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 부부, 손영미 소장에게 길 할머니 통장 내역 요구
손영미 소장 경기도 파주 자택서 숨진 채 발견
길원옥 할머니 월 350만원 보조금 통장, 누군가 전액 빼내
황씨 부부 “2000만원, 400만원, 500만원 전부 나갔다”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에 5천만원을 기부했지만, 정의연의 기부자 내역에서 길원옥 할머니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길원옥 할머니 가족은 숨진 피해자 마포 쉼터 소장 손영미씨가 할머니의 돈을 다른 은행에 돌리는 등 돈세탁을 했고, 그 뒷배는 윤미향일 것이라고 주장한다./사진=연합뉴스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의 돈을 숨진 피해자 마포 쉼터 소장 손영미씨가 유용했다는 의혹과 관련, 검찰은 길 할머니 아들 부부를 소환조사했다./사진=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이 16일 오후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 할머니 아들 부부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것으로 17일 밝혀졌다. 앞서 지난 6일 변사체로 발견된 정의연 마포 쉼터 소장 손영미(60)씨가 생전에 길 할머니의 돈을 빼돌리는 등 돈세탁을 했다는 의혹이 이들 부부에 의해 제기됐다.

길 할머니의 양아들인 황선희 목사와 부인 조모씨는 16일 오후 7시부터 밤 11시30분까지 서부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다. 황씨 부부는 검찰에 길 할머니의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경위를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숨진 손씨가 길 할머니의 돈을 유용한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이들 부부를 소환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밤 11시 30분쯤 검찰 조사를 마친 황씨 부부는 검찰 관계자의 보호를 받으며 직원 전용 주차장을 통해 청사를 빠져나갔다.

이들 부부는 지난 1일 손씨를 만나 이 문제에 대한 해명을 손씨에게 요구하고 거래 내역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로부터 사흘 뒤인 3일 다시 손씨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손씨는 6일 밤 자택에서 사망했다.

부인 조씨가 밝힌 자세한 내용은 이렇다. 정의연 사태가 터지고 나서 손씨는 ‘검찰의 압수수색에 불안하다’면서 지난 1일 황씨 부부를 마포 쉼터에서 만나 본인 명의의 통장 2개를 건넸다. 각각 2000만원과 1000만원이 들어 있었다. 손씨는 ‘길 할머니가 사망 후 아들에게 2000만원을, 1000만원은 장례비로 써 달라고 부탁한 돈’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손씨는 황씨와 은행에 가서 두 통장의 합산 3000만원을 황씨 계좌로 넘기고 돌아왔다.

이후 조씨는 손씨와 둘만 있는 자리에서 손씨 명의가 아닌 길 할머니 명의의 통장 내역을 보고 싶다고 요구했다. 이에 손씨가 가져온 길 할머니 명의의 통장 2개는 정부 보조금이 들어오는 농협은행 통장, 다른 하나는 우체국은행 통장이었다. 확인해 보니, 350만원이 매달 입금됐던 통장의 돈은 누군가로부터 전액 빠져나갔다. 조씨는 “돈이 2000만원도 나가고 400만원도 나가고 500만원도 나갔다”면서 “진짜 위안부 할머니를 앵벌이시켰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황씨 부부는 지난 2017년 길 할머니가 2017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활 안정 지원자로 결정돼, 국민 모금으로 조성된 1억원을 국가로부터 받은 사실도 전혀 몰랐다고 한다. 길 할머니는 이 중 5000만원을 2017년 정의연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의연의 그해 결산 서류 기부자 내역에 길 할머니의 이름은 없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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