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태도 실망" 지난 3월5일 공개 항의-반박에 이은 재반박
"정당명 의석순 또는 무작위 나열해야" "고객사 의뢰면 왜곡조사 되나"
미국 갤럽에 "한국갤럽, '갤럽' 평판과 신뢰로 이득·무임승차" 공문

박성중 자유한국당 홍보본부장이 13일 국회에서 자당의 한국갤럽 편파 여론조사 의혹 제기에 대한 한국갤럽 측 답변 관련 '재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박성중 의원실)
박성중 자유한국당 홍보본부장이 13일 국회에서 자당의 한국갤럽 편파 여론조사 의혹 제기에 대한 한국갤럽 측 답변 관련 '재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박성중 의원실)

자유한국당이 여론조사업체인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편파성 문제를 제기하고 한국갤럽 측이 반론을 제기한 지 1주일여 지난 13일 "'아무것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식의 조사윤리 강령에 어긋나는 엉터리 해명만을 하고 있다"며 재차 논박에 나섰다. 

특히 '선거예측 실패, 설문의 오류, 편파적 조사설계 등 문제에 대해 미국 본사에 항의 공문을 전달하겠다'는 당 입장에 대해 한국갤럽이 "미국 갤럽과 무관하다"고 반박하자, 한국당은 "이름에서 주는 막연한 신뢰에 무임승차해 왔었음을 인정하고 국민들께 사과하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박성중 한국당 홍보본부장은 이날 이런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국회 기자회견에도 나섰다. 언론 발표 후에는 미국 갤럽에 자신의 명의로 항의 공문(영문)을 발송했다.

한국당 홍보본부는 "지난 5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작과 관련해 정당지지도 가나다 순 로테이션의 문제, 선거예측 실패사례, 유도성 정책설문, 편파적 정치현안 설문 등 구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사실에 근거해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바 있다"며 "한국조사연구학회에서 제정한 '조사윤리강령'이 있음에도 한국갤럽이 보인 태도는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한국갤럽 측 답변에 대해 ▲정당지지도 정당명 로테이션이 '아무 문제 없다'? ▲'최종예측치가 아니'라서 예측실패는 괜찮다? ▲'조사기관이 의뢰'하면 유도성 정책 질문도 괜찮다? ▲편파질문에 대해 '완벽할 순 없다'? ▲미국갤럽 항의에 대해 '사실관계를 알고 지적하라'? 5가지 부문으로 나눠 재반박에 나섰다.

우선 국내 여론조사업체 중 한국갤럽만 유독 지난 2016년 하반기 무렵부터 '가나다순' 정당명 로테이션을 고집한다고 한국당이 지적한 데 대해, 한국갤럽은 "질문지 표기 순서일뿐이고 실제 조사과정에서 CATI 시스템으로 모든 정당명을 자동 순환(로테이션) 제시하므로 질문지 표기 순서가 결과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없다"며 "정당지지도 질문은 공직선거법 선거여론조사 6조3항의 기준에 따랐다"고 해명했었다.

