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과정 실시간 보도돼...누군가 언론 취재원 역할 자처한 것”
이번 사건 토끼몰이 비유...“못 잡더라도 그 과정서 상처입는다”

/연합뉴스

현직 부장검사가 MBC에서 보도한 ‘검언(檢言) 유착’ 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 과정이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있다. 동료에게 칼을 꽂는 행위를 하지 말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성윤 지검장을 필두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채널A 이모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이 기자는 현직 검사장을 배후에 두고, 신라젠 최대 주주였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유시민 전 장관의 신라젠과 관련된 비리 등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박철완(48·27기) 부산고검 창원지부 검사는 23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최근 채널A 기자가 취재원을 상대로 검찰 수사 여부를 지렛대 삼아 정보 제공을 강요했다는 혐의(강요 미수)와 관련된 보도가 아주 잦다”며 “누구에게 영장이 청구되었다거나 피의자로 전환되었다거나 대검 내부에서 갈등이 있다는 등 수사 과정이 실시간으로 보도되고 있다”고 글을 썼다.

박 검사는 그러면서 “조국 전 법무장관 사건 등을 계기로 수사 과정이 공개되는 것은 철저하게 막는 것으로 공보준칙이 강화됐다. 현 장관은 재판이 개시되기 전까지는 공소장조차 국회에도 보내지 말라고 하신 것 다들 아시잖나”며 “어렵게 얻은 개혁의 결과물을 함부로 무위로 돌리지 마시기 바란다”고 했다.

또한 “동료들 중 누군가 언론의 취재원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수사라는 것은 혐의 유무를 따지는 작업이고, 이 작업은 언론의 도움이 없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자신의 뜻을 달성하기 위해서 동료에게 칼을 꽂는 행위는 검사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사들을 보면 기자들의 권력욕, 출세욕이 느껴진다.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패널들도 마찬가지”라며 “불타는 욕망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사람들을 어떻게 혼내줘야 하는 지가 요즘 내 화두”라고도 했다.

박 검사는 “특히 (이번 사건에) 관련된 고위 검사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고 적었다. 앞서 ‘검언 유착’ 의혹을 받는 현직 검사장은 검찰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을 하자 “기자와 소위 ‘제보자’ 간의 대화에서 언급되는 내용의 발언을 하거나 취재에 관여한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기자와 신라젠 수사팀을 연결시켜주거나 수사에 관여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항변했었다.

끝으로 박 검사는 이번 수사를 둘러싼 상황을 ‘토끼몰이’에 비유하며 “못 잡더라도 그 과정에서 토끼는 상처를 입을 대로 입을 것”이라며 “우리 검사들만이라도 중심 잡음을 통해 이런 미친 흐름의 감속제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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