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홍성욱 판사 "공소 사실 모두 인정된다"며 대자보 붙인 김 씨에 벌금형 선고
경찰, 대학 측에서 괜찮다는 데도 '건조물 침입' 했다고 주장
우파 전대협 측, 앞서도 경찰 무리한 수사 부당함 호소...진술 중 'VIP보고' 들었다는 주장까지

대학생 단체 '우파 전대협'에서 지난해 11월 전국 대학 등에 붙였던 대자보 중 일부.(사진=우파 전대협 제공)
대학생 단체 '우파 전대협'에서 지난해 11월 전국 대학 등에 붙였던 대자보 중 일부.(사진=우파 전대협 제공)

대학에 문재인 대통령을 풍자한 대자보를 붙인 20대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3단독 홍성욱 판사는 23일 건조물 침입 혐의로 기소된 김모(25)씨에게 “공소 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며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24일 단국대 천안캠퍼스 자연과학대학 건물 내부 등 4곳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인 혐의로 기소됐다. 김 씨는 다른 대학을 졸업한 뒤 시민단체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붙인 대자보는 문재인 정부의 친중(親中) 정책을 한 대학생 단체 ‘우파 전대협’이 풍자해 만든 것으로, 친중 일색의 정부 정책 비판과 홍콩 민주화 운동에 폭력으로 대응하던 중국 유학생들의 행태를 꼬집은 글귀가 담겼다. “제 나의 충견 문재앙이 한・미・일 동맹 파기, 공수처, 연동형비례제를 통과시키고 총선에서 승리한 후 미군을 철수시켜 완벽한 중국의 식민지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마칠 것”이라는 등이다.

단국대 측은 김 씨가 대자보를 붙인 사실을 경찰에 ‘신고’가 아닌 업무 협조 차원에서 알렸다고 한다. 학교에 피해가 없는 데다 표현의 자유를 고려한 조치였다. 그런데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김 씨를 ‘침입범’으로 몰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단국대 측은 “김씨가 우리 의사에 반해 불법으로 침입한 사실이 없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단국대 관계자는 법정에서도 “이 사건이 과연 재판까지 와야 할 문제인지 의문이 든다”며 “처벌을 원하지 않고 피해를 본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날 “건조물 침입죄는 핑계일 뿐 대통령을 비판한 ‘죄’를 끝까지 묻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우파 전대협’ 측은 앞서도 경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해왔다. 전대협은 친중 정책 비판 외에도 여권 인사들의 ‘내로남불’을 꼬집거나 좌경화를 경고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지난해 7월 문 대통령이 친일파 후손이라는 의혹을 담은 전단지를 배포했다가 수사를 받은 김정식 전 전대협 대변인은 지난 2월 경찰 수사를 받은 뒤 “진술 조사 중에 ‘VIP에게 보고가 되었고 ‘북조선의 개’라는 단어가 문제가 되었으며, 이에 처벌을 원한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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