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군사위 예비회의서 결정...‘대적’ 아닌 ‘대남’ 표현 등장

북한은 24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에 군부대 재배치를 비롯해 검토 중이던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은 이날 최전방 지역에 재설치했던 대남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하는 동향이 포착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예비회의에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조성된 최근 정세를 평가하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당 중앙군사위 제7기 제5차 회의에 제기한 대남군사행동계획들을 보류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는 김정은이 주재했고 화상으로 열렸다. 북한이 당 중앙군사위 예비회의를 연 것은 김정은 집권 이래 처음이다.

앞서 북한군 총참모부는 지난 16일 공개보도에서 ‘남북 합의된 비무장화된 지대’의 군부대 진출과 대남전단 살포 협조 문제를 관련 부서들로부터 접수했다며 이에 대한 군사행동계획을 작성해 당 중앙군사위의 승인을 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 날 총참모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 ▲금강산·개성공업지구 군대 전개 ▲비무장지대 민경초소 진출 ▲접경지역 군사훈련 대남전단 살포 지원 등을 구체적으로 예고했다.

이번 예비회의에 따라 북한이 예고했던 대남 강경 군사도발은 일반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들은 또 “당 중앙 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회의에 상정시킬 주요 군사정책 토의안들을 심의했으며 본회의에 제출한 보고, 결정성들과 나라의 전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들을 반영한 여러 문건들을 연구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4일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4차 확대회의에서 표현한 ‘핵전쟁 억제력’ 대신 ‘전쟁 억제력’이라고 표현해 긴장의 수위를 다소 낮춘 점이 눈길을 끈다.

화상으로 열린 이번 회의는 지난달 확대회의에서 승진한 핵미사일 핵심인사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비롯해 일부 위원이 참석했다.

앞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을 거칠게 비난하며 군사조치를 예고했다. 그러나 이번에 김정은이 직접 예비회의를 주재하면서 군사행동을 보류했다. 남매가 ‘배드 캅’과 ‘굿 캅’ 역할을 분담해 맡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보류 결정은 북한주민들이 모두 보는 노동신문 1면에 보도됐다.

한편 정부 소식통은 24일 “북한이 철원군 평화전망대 인근 최전방 일부 지역에서 재설치한 대남 확성기 10여개를 철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지난 21일부터 전방 지역에 대남 확성기 방송 시설을 재설치하기 시작했다.

김원봉 우원대 교수(전 국가정보원 대북정책실장)는 북한이 대남 무력도발이 자충수가 될 것을 우려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대남전단을 보내고 확성기를 설치하는 것이 자충수가 될 것을 우려한 것 같다”며 “우리가 만일 대북전단을 보내고 확성기를 재가동하면 심리전 측면에서 북한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군사도발하는 것은 미국에 반응을 유발하기 때문에 북한체제에 엄청난 위험이 될 것”이라며 “만일 북한이 금강산과 개성공단에 연대병력을 투입하고 일개 대대씩 포병대대를 재진입시키면 앞으로 한국의 대북투자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되기 된다. 이는 어떤 국제 사회도 다시는 북한에 투자할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말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북한에 불리하게 되니까 일단 대남 군사훈련 계획을 보류한 것 같다”고 했다.

한편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북한엔 대북 방송이 특효약”이라며 “우리 군이 대북방송을 재개하는 것에 대해 북한 총정치국은 상당히 골머리를 썩였을 것”이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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