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볼튼 회고록 사실 아냐”, 볼튼 "미북 비핵화 외교는 한국의 창조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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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회고록 출간을 앞둔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강력히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튼 보좌관이 미북관계를 후퇴시켰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회고록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미치광이(wacko) 존 볼튼이 국가 망신을 시켰다”며 “그가 너무나 멍청하게도 북한을 위해 ‘리비아식 모델’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을 때 모든 일이 망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와 매우 잘 지내고 있었던 김정은은 그의 미사일처럼 분통을 터뜨렸고 그럴 만도 하다”며 “그는(김정은) 볼튼을 옆에 두고 싶어하지 않았다. 볼튼의 멍청한 모든 주장이 북한과 우리를 형편없이 후퇴시켰으며 지금까지도 그렇다”고 했다. 이어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냐고 물어봤다. 그는 답이 없었고 그저 사과했다. 그게 초기였다. 그때 해임했어야 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또다른 트위터를 통해 볼튼 전 보좌관의 책 발간 자체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형편없는 평점을 받고 있는 볼튼의 책은 거짓말과 만들어진 이야기의 모음”이라며 “이 모든 것이 나를 나쁘게 보이도록 의도됐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했다고 한 어리석은 말들 가운데 많은 것들이 (내가) 한 적이 없는 순전한 허구에 불과하다”며 “그를 해고한 것에 복수를 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18일 저녁 ‘나도 그 방에 있었다(I was in the room, too)’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볼튼 전 보좌관의 책 내용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나는 그 책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발췌본을 보았다”며 “존 볼튼이 많은 거짓말과 완전히 조작된 반쪽짜리 진실들 그리고 완전한 거짓말을 퍼트리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볼튼의 마지막 공직자로서의 역할이 국민들의 신성한 신뢰를 저버림으로써 미국에 해를 준 반역자라는 것이 슬프고 위험하다”고 했다.

볼튼 전 보좌관은 23일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를 출간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이 책에 대해 국가 기밀 누설법을 위반했다며 출판 금지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ABC 방송은 등은 볼튼 전 보좌관의 회고록 발췌본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이들 언론에 따르면 볼튼 전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북 비핵화 외교는 한국의 창조물이며 미국의 전략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낚였다(hooked)’고 비판했다.

CNN에 따르면 볼튼은 미북 간 전체 외교를 스페인의 춤인 ‘판당고(fandango)’에 비유하면서 “한국의 창조물”이라고 했다. 김정은이나 미국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에 더 많이 관련된 것이라는 평가였다.

볼튼이 2018년 6월 미북 1차 정상회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정상회담을 갖는 데 필사적이었다며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낚았다’고 표현했다고 CNN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나 합의를 원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목표를 밑도는 위험지대에 있다는 것에 조바심을 느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볼튼에게 있어 김정을을 싱가포르에서 만나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어리석은 실수’였다. 또한 김정은을 백악관에 초대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은 ‘엄청난 규모의 잠재적 재앙’이었다.

볼튼은 “우리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의 사령관인 김정은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자유로운 회담을 제공함으로써 그를 정당화하고 있었다”며 “나는 김정은을 만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의에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또한 볼튼 보좌관은 이 책에서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 도중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인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은 ‘거짓말쟁이’라는 쪽찌를 써 자신에게 건넸다고 주장했다. 또한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외교 성공률은 ‘제로’라고 말했다고 했다.

볼튼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그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행사 정도로만 생각하며 싱가포르 회담 개최 결정은 어리석은 실수였다고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 이익과 국가적 이익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볼튼 보좌관은 18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또한 그는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열린 김정은과의 회동도 사진 찍기에 방점을 뒀다며 그 같은 회동이 미국의 협상 위치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관심이 거의 없거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미북 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이 단독회담을 한 것은 북한의 요청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적대국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재선 승리에 큰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을 쉽게 이용하려 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볼튼 전 보좌관은 2018년 4월부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내다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격 해임됐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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