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연락사무소 폭파 후 핵항공모함・전략 폭격기 등 한반도 인근에 전진배치
"미군 움직임 보며 이미 계획한대로" 관측 나오기도...협상 테이블서 우위 점하기 전략?
文 국방부, 꽁무니 뺀 北 발표에 당초 '환영' 입장 냈다가 "군사합의 준수돼야" 말바꿔

한미연합훈련 참가한 미 핵항모들: 2017년 11월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3척이 12일 동해상의 한국작전구역(KTO)에 모두 진입해 우리 해군 함정과 고강도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미연합훈련 참가한 미 핵항모들: 2017년 11월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3척이 12일 동해상의 한국작전구역(KTO)에 모두 진입해 우리 해군 함정과 고강도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남북관계 악화로 미국이 주요 전략자산을 전개하자 북한이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한다며 앞서 재설치한 확성기 등을 철거하고 나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4일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조성된 최근 정세를 평가하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회의에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을 보류하였다”고 밝혔다. 북한은 해당 보도 이후 이날 오전부터 접경지역 내 재설치했던 대남확성기 10여개에 대한 철거 작업에도 나섰다.

앞서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지난 17일 소위 ‘4대 군사행동’을 예고하며 ▲금강산·개성공업지구에 연대급 부대 전개 ▲비무장지대 민경초소(GP) 진출 ▲접경지역 군사훈련 ▲대남전단 살포 지원 등을 실행하겠다고 선포했다. 비무장지대 일대의 대남방송용 확성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몇몇 전문가들과 언론에서는 “대외 역량에 힘을 쏟을만큼 내부 상황이 녹록치 않다” “우한 코로나로 인해 경제상황이 악화돼 극단적 대결은 피하려고 하는 것이다” “정부 대응에 대한 별도 평가가 있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전략자산 전진배치가 이뤄진 직후 북한이 군사행동 보류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미국 눈치를 봤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한다. 미국은 북한이 확성기를 설치한 날인 지난 22일부터 전략 폭격기와 핵추진 항공모함 등 주요 전략자산을 한반도 인근에 배치해왔다. 미국은 또 북한이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난 17일에도 B-52 폭격기 2대가 동해로 날아와 ‘역내 지형 숙달과 비행임무 수행’ 임무를 표방한 연합훈련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항공모함 3대의 동시 역내 전개는 2017년 11월 북핵 위협 이후 3년여 만이다. 북한이 미군 움직임을 보며 이미 계획한대로 움직였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김여정을 ‘배드캅’으로, 김정은을 ‘굿캅’으로 내세우며 협상 우위를 가지려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날 북한이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하면서 남북간 긴장국면은 일시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 측이 해당 결정을 내린 이유나 배경을 언급하지 않았고, 계획이 취소되거나 기각된 게 아닌 ‘보류’됐다는 점을 들어 아직은 긴장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국방부는 북한 군사행동 보류 결정에 당초 ‘환영’ 입장을 내놨다가 “최근 북한의 여러 행동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9.19 군사합의는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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