한국당은 이에 "한국갤럽 방식대로라면 80명은 '바른미래당' 다음에 '자유한국당'을 듣게 된다. 정당이라는 것은 엄연히 '의석수'가 기준 되는 것이 마땅하다"며 "가나다 순으로(만) 측정할 경우 국회의원 의석에 반영된 현실정당 지지여론을 왜곡하는 편향된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에 대다수 여론조사기관들은 의석 수 또는 (완전한) 무작위 랜덤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해 5·9 대선을 앞두고 한국갤럽이 자유한국당 당명 개정 전 명칭이자 1석 정당인 '새누리당'까지 포함해 가나다 순으로 나열했던 설문을 거론하며 "질문 순서가 이렇게 되니 대선이라는 첨예한 상황 속에서 범보수의 여론은 설문순서로 인해 분산돼 한국당 지지도는 하락했고, 낮아진 정당지지도는 보수층 여론결집이 안 되고 있다는 '객관적' 증거로 활용, 인용돼 당시 보수결집에 심각한 장애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선거 등 예측실패에 관해 한국갤럽은 "2010년 당시 지방선거는 (이후 유무선 혼합 RDD 방식과 다른) 유선전화 전화번호부를 사용해 사전 조사를 했던 마지막 조사였다"며 예측 실패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2000~2008년 총선 조사는 선거 직전 조사결과가 아니고 최종예측치도 아니'라는 취지의 해명을 냈다. 타사와의 공표결과 차이에는 "갤럽의 조사원 인터뷰와 타사 ARS 방식 간의 차이"라며 "공표금지 직전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한국갤럽은 조사원인터뷰 방식의 평균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당은 "2000년 16대 총선 사례는 모 방송사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출구조사' 결과를 인용한 것"이고 "2004년 17대 총선 비례대표 예측실패도 '선거가 있는 달'인 4월에 보도된 내용을 바탕으로 했으며 2008년 18대 총선 비례대표 예측실패는 선거 1주일 전에 보도된 내용"이라고 논박하며 "한국갤럽의 거짓 작태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유도성 정책질문 문제에 관해 한국갤럽이 내놓은 답변은 "한국당이 지적했던 (박근혜 정부 당시) 원격의료 및 ODA 여론조사는 갤럽 자체조사가 아니라 고객사가 의뢰한 조사"라면서 "현안 질문 특성상 부득이하게 쟁점이나 맥락에 대한 설명이 추가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당은 "고객사가 의뢰하면 아무런 도덕적 책임없이 여론을 왜곡하는 잘못된 조사를 실행해도 된다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며 책임회피에 급급한 대응"이라고 질타하며 "앞으로도 언론에 공개되지 않는 여론조사는 고객사 입맛 따라 왜곡된 조사를 하겠다는 것으로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맞받았다.

특정 정파의 명분론만을 강조하거나 사안의 실체를 은폐하는 편파적 정치현안 설문에 관해 한국갤럽은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어떠한 질문도 완벽할 수 없어 판단에 맡긴다"고 아예 논박을 포기하는 답변을 내놓았다고 한다.

한국당은 "편파성 지적에 '완벽할 수 없다'고 해명하는 건 편파성 조사설계를 인정하는 것으로 최고의 중립성과 객관성이 지켜져야하는 여론조사기관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여론 왜곡을 반복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태도"라고 규정했다.

마지막으로 제기된 것은 한국갤럽의 미국갤럽에 대한 '신뢰 무임승차' 의혹이다.

한국갤럽은 한국당의 '미국 본사 항의' 입장에 "미국갤럽은 한국갤럽과 무관한 회사입니다. 한국갤럽은 1974년 故 박무익 회장이 설립한 독립 조사회사이며, 1979년 Gallup International Association(GIA, 갤럽 인터내셔널)에 가입했고 정식으로 한국 내 '갤럽' 명칭 독점 사용권을 소유하고 있습니다"라고 반응한 바 있다.

또한 GIA는 '여론조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 갤럽 박사가 1947년 조직한 것이며, 이보다 앞서 갤럽 박사가 1935년 세웠던 'American Institute of Public Opinion'이 미국 갤럽의 시초이지만 GIA가 조직된 후인 1958년에야 'Gallup Organization'이란 사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Gallup Organization은 갤럽 박사 사후에 매각된 뒤 1993년 GIA를 탈퇴한 상황이다. 

한국당은 "많은 국민들과 기업은 물론 언론사, 정당, 후보자들은 '갤럽'의 사회적 인지도를 믿어 조사를 의뢰했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 국가정책 등을 결정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해 왔다"며 "한국갤럽은 미국갤럽과 전혀 상관없음에도 외국의 유명한 여론조사 회사인 '갤럽'이라는 이름에서 주는 막연한 신뢰에 무임승차해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를 인정하고 국민들께 사과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당은 한국갤럽이 저조한 정확도에도 불구하고 이름에서 오는 부당한 혜택을 바로잡고, 국민들에게 사실을 정확히 알리고자 했다. 그 일환으로 미국갤럽 본사에 한국갤럽의 실태에 대해 항의공문을 보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 홍보본부장은 이날 미국 갤럽에 발송한 공문을 통해 "한국갤럽과 비즈니스 운영 측면에서 미국 갤럽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한국갤럽은 '갤럽'이라는 이름으로 평판과 신뢰를 활용함으로써 이점을 취했고 무임 승차를 했다. 이러한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갤럽의 국제적 평판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우려된다"며, 앞서 문제를 제기한 여론조사 방식과 명칭 사용에 관해 "한국갤럽이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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