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 소장, 돌연 자택으로 향한 배경에 죽음의 동기 존재한다
죽기 전 차에 두고 내린 휴대전화에 핵심 단서 있을지도
윤미향 보좌관의 신고 전화에 소장 변고 암시하는 내용 담겨
쉼터 소장, 길원옥 할머니 5천만원 빼돌려 돈세탁했나?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에 5천만원을 기부했지만, 정의연의 기부자 내역에서 길원옥 할머니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길원옥 할머니 가족은 숨진 피해자 마포 쉼터 소장 손영미씨가 할머니의 돈을 다른 은행에 돌리는 등 돈세탁을 했고, 그 뒷배는 윤미향일 것이라고 주장한다./사진=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 피해자 마포 쉼터 소장 손영미(60)씨의 사인은 스테인리스 샤워기 줄로 목을 맨 질식사였다고 경찰 당국이 발표했다. 처음엔 목(頸部) 졸림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된다고 언급했을 뿐, 어떤 도구를 이용했다고는 현장에 출동한 파주경찰서도 구체적인 사안을 설명하지 않아 자살 혹은 타살 여부를 놓고 무성한 추측을 낳았다. 또한 손씨의 신변 확인을 위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관이 119 측에 최초 신고한 사실도 알려져, 윤 의원이 받는 정의연 후원금 유용 의혹에 숨진 손씨가 어떤 식으로든 관련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부분은 손씨와 함께 피해자 쉼터에서 생활한 길원옥(92) 할머니의 가족이 손씨에게 최근 할머니 돈을 빼돌려 세탁한 게 아니냐고 추궁한 이후 손씨가 사망했다는 사실관계를 제시해 더욱 신빙성을 얻고 있다.

<쉼터 소장, 돌연 자택으로 향한 배경에 죽음의 동기 있을 것>

손씨 주변인에 따르면, 손씨는 최근 자신이 소장으로 재직한 마포 쉼터가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이 되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의연의 회계 부정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손씨가 수사 대상이 아니었으며 수사 과정에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손씨의 죽음과 관련해 그 동기에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손씨가 사망한 6일 시점을 돌이켜보면, 손씨는 오래도록 머물던 마포 쉼터에서 오전 일찍 나와 경기도 파주에 있는 아파트 자택에 오전 10시 35분쯤 도착했다. 손씨의 주민은 손씨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성별조차 알 수 없을 만큼 귀가한 일이 거의 없었음을 주장했다. 이는 손씨가 돌연 귀가한 배경에 죽음의 동기가 착상돼 있음을 시사한다.

<쉼터 소장이 차에 두고 내린 휴대전화에 단서 존재 여부 주목>

공교롭게도 정의연 이사장 출신인 윤 의원 보좌관 안모(여·정대협 간부 출신)씨가 같은 날 손씨를 찾아 경기도 파주로 향했는데, 손씨와는 계속 연락이 되지 않았다. 손씨가 귀가할 당시 차에 본인의 휴대전화를 두고 내렸기 때문이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 휴대전화를 경찰로부터 넘겨받았다. 검찰이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분석 방법을 통해 사망 전 누구와 통화했는지, 어떤 내용의 메시지가 저장돼 있는지 밝혀낸다면, 손씨가 극단적 선택이라는 궁지에 몰리게 된 원인이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 의원 보좌관 안씨가 손씨의 신변 확인을 요청한다며 6일 오후 10시 30분쯤 119 측에 손씨의 변고(變故) 우려를 암시한 게 일종의 단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안씨는 119 측에 손씨의 상태를 묘사하며 “최근에 몸이 안 좋아서 수면제나 이런 것을 복용했다”고 전한 뒤 “지금 굉장히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를 종합하면 손씨는 사망 직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정신적인 부담을 덜기 위해 수면제나 다른 항우울제 약 등을 투약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동안 머물던 쉼터에서 나와 자택으로 이동했고, 귀가 직전에 휴대전화를 두고 내렸다. 이후 자택 화장실에서 음주 상태로 극단적 선택을 기도하는 과정에서 팔과 배에 주저흔을 새긴 끝에, 샤워기 줄로 목을 매달아 숨졌다.

<쉼터 소장, 피해자 할머니 돈 빼돌려 세탁했다?>

그런데 최근 손씨가 쉼터에서 함께 생활한 길원옥(92) 할머니의 계좌에 있던 돈을 다른 계좌로 빼돌리는 등 돈세탁을 했다는 길 할머니 가족의 주장이 제기됐다. 앞서 손씨가 숨진 소식을 전한 한 언론사의 기사 댓글란에는 자신을 길 할머니 손녀라고 주장한 인물이 “저 소장님이 할머니 은행 계좌에서 엄청난 금액을 빼내서 다른 은행 계좌에다가 보내는 등의 돈세탁을 해온 걸 알게 돼서, (소장에게) 그 금액을 쓴 내역을 알려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저런 선택을”이라고 적은 바 있다. 그리고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 댓글을 쓴 인물은 길 할머니의 며느리 조모씨의 딸로 확인됐다. 조씨는 해당 언론사와의 지난 7일과 11일 두 차례 인터뷰에서 “딸이 사실관계를 알고 한 게 맞는다”며 “위안부 피해자에게 국가 돈이 그렇게 많이 나오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손씨가 세탁했다는 길 할머니의 자금은 5000만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길 할머니는 2017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활 안정 지원자로 결정돼, 국민 모금으로 조성된 1억원을 국가로부터 받았다. 그리고 그해 5000만원을 정의연에 기부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정의연이 당시 작성한 결산 서류 기부자 내역에 길 할머니의 이름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정의연 측은 이와 다른 주장을 펼쳤다. 한 익명의 정의연 관계자에 따르면, 길 할머니의 양아들 황모씨가 손씨에게 접근해 돈을 달라고 요구했고, 손씨는 대응 차원에서 증거 자료를 수집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길 할머니가 돈을 주라고 설득해 손씨는 숨지기 전 수천만원을 황씨에게 줬다고 한다.

길 할머니는 지난 11일 오전 8시쯤 양아들 황모씨 부부가 거주하는 인천으로 떠났다. 그동안 손씨와 길 할머니가 생활했던 마포 쉼터에는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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