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해설 (下) [유태선 시민기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해설 (下) [유태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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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다른 사람들을 말로 설득하는데 있어서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의 순서로 중요하다고 하면서 [수사학]에서 연설의 도입부와 마무리 부분을 논할 때 에토스와 파토스의 측면에 집중하고 있다.

연설의 도입부는 청중들이 나에게 호의적인가 아니면 적대적인가에 따라 그 내용과 구성이 달라져야 한다. 청중들이 대체로 나에게 호의적인 경우 유머를 사용하여 분위기를 고조시킨 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면 된다. 반면 적대적인 청중들 앞에서는 연설을 시작함과 동시에 자신에 대한 적대감을 약화시키거나 호감을 갖게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연설을 마무리함에 있어서는 청중들이 나에게 호감을 갖되 상대방에게는 반감을 가지도록 할 것, 나에게 유리한 사실을 확대하고 불리한 사실을 축소할 것, 청중의 감정적 측면에 호소할 것 그리고 내가 본론에서 제시한 증거들을 간략하게 요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청중들이 나에게 호의적인 경우 - 예컨대 고소인 - 연설의 도입부가 아니라 마무리 부분에서 나에 대한 호감과 상대방에 대한 반감을 높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반면 청중들이 나에게 적대적인 경우 - 예컨대 피고인 - 연설의 도입부에서 감성적 접근을 통하여 불리한 선입관을 제거한 후 본론에 들어가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데 에토스와 파토스의 중요성을 인정했다고 해서 로고스를 경시했던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이견에도 불구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스승 플라톤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던 사람이며 그의 저서 [수사학]의 대부분은 로고스의 측면에서 연설문을 논의하는 데 할애되어 있다.

1. 어떤 일을 하라고 권유하거나 하지 말라고 만류하는 심의용 연설

아리스토텔레스는 심의용 연설에 있어서 심의 대상의 유용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인간의 행복, 미덕, 상대적 유용성 등을 언급하면서 정치체제에 따라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국가의 정체에 따라 구체적 사안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민주정의 목표는 자유이고 과두정의 목표는 부이며 귀족정의 목표는 교육, 참주정(독재정)의 목표는 참주(독재자)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각 정체의 도덕적 성격을 이해한 후 그에 맞는 가장 효과적인 설득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심의용 연설에 있어서 예증이 가장 적합한 설득수단인데 이는 사람들이 과거를 통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즉, 미래의 일을 판단하는데 연역적 방법인 생략삼단논법을 사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예증이라는 귀납적 방법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예증에는 화자가 청중들에게 이전에 일어났던 유사한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해 주는 것과 비유 또는 우화를 활용하여 그들을 설득하려고 시도하는 것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증의 사례로 "과거 페르시아 제국이 이집트를 정복한 후에야 그리스 본토를 침공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언급하는 것이 그리스인들이 이집트를 침공하여 페르시아로부터 해방시켜야 하는 논거가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심의용 연설 중 금언을 사용하는 것도 매우 효과적인데 민중들은 우둔해서 누군가 자신의 마음 속 의견을 보편적 진리로 표현해 주면 열광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화자는 금언을 통하여 자신의 주장에 도덕적 성격을 부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정치인이 자식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세상에 자식 기르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없다"고 연설하면서 자신의 교육 관련 법안을 지지해 달라고 한다면 보다 쉽게 그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

2. 누군가를 찬양하거나 비난하는 과시용 연설

아리스토텔레스는 과시용 연설에 있어서 대상 인물들이 찬양 또는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하므로 무엇이 미덕이고 악덕인가 그리고 고매함과 비열함이란 무엇인가를 자세히 논의하고 있다.

미덕은 논란의 여지가 없이 좋은 것인데 남에게 선행을 베풀 수 있는 능력으로 해석한다면 전쟁 시에는 용기가 가장 큰 미덕이고 평화 시에는 올바름이 가장 큰 미덕이다.

