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도 "국민 인명, 신체에 위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의무 위반"

지난해 3월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부당성과 2017년 3월 10일 당시 집회에 참가했다가 사망한 참가자를 추도하겠다는 '3.10항쟁 순국열사 2주기 추도식'의 모습.
지난해 3월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부당성과 2017년 3월 10일 당시 집회에 참가했다가 사망한 참가자를 추도하겠다는 '3.10항쟁 순국열사 2주기 추도식'의 모습.

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던 날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탄핵 반대집회를 하다 숨진 참가자에 국가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재차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2부(이순형・김정민・김병룡 부장판사)는 16일 당시 집회에서 숨진 김모 씨의 아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국가가 원고에게 31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숨진 김 씨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가 나온 2017년 3월10일 서울 안국역 앞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도로 열린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가 숨졌다. 헌재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한 직후 집회 분위기가 다소 과격해졌고, 이 과정에서 경찰 소음관리차가 흔들려 차 지붕 위의 대형 스피커가 떨어지며 김 씨 등 5명이 사망했다. 경찰 측은 “흥분한 시위대가 경찰 버스를 탈취해 차벽을 들이받았다”고 주장하지만, 현장의 탄기국 관계자들은 “사망 사태는 경찰의 과잉, 폭력 진압에 따른 것”이라며 “경찰 장비에 다친 국민들이 맞았고, 스피커가 떨어져 사망한 국민을 보고도 경찰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반발해왔다.

사건 이후 김 씨의 아들은 국가를 상대로 1억20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앞선 1심 재판부도 이날 판결과 유사하게 “집회·시위를 관리하는 경찰관은 집회를 적절히 통제해 국민의 인명이나 신체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는데도 참가자가 경찰버스를 탈취해 차벽을 들이받도록 내버려 뒀다”고 판단했다. 이날 2심도 같은 판단을 내렸지만, 두 재판부 모두 당시 김 씨가 충돌로 생긴 차벽 틈을 이용해 사고 현장에 도착했고, 본인도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해 국가의 배상책임을 20%로 제한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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