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분열 및 정권 전복, 외국 세력과 결탁해 국가 안전에 위해 가하는 행위 등 처벌
소위 ‘홍콩 보안법’ 등으로 불리고 있는 ‘국가안전유지법’ 도입되면 홍콩의 자치권은 사실상 없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
오는 28일부터 2박3일의 일정으로 다시 열리는 中 전인대 상무위원회 회의서 채택 가능성 높아

중국 정부가 심의중에 있는 홍콩 국가안전유지법(國家安全維持法)의 구체적인 내용이 점차 공개되면서 ‘자유 홍콩’을 지지하는 홍콩 시민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통칭 ‘홍콩 국가보안법’ 내지는 ‘홍콩 보안법’ 등으로 소개된 홍콩 국가안전유지법(이하 ‘홍콩 안전법’)의 도입은 지난달 28일 폐막한 제13기(期)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3차 회의 마지막 날에 찬성 2천878표, 반대 1표, 기권 6표의 압도적인 지지로 결정됐다.

5월 2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왕천(王晨)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왕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홍콩 국가보안법' 초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
지난달 2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왕천(王晨)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왕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홍콩 국가안전유지법(소위 ‘홍콩 보안법’) 초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사진=연합뉴스)

‘홍콩 안전법’의 내용에는 당초부터 중국 본토 국가기관의 홍콩 지부가 설립(支部)돼 중국 본토의 수사 관계자들이 홍콩의 반(反)정부 인사들을 수사하게 될 것 등의 담기게 될 것으로 알려져, 이 법안의 도입은 홍콩의 자유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민주파(民主派) 홍콩 시민들이 대규모 집회를 벌이며 반중(反中) 운동을 재차 전개하는 데에 기폭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전인대 폐막 후인 이달 18일부터 ‘홍콩 안전법’을 심의해 온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20일 폐회 이후로도 계속해 ‘홍콩 안전법’을 심의하기로 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해당 법안을 구성하게 될 구체적 내용이 중국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홍콩 안전법’은 국가 안전에 위해(危害)를 가하는 범죄 행위로 ▲국가 분열과 정권 전복을 획책하는 행위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 결탁해 국가의 안전에 위해를 가(加)하는 행위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가 분열과 정권 전복 행위’는 최근 홍콩에서 전개되고 있는 분리·독립 움직임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며, 특히 ‘외국 세력과 결탁해 국가 안전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는 미국의 시민단체들이 홍콩의 민주화 운동에 관여하고 있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 이 법안에는 홍콩에 중국 본토의 국가기관 지부를 설립한다는 점도 명시됐다. ‘홍콩 안전법’이 최종 성립되면 홍콩에는 ‘국가안전유지공서’(國家安全維持公署)가 설치되며, 이 기관은 홍콩 현지에서 정세 분석과 범죄 사건 처리를 담당하게 된다. ‘국가안전유지공서’와 관련해 특기할 만한 점은 국가의 안전에 위해를 가한 범죄 사건의 재판을 담당할 재판관을 홍콩 행정장관이 지명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중국 정부는 이같은 점을 들어 홍콩의 자치가 철저히 보장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홍콩 안전법’의 법 해석을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갖는 한편 기존의 홍콩 법률이 ‘홍콩 안전법’과 상반될 경우 ‘홍콩 안전법’을 우선 적용하게 했다는 점, 홍콩 행정부의 수반(首班)인 홍콩 행정장관이 실질적으로 중국 중앙정부의 통제 아래에 놓여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지난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중국 정부가 약속한 ‘1국가2체제’ 원칙은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지배적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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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민주파 시위대가 중국 정부에 저항한다는 뜻의 글귀가 담긴 깃발을 손에 들고 있는 모습.(사진=로이터)

홍콩 입법회(立法會, 우리나라의 ‘국회’에 상당)의 민주파 의원들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홍콩 안전법’이 홍콩의 사법독립 정신에 반할 뿐 아니라 ‘1국가2체제’ 원칙도 완전히 배제한 법률이라며 표면적으로는 ‘국가의 안전을 수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실질적으로는 홍콩 시민들의 인권을 빼앗으려는 목적 아래 중국 정부가 그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의 노동조합과 민주파 시민단체들이 20일 ‘홍콩 안전법’에 반대하는 파업 및 등교 거부 등의 실시 여부를 두고 투표를 실시하기도 했지만 홍콩 정부가 이들의 단체 행동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나선 데다가 투표수가 목표에 도달하지 않아 이들의 계획이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한편, 중국의 관영 매체인 신화통신(新華通信)의 21일 보도에 따르면 이달 28일부터 30일까지 2박3일 간의 일정으로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다시 열릴 예정으로 전해졌다.

이에 ‘홍콩 안전법’이 이달 중 채택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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