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자는 윤미향 의원 보좌관 안모(여·정대협 간부 출신)씨
변고 우려로 119 신고해놓고...차분한 목소리로 “아는 분 연락 안된다”
“최근 몸이 안 좋으셔서 수면제나 이런 것 복용하던 분” 상세 묘사
119에 신고한 본인을 ‘저희’라며 복수 표현 사용하기도
소장 변고 소식 들었을 윤미향, 당일 소장과 인연 회고글 게재 후 삭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별세한 2009년 1월 30일 윤미향 당시 정대협 대표가 손영미 평화의 우리집 소장과 함께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 피해자 쉼터 소장이 사망한 당일, 연락이 두절된 소장의 변고(變故) 우려 때문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관이 119구급대에 신고한 내용이 10일 공개됐다. 신고 내역에 따르면, 윤 의원 보좌관은 119 측에 자신을 ‘저희’라는 복수 표현을 쓰고, 숨진 소장이 굉장히 위급한 상태임을 암시하는 발언을 남겼다.

지난 6일 오후 10시 33분 윤 의원 보좌관 안모(여·정대협 간부 출신)씨는 피해자 쉼터 소장 손영미(60)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경기도 파주에 있는 손씨 주거지 근처에서 119에 전화를 걸어 손씨의 신변 확인을 요청했다. 신고는 안씨의 휴대전화로 이뤄졌다.

녹취록에 따르면, 119 측과 연결된 안씨는 비교적 차분한 목소리로 “문의를 드리고자 한다”며 운을 뗀 뒤, “아는 분이 지금 오랫동안, 몇 시간 동안 연락이 안 되는데”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 좀 몸이 안 좋으셔서 수면제나 이런 것도 복용하고 그러시던 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씨는 신고자 본인을 ‘저희’라고 복수 표현한 뒤 “(소장) 집에 찾아왔다. 차도 집 앞에 있는데 그래서 집 안에 있을 거라고 추정이 된다”고 했다. 아울러 “지금 아무리 두드려도 반응이 없고, 지금 굉장히 걱정되는 상황이라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에 근무자가 “신변 확인을 요청하는 것이냐”라고 묻자 안씨는 “네”라고 답했다.

출동에 앞서 119 측은 안씨가 손씨의 지인임을 확인하는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안씨는 119 측에 손씨의 개인 정보인 주민등록번호와 주소지, 연락처 등 알려줬다.

이후 119 측은 추가 파악을 위해 안씨더러 ‘안에서 전화 벨소리가 울리느냐’고 물었다. “안 들린다”는 안씨 대답에 ‘귀를 대도 안 들리느냐’, ‘집 전화는 따로 없느냐’ 고 재차 물었다. ‘문을 계속 두드려 봤느냐’는 119 측 질문에 안씨가 “네, 벨도 계속 누르고 했는데”라고 답하기도 했다.

신고 접수 24분 만인 오후 10시 57분 119 측은 경찰과 함께 손씨의 주거지 출입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화장실에서 숨져 있는 손씨를 발견했다. 손씨의 사인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이며, 사망 직전 음주를 한 상태였고 팔과 배에 주저흔(추정)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보좌관이 손씨에 대해 119에 신고한 지 1~2시간 만에 윤 의원은 공교롭게도 페이스북에 숨진 손씨와의 과거 인연을 재조명하는 회고 글을 올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전류, 그만큼 강한 힘이 또 있을까. 손씨가 세 번째 사표를 내던 날, 저는 그 앞에서 엉엉 목놓아 울면서 붙잡고 싶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는 손씨의 사망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시점이다. 해당 게시글은 이튿날 7일 삭제됐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손씨의 배와 팔에서 주저흔으로 보이는 복수의 자상이 발견된 점을 근거로 손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구두 소견을 냈다. 구체적인 부검 결과는 2~3주 후 나올 전망이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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