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G20 회의서 시진핑에 미국산 농산물 수입 요청
대신 ‘인권유린’ 신장위구르 수용소 건설에 찬성
“브리핑은 시간낭비...참모들 이간질하기 바빠”
폼페이오조차 뒤에서 대통령 뒷담화...대북정책 무시
“놀랍도록 무식하다...국익보다 자기이익 최우선”

볼턴 전 보좌관./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자신의 재선 지원을 부탁하는 대신, 시 주석이 벌이는 신장위구르 지역에 대한 인권유린에 눈을 감았다는 폭로가 제기됐다. 곧 출판을 앞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저서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을 통해서다. 볼턴 전 보좌관은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1년 반 동안 백악관에 근무하며 겪은 각종 일화를 500페이지 분량에 걸쳐 적어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은 17일(현지 시각) 오는 23일 출간 예정인 존 볼턴 보좌관의 신간 발췌록을 게재하며 “존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결정은 한결같이 국익보다 자신의 재선과 가족의 행복을 우선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WSJ는 “볼턴은 백악관에서 사법 방해는 생활 방식이었다고 묘사하고, 트럼프가 좋아하는 독재자에게 호의를 베풀었다고 비난했다”면서 “그는 트럼프를 놀랍도록 무식하다고 묘사했다”고도 보도했다.

<작년 G20 회의서 시진핑에 미국산 농산물 수입 요청>

WSJ가 소개한 발췌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과 만난 뒤 “미국에서 농산물을 수입해 자신의 재선 승리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농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중국의 콩과 밀 구매 확대가 선거 결과에서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면서 “대신 시 주석이 신장위구르 지역 이슬람교도를 수용하기 위한 수용소를 건설하는 계획에 대해 옹호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옳은 일’이라며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신장위구르 인권유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을 위해 물밑에선 인권유린에 동조한다는 내용이어서 거센 파장이 예상된다.

볼턴 전 보좌관./AFP=연합뉴스

<"브리핑은 시간낭비...참모들 이간질하기 바빠">

또한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 직전까지 끌고 갔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해 “대통령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의 음모론에 기반을 둔 환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나를 무너뜨리려고 했다. 빌어먹을 그들을 돕는 데 관심 없다’고 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를 풀어주도록 대통령을 설득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도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지원을 대가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을 수사하라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압박했다는 의혹이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정보 브리핑은 시간낭비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트럼프는 보고를 듣기보다는 시간 대부분을 말하는 데 쓰고, 참모들을 이간질하길 좋아했다는 것이다. 한 번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 당시 니키 헤일리 유엔대사에 대해 외설적인 발언을 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에게 알렸다고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잘 다루는 것 같았다고도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ABC뉴스에서 “푸틴은 아주 영리하고, 터프하다. 그는 위험하지 않은 적과 마주했다는 걸 아는 거 같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AFP=연합뉴스

<폼페이오조차 뒤에서는 대통령 뒷담화...대북정책 무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조차 뒤에서는 그를 조롱했다고도 전했다. 2018년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당시 폼페이오 장관이 볼턴 전 보좌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뒷담화를 했다는 것이다. 발췌록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과 회담하던 도중 볼턴에게 몰래 쪽지를 건넸는데 거기에는 “그는 거짓말쟁이(full of shit)”라고 적혀 있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한 달 뒤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무시하며 “성공 확률 제로”라고 단언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6일 “볼턴의 회고록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할 기밀 정보를 다루고 있다”면서 출판을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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