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위상 강화, 김씨 일가에 권력 더욱 집중된 상황 보여줘”
북한이 드물게 최고지도자가 아닌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를 앞세워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김여정이 자신의 직함보다 훨씬 폭넓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대규모 군중시위와 (매체의) 성명들은 김여정의 위상과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며 “그가 북한 지도부 내에서 상당한 무게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 해군분석센터 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김여정의 이 같은 위상 강화를 김정은의 의도된 권력 다지기로 평가했다고 VOA는 전했다.
고스 국장은 “김정은이 방어태세를 굳히고 최고지도자를 둘러싼 지도부 역학관계를 재조정하기 시작했다”며 “지도부의 가장 내밀한 곳에서 김 씨 일가에 훨씬 더 큰 통제력을 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 김 연구원도 “김 씨 일가의 권력을 외부에서는 당연시하지만 북한 지도부 내에서 갈등이 있거나 김정은이 미약하게나마 스스로의 권력누수를 느끼거나 다른 가족에 권력을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지금 준비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혈통을 감안할 때 김여정을 유력한 권력승계 후보로 보고 있다고 VOA는 전했다.
수 김 연구원은 “혈통이 다른 고려사항들을 모두 꺽어버린다”며 “김여정이 여성인 점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고스 국장은 김여정이 실제로 권력을 승계할지 여부는 “그의 정치전략, 정권 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권력의 압박점 파악, 지휘와 통제 체제 장악 등의 능력에 달려있다”고 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VOA에 “김여정의 위상 강화는 북한의 왕조정치에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움직임이지만 그가 권력을 승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란코프 교수는 “김여정이 아마도 김정은의 형제자매 중 가장 신뢰를 받고 가장 능력이 있을 것”이라며 “김정은은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이 김영주에게 했듯, 그의 아버지 김정일이 김경희-장성택 부부에게 했듯 똑같이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10년에서 20년, 김정은의 자녀들이 장성할 때까지만 김여정이 강화된 위상을 누릴 것”이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