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對北정책 '파탄' 평가 받음에도 볼턴 회고록 구체적 반박은 없이 기존 입장 되풀이・비방만
볼턴, 2018 판문점 美北 회동 당시 "文 포토쇼 끼기 위해 애써"...당시엔 "초대받았다" 거짓말
볼턴은 美北정상회담 제안도 정의용이 했다고 주장하지만...과거 정의용 "北 대화 용의 표명" 거짓말
볼턴, 하노이 결렬 이후 韓美회담서 "文, 3차 美北회담 요구했지만 트럼프 거절"...靑은 당시 "구체적 의견 교환" 거짓말
靑, 北 비핵화 실패하면서도 '대북지원 방안 논의' '평화 분위기 조성' 등 홍보 마케팅만
볼턴, 靑 "사실 왜곡" 주장에 "진실 적은 것" 반박...靑 별도 추가 입장 표명은 없어

2019년 6월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김정은 (연합뉴스)
2019년 6월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김정은 (연합뉴스)

‘볼턴 회고록’ 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얼마나 허약한 토대위에서 이뤄졌는지를 곳곳에서 증언하고 있다. 실제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은 파탄을 맞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회고록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반박 없이 기존에 밝힌 입장을 되풀이하거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비방만 내놨다.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밝혀온 대북정책 내용들과 볼턴 회고록에 담긴 뒷배경은 상당부분 다르다. 청와대는 볼턴 회고록이 공개되고 사흘가량 뒤인 지난 23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명의의 입장문을 발표한다. 정 실장은 “(회고록은)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 “협의내용과 관련한 상황을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을 밝힌 것”이라는 등으로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에 나타난 문 대통령의 ‘비핵화 망상’은 여러 군데다. 청와대는 회고에 나타난 여러 항목들에 대한 ‘반박’을 일부 내놓지만, 볼턴 전 보좌관은 ‘메모광’으로 알려진 만큼 그의 주장은 신뢰성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6월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을 나서 북한 김정은을 만나러 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경호원들에 제지당해 멈춰있는 문재인 대통령(우).(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해 6월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을 나서 북한 김정은을 만나러 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경호원들에 제지당해 멈춰있는 문재인 대통령(우).(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먼저 2018년 판문점 미북 회동 당시다. 볼턴 회고록에는 “문 대통령이 4월 판문점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 전화해 ‘김정은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기로 했다’는 말을 했다”는 내용이 있다. 이후 문 대통령은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판문점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그 직후엔 자신이 참여하는 3자 회담으로 바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집요하게 요구했다고도 볼턴은 전한다. 볼턴은, 그런식으로 문재인은 포토쇼에 끼기 위해 애썼고, 2019년 6월 판문점에서도 똑같은 행동을 했다고 적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회동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의 기자회견에서 “나도 오늘 판문점에 초대받았다”고 거짓말한다. 판문점 미북 회동 직후와 볼턴 회고록 공개 이후 위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며 “문 대통령이 포토쇼에 목숨을 걸었다“는 조롱이 나오기도 했다.

두 번째로는 미북 정상회담의 제안 문제다. 볼턴 전 보좌관은 “미북회담은 한국 정부의 창조물”이라며 “트럼프를 만나고 싶다는 김정은의 초청은 정 실장이 제안했다”고 적었다. 우리 정부가 사실과 다른 말로 미북회담을 성사시켰다는 것이다. 당시 미북회담 담당이던 볼턴은 “나중에 정의용은 김정은에게 트럼프를 초청하라고 처음부터 제안한 사람이 자기라고 거의 인정했다!”라고까지 지적한다. 그런데 정 실장은 2018년 3월 대북 특사로 평양에 다녀온 뒤 “북측은 비핵화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대화를 할 용의를 표명했다”고 했다. 

지난해 4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있었던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볼턴은 “문 대통령이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집요하게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합의가 우선’이라며 여러 번 거절했다”고 주장한다. 이와 반대로 정 실장은 당시 발표문에서 “한미 정상은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방안에 대한 구체적 의견을 교환했다”고 했다. 

볼턴 전 보좌관./AFP=연합뉴스
볼턴 전 보좌관./AFP=연합뉴스

청와대는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직전 2018년 5월 있었던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한 볼턴 회고록 부분에도 “두 정상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했을 때 밝은 미래를 제공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들에 대해 밀도 있게 협의했다”고 밝혔던 바 있다. 한미 양국이 대북지원 방안을 논의했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볼턴 회고록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 취소 가능성을 언급하자 문 대통령이 낙관적으로 대답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회담이 잠정 취소됐던 정황을 문 대통령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이 당시에도 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손을 맞잡으며 ‘평화’를 말하는 사진을 뿌리며 관련 홍보 마케팅에 열을 올릴 뿐이었다.

정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의 “사실 왜곡” 주장에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나 미국의 유권자가 그것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시점에 이런 일들에 관해 진실을 쓰지 않는다면 국민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라 반박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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