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무성 '공문을 조작한 게 맞다' 인정 반나절만에 사과
‘모리토모 학원에 특혜를 준 적 없다’는 식으로 공문 위조
아베·아소 연달아 사과했지만 둘다 '내 밑에서 한 일' 선 그어
아베 내각 지지율 급락하며 입지 흔들...차기총리로 이시바 부상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12일 "행정부 수장(首長)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일본 재무성이 아베 총리 부부가 연루된 ‘사학 스캔들’을 덮기 위해 공문서 14건을 조작했다고 인정한 지 반나절 만이었다. 일본 언론은 "전례 없는 사태"라면서 "아베 정권에 엄청난 타격"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에 지지율도 급락하며 아베 내각의 입지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재무성은 이날 '공문을 조작한 게 맞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보고서를 일본 국회에 제출했다. 작년 2월 사학 스캔들이 불거진 뒤, 재무성 관리들이 관련 공문 14건에서 아베 총리 부부가 관련된 기록 310곳을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는 내용이었다.

재무성은 '본건의 특수성' '특례적인 내용' 등 특혜임을 시사하는 부분을 의도적으로 뺐으며 아베 총리의 부인 아베 아키에 씨와 전직 장관을 포함한 정치인들의 이름을 삭제했다는 사실을 공표헀다. ‘모리토모 학원에 특혜를 준 적 없다’는 주장과 부합하도록 재무성측이 조직적으로 공문을 위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여야를 막론하고 아베 총리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아베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베 총리가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3연임을 달성해 장기집권을 한다는 계획은 불투명해졌으며, 재무성을 이끄는 아베 정권의 2인자인 아소 다로 부총리에 대해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베 총리에 대한 입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새롭게 부상하기도 했다. 13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10~1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45.0%로 지난달 10~11일 조사 때보다 6.0%포인트 하락했으며 차기 총리로 누가 적합한지를 묻는 문항에서 아베 총리를 꼽은 사람은 30.0%로 지난 1월보다 1.7%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이시바 전 간사장에 대한 차기총리 적합도는 지난 1월 조사 때는 20.6%였지만 두달새 8%포인트나 증가한 28.6%를 기록하며 아베 총리와는 1.4%포인트만 차이가 났다.

 

日 아베, '문서조작' 결국 대국민 사과…"깊이 사죄(사진= 연합뉴스)

 

‘사학 스캔들’은 지난 2016년 6월 사립학교 재단인 모리토모 학원이 초등학교 부지로 국유지를 사들이는데 학교 측과 친분이 두터운 아베 총리 부부가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모리토모 학원은 재무성이 보유한 국유지(9492㎡·약 2800평)를 14%에 불과한 1억3400만엔에 사들였다.

아베의 사학 스캔들을 지난해 2월 처음 폭로한 언론은 아사히신문이다. 아사히는 이번엔 재무성이 국회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서 문서를 조작한 의혹이 있다고 후속 보도를 낸 셈이다. 당시 폭로로 아베 총리는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는 등 타격이 막대했다.

모리토모 학원 국유지 헐값 매입에 이어 재무부의 결재 문서 위조 의혹을 보도해 '사학 스캔들'에 다시 불을 붙인 아사히 신문이 13일 '재무부의 문서 위조로 민주주의의 근간이 손상됐다'는 사설을 내놓았다. 공문서를 공무원이 조작한다는 것은 국민들이 행정처리에 대한 신뢰를 져버리는 행위라는 비판이다.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일본 정계는 아베 정권의 반응에 촉각을 세웠다. 정권 1인자인 아베 총리와 2인자인 아소 부총리가 잇달아 대국민 사죄에 나섰지만 직접적인 ‘지시’는 시인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들의 매서운 눈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겠다", "사건 전모를 해명하는 조사를 추진하겠다"면서도 "아소 부총리가 확실히 설명하게 하겠다"고 사건 전모의 발표는 부총리에게 미뤘다. 아소 부총리 또한 “수사에 전면적으로 협조하겠다.”면서도 "재무성 관리들이 한 일"이라고 밝히며 '내 밑에서 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같이 ‘자신은 의혹과 관련이 없다. 문서 조작은 공무원의 비행’이라는 반응에 '꼬리자르기 하지말라'는 비판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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