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변 “남북교류협력법, 남북정상 합의로 헌법상 기본권 제한할 수 없어”
“정부의 처사는 반헌법적이고 위헌...반인도범죄 공범 자초하는 것”
휴먼 라이츠 워치(HRW) “문재인 대통령과 행정부가 북한주민들 인권 옹호 의지 전혀 없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

청와대는 11일 “정부는 앞으로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김유근 NSC 사무처장은 상임위원회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남북합의 및 정부의 지속적 단속에도 일부 민간단체들이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을 계속 살포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법 위반일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한 노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통일부도 남북교류협렵법과 4.27 판문점 선언상회담, 9.19 평양공동선언 등 남북정상의 합의 내용 등을 들어 북한에 삐라와 쌀을 보낸 북한인권단체 두 곳을 검찰에 기소하고 이들 법인의 등록 취소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사무처장은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고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남북 간 모든 합의를 계속 준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사회 각계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김태훈 대표는 11일 펜앤드마이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탈북민들이 전단을 북한에 보내는 행위는 내부 정보에 목말라하는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인권운동”이라며 “따라서 이것을 제한하려면 법률에 의해서 해야 하는데 통일부나 정부가 주장하는 ‘남북교류협력법’은 이러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법률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처사는 반헌법적이고 위헌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남북교류협력법에서 ‘반출’은 “매매, 교환, 임대차, 증여, 사용 등을 목적으로 하는 남북 간 물품 이동”으로 규정돼 있는데 반해 정부가 대북전단과 USB, 성경, 쌀 등을 ‘반출 물품’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김 대표는 “남북교류협력법에서 규정하는 반출 거래의 승인 품목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거래대상이 되는 재화를 말한다”며 “탈북민 단체들이 보내는 극히 소량의 쌀, 전단은 사회통념상 거래대상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4.27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과의 합의가 헌법상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없다”며 “이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로써 남북정상의 합의는 헌법적 법률적 효력을 갖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통일부가 검토하고 있는 해양폐기물관리법 등도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법률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대표는 “지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김정은, 김여정을 북한주민들에 대한 반인도 인권침해 범죄행위로 인해 국제형사재판소 법정에 세울 것을 권고했다”며 “이런 사람들의 지시에 따른다는 것은 반인도범죄의 공범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국 6000여 교수들의 모임인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정교모)도 이날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교모는 정부와 여당이 대북전단을 북한에 보낸 북한인권단체들을 고발하고 법인 설립을 취소하며,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것에 대해 “권력 남용이자 입법의 형식을 빌어 헌법의 정신과 법치주의를 유린한 것”이라고 했다.

정교모는 “대북전단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한 통일을 규정한 헌법 제4조, 그리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하겠다던 대통령의 취임 선서가 요구하는 바”라며 “정권의 대북정책을 옹호하기 위해 금지 입법을 하고 결사의 자유를 막는 것은 결국 독재의 시작”이라고 했다.

국제인권단체들과 전문가들도 문재인 정부에 우려를 표했다. 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는 것이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HRW)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11일(현지시간) 통일부가 대북 전단 살포 활동을 벌여 온 탈북민 단체의 설립 허가를 취소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이는 결사의 자유를 노골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국경 안보와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모호한 호소로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행정부가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옹호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한국 정부는 북한의 독재적인 지도부를 달래기 위해 민주주의의의 가치와 권리를 희생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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