시댁집은 4억이 되었구요.

<우리의 우선 순위는 돈 보다 인간성>

3.
사실 그 집의 소유권 일부는 우리에게 있었어요. 우리는 유학 중에 둘 다 미국 대학의 장학금을 받았고, 남편은 국비장학금을 받았기에 이중 수혜를 했어요. 당시 연 천만원씩 나오는 국비장학금은 수입이 없던 시댁으로 보냈고 시부모님은 그걸로 생활비도 하고 남는 건 집대출금을 갚았거든요. 그런데 우리와 상의도 없이 시어머님이 홈리스가 되신 거에요.ㅎㅎ

저는 어머니를 단 한 번도 원망한 적이 없어요. 왜냐하면 그 상황에서 저도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해줬을 것 같아요. 착한 우리 남편을 보면 시어머님 마음이 이해가 갔기에 잘 하셨다고 했어요. 남에게 모질게 하느니 우리가 손해보고 사는 게 편하다고요. 우리가 건강하고 이렇게 둘 다 학위를 받았으니 집은 곧 장만하면 된다고요. 그래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우리의 전세 생활이 시작되었어요.

<입주 아파트엔 친구들이 모여 살수도 있어 좋아요>

4.
유학에서 돌아온 동료들도 모두 우리처럼 전세 생활을 했어요. 그래서 한 겨울에 입주 아파트가 생기면 서로 연락을 해서 미국서 친하게 지내던 세 집이 한 동네에 사는 행운도 누려봤어요. 다행히 시아버님이 살아계실 때 부천신도시에 아파트가 당첨된 게 있어서 우리가 그걸 상속했고 대출을 받아 4년만에 우리집을 장만했어요. 그 때만 해도 집 장만하는 게 참 쉬웠죠 잉~~

그 후 신촌으로 직장이 바뀌면서 일산에서 십년 넘게 살았는데 애들이 다 크고 나니까 방도 모자라고 남편 직장과 너무 멀어서 서울로 진입했어요. 우리집은 시어머니와 시누가 사니까 우리는 은평뉴타운 입주 때 서울로 왔어요. 전세 자금에 조금만 대출받으면 집을 장만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집값이 폭락한더던 김광수, 선대인 이런 분들을 신뢰하기도 했지만, 더 중요한 건 1가구 1주택을 넘어가는 부동산 소유는 투기라고 어려서부터 귀가 박히게 친정 아버지로부터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한 번 공직을 했던 제가 1가구 2주택이 되는 건 용납할 수 없었지요.

<청와대의 부동산 정책 반면교사는 일본?>

5.
부부교수가 왜 전세를 사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서 드리는 얘기인데 우리가 일산에 들어갈 때만 해도 서울이나 일산이나 가격 차이가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10여년 만에 서울에 들어오려니 엄청난 진입 장벽이 생긴 거에요. 그후 십여년간 전세집을 떠돌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19년만에 일산집을 샀을 때와 비슷한 가격으로 팔았어요. 그 때부터 부동산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정말 알뜰하게 근검절약하며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살았는데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알고 싶더라구요.

일본처럼 우리도 곧 집값이 폭락한다던 진보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다 뻥이었음을 알게 됐어요. 일본은 쓰러져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잃어버린 10년간 아파트 건설에 올인했어요. 도쿄 인근에 신도시를 어마어마하게 지었지요. 처음엔 신도시에 아파트를 장만해 출퇴근하던 직장인들이 출퇴근 시간이 오래걸리니까 지치기 시작했고 다시 도쿄로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물론 도쿄도 신도시 건설로 인해 일시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겠지요. 하지만 얼마 후에 신도시는 공동화가 되었고 도쿄 집값은 꾸준히 오르기 시작했대요. 중심부는 별로 떨어진 적도 없다고 해요. 일본 신도시의 몰락을, 수도권집중이 높은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것,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요?

<문대통령, 부동산 인식 정확한지 점검 필요>

6.
지난 해 (저는 책이 2018년 나왔는지 알았는데 2019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와 부동산에 대해 대화할 기회가 있었어요. "일본처럼 우리도 집값이 곧 폭락할테니 집을 사지 말고 기다리라"고 문대통령이 말씀하셨대요. 와, 대통령이 참모로부터 과거 잘못된 신화를 학습하셨구나, 큰일 나겠다 싶더라구요. 그 분은 제 이야기를 듣더니 <대통령의 협상>에 쓴 부동산대책에 대한 부분을 따로 달라고 해, 책 나오기 전에 프린트해서 대통령께 전달했대요. 그걸 읽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중에 딱 하나 받아들이셨어요. 분양가 상한제. 제가 제안한 모든 대책이 함께 가야 분양가 상한제가 집값 잡는데 효력을 발휘하지, 이것만 해서는 오히려 공급을 위축시켜 지금 같은 전세대란을 가져오게 되는데 말이죠. 제가 이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 원인이 전문성 부족에 있다고 믿는 이유입니다.

일산집을 2016년에 팔고 부동산 공부까지 하고서도 지난 해에야 집을 장만하게 된 데에는 우여곡절이 있으니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죠. 다만 참여정부 때 경험이 있으니 현 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 투기 같은 건 발을 붙치지 못할 거라고 믿었던 저의 어리석음을 탓해야지 누굴 원망하겠어요. 뿐만 아니라 공직자는 저처럼 일 가구 일주택일줄 알았는데 제겐 신선한? 충격입니다. 참여정부 때 고위공직자 중에는 다주택자가 많았던 기억이 별로 없는데 이 정부 공직자는 다주택자가 많아서 충격을 받았고, 대통령과 국토부장관이 팔라고 해도 팔지않는 강심장에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대통령 지지도가 높으니 운동권 세력도 과거의 보수정당처럼 신이 내린 정당이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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