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뇌물수수 사건 감찰 배당 관련으로 촉발
“윤석열이 내 지시 절반 잘라먹었다”는 秋법무
검찰, 秋법무와 여권 고려해 일단 침묵 유지
하지만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불만 터져나와
현직 부장검사,실명걸고 秋법무 공개비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연구원 주최로 열린 슬기로운 의원생활 행사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연구원 주최로 열린 슬기로운 의원생활 행사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연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수위 높은 비난을 이어가는 가운데 26일 검찰 내부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이 연 ‘초선의원 혁신 포럼’에 참석해 “(윤 총장이) 며칠 전 제 지시를 어기고 제 지시를 절반 잘라먹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는 검찰청법 8조에 의해 (윤 총장에게) 지시해 대검 감찰부에 감찰하라고 했는데 (총장이)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내려보내고, 대검 인권부가 총괄해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이 ‘한명숙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의 증인을 섰던 수감자들이 당시 수사팀으로부터 위증 교사를 종용받았다며 법무부에 낸 진정과 관련, 법무 장관이 대검에서 사건을 맡으라고 내린 명을 거역하고 윤 총장이 함부로 사건을 중앙지검에 배당했다는 것이다.

추 장관은 아울러 “차라리 장관 지휘를 겸허히 받아들이면 좋게 지나갈 일을, (윤 총장이) 새삼 지휘랍시고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고도 했다. 이어 “제가 (윤 총장에게) ‘내 말을 못 알아 들었으면 재지시를 하겠다’고 했다”며 “검찰청법에는 재지시가 없다. 역대 검찰총장 중 이런 말 안 듣는 검찰총장과 일해본 적이 처음이라 샤워하면서 재지시를 생각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대검 측은 일단 침묵을 지키고 있다. 윤 총장도 언론 보도를 통해 이러한 추 장관의 발언을 접했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대검을 포함한 검찰 내부 사정은 다르다. 한 검사는 “의도적으로 검찰 조직을 낮춰보고 있다”면서도 “여기에 반응하면 싸움에 휩쓸리기 때문에 다들 지켜만 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추 장관 발언에 반응했다가 추 장관과 맥락이 같은 여권 측과의 대립 국면이 악화하는 걸 막기 위해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추 장관이 선을 한참 넘었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한 부장검사는 “대통령이 협력을 당부한 지 사흘 만에 검찰 조직과 윤 총장을 겨냥한 수위 높은 발언을 계속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다른 검사는 “추 장관이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검찰총창에 대한 지휘권’인 검찰청법 8조를 언급했을 때 착오를 했거나, 언론이 법적인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어와 어쩔 수 없이 입장을 낸 것으로 이해했다”면서 “그런데 장관 본인이 역사에 오랫동안 기록될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저런 식으로 얘기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명시하지만, 이는 검찰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조항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해 법무 장관이 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한 적은 단 한 번밖에 없다.

법조계 일부에선 “대검 인권부에서 이 사건을 총괄하게 된 것은 대검과 법무부 실무진이 조율 하에 내린 결정으로 안다”며 “결국 검찰이 한발 물러나 법무 장관 지시를 수용해 내린 조치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시비를 거는 의도가 매우 불순하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6일 추 장관을 향해 “일진(학교 폭력 가해자)이냐. 이분 껌 좀 씹으시네”라고 비판했다. 그는 “옛날에 천정배 법무 장관은 강정구 교수 국가보안법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사안이었다”면서 “그것이 적절했느냐에 대해서는 판단이 엇갈리겠지만, 적어도 ‘장관’으로서 할 만한 개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 이건 뭐냐? 사건을 어느 부서에 배당하느냐, 이런 문제까지 꼬치꼬치 장관이 개입해야 하나”라고 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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