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불구속재판의 원칙...구속 필요성 소명 부족"
최지성·김종중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
50여 차례 압수수색, 수백번의 소환 조사 등...검찰의 '잡아넣기식 수사' 비판 불가피
삼성측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에 차질 빚어지지 않아 다행"
남아있는 검찰의 기소 가능성...오는 11일 검찰 수사심의원회 예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에 대한 구속영장이 9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께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가 이 부회장 등 3명에게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부정거래,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다"면서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기각 직후 "본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영장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구속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18개월 동안 삼성그룹을 소위 탈탈 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리한 수사를 진행해왔다.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 명에 대한 430여 회 소환 조사 등 재계에선 유례가 없을 정도의 강도 높은 수사가 삼성에 대해 이뤄져왔다는 시각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지시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통해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인 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이 대주주로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확대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 부회장은 관련 의혹에 대해 "보고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시세조종' 등 부정거래 관여 의혹에 "상식 밖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일단 삼성 내부에선 "불구속 상태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돼 천만다행"이라는 입장이다. 아직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삼성측에선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아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평가다.

다만 아직 검찰의 기소 가능성은 남아있다. 삼성은 지난 2일 관련자들의 기소 여부와 신병처리와 관련해 검찰 외부 의견을 묻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상황이다. 이 절차를 통해 불기소 결정이 날 경우, 이 부회장은 합병 사건과 관련해선 자유로워진다. 다만 수사심의위원회 심의 의견은 구속력이 인정되지 않아 검찰이 이를 받아들여야 가능한 얘기다. 수사심의위원회 개최 여부는 오는 11일 결정될 예정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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