한편, 고매함은 그 자체로 바람직하고 칭찬받을 만한 것, 좋기도 하고 즐겁기도 한 것인데 아리스토텔레스는 돈보다 명예,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한 행위, 생전보다는 사후에 누릴 수 있는 행위가 더 고매하다고 하면서 이타심에 기반한 사심 없는 행위를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다.

과시용 연설에 있어서 효과의 강화가 가장 적합한 설득수단이 된다. 청중들은 찬양 또는 비난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행위를 통하여 해당 인물을 평가하므로 화자가 그의 행위를 필요에 따라 과장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특정 인물의 개인적 특성은 화자의 필요에 따라 칭찬하거나 비난하는 데 모두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 누군가를 찬양하는 연설에서 성급한 사람은 '솔직하다'고 낭비벽이 있는 사람은 '후하다'고 둔감한 사람은 '점잖다'고 미화될 수 있다.

특정 인물의 어떤 자질을 찬양이나 비난의 근거로 사용할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경우에는 칭찬과 권유, 비난과 금지의 대상이 동일하다는 점을 이용하면 된다. 즉, 누군가를 칭찬하고 싶을 때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권유할 것인가를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을 때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금지할 것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운수 덕분이 아니라 자력으로 성취한 것에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는 권유의 문장에서 착안하여 "그는 운수가 아니라 자력으로 이 모든 일을 성취해 냈던 것이다"라고 특정 인물을 찬양할 수 있다.

3. 누군가를 고발하거나 변호하는 법정용 연설

아리스토텔레스는 법정 연설은 크게 고소와 변론으로 나누어진다고 규정한 후 기존의 법률, 증인, 계약 등을 어떻게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것인가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1) 만약 성문법 규정이 자신에게 불리하다면 '양심에 따른 재판'은 재판관이 법률 조문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법 원리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주장해야 하고 반대로 성문법 규정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면 '양심에 따른 재판'은 법률에 반하여 재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2) 자신의 진술을 확인해 줄 증인이 없는 경우 재판관은 합리적 추론, 즉 개연성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증인이 있는 경우 개연성은 무책임한 추론에 불과하며 논증만으로 사건의 진상을 충분히 규명할 수 없다고 주장해야 한다.

(3) 계약의 내용이 나에게 유리한 경우 계약의 신성함, 사적 자치의 원칙을 강조해야 하고 계약이 상대방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재판관은 계약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무엇이 더 옳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나아가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의 경우 자신이 상대방에게 속았거나 강압에 의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법정용 연설에서는 생략삼단논법을 통하여 청중들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데 과거사에 대한 의혹은 변증법의 삼단논법과 유사한 논리적 추론을 통하여 원인과 책임을 밝히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생략삼단논법을 사용하여 어떤 논제를 증명하려고 할 때 겉모양만의 실체 없는 생략삼단논법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상대방이 이런 실수를 범할 경우 반드시 논박해야 한다.

가짜 생략삼단논법은 부분과 전체를 구분하지 못 하거나 우발적인 것과 본질적인 것을 혼동하는 등 여러 가지 사례가 있으나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아무런 논리적 연관성이 없는 사실들을 삼단논법의 형식으로 나열하는 것이다.

예컨대 201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한 유권자가 "문재인 후보는 인상도 좋으시고 태도도 젠틀하시고 사법시험도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셨던 분이니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라고 대답했던 것이 가짜 생략삼단논법의 대표적 사례이다.

마지막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연설문의 문체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그의 견해에 의하면 부적절한 합성어, 실감나지 않는 이색적 낱말, 너무 길거나 진부한 형용사구 그리고 상황에 맞지 않은 은유법은 문체를 무미건조하게 만든다. 따라서 적절한 은유의 사용, 대조법의 활용, 생생한 사물의 묘사를 결합하여 재치 있는 표현을 만드는 훈련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연설을 통하여 청중들의 인기를 얻을 수 없다고 조언하고 있다.

유태선 시민기자 (개인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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