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차례 극단적 선택 시도했음을 보여주는 흔적...사인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
검사 3명 부검 참관 의사 알렸지만 현장서 반대...유족과 변호사도 참관인으로 참여
숨진 소장 언론 탓에 죽었다는 윤미향...국회 기자들에 “나 죽는 거 기다리느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모(60)씨가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소식을 듣고 해당 쉼터에서 나오는 7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모습./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의 피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모(60)씨가 지난 6일 극단적 선택을 앞두고 음주 상태로 주저흔(躊躇痕)을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8일 오전 11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손씨 시신을 부검하고 있다. 현장에는 손씨 유족과 변호사가 참관인으로 참여한 상태다. 검찰 측에서도 검사 3명을 보내 부검 참관 의사를 알렸지만, 현장 부검의가 이를 거부하면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손씨 시신을 부검한 결과, 직접적인 사인(死因)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시신에선 음주 흔적과 함께 손목과 복부 등에서 주저흔이 발견됐다. 손씨가 여러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음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경찰은 손씨가 생전에 쓰던 휴대전화 사용기록을 분석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최종 통화자나 메시지 수신 내역 등을 들여다봄으로써 손씨 사망의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정의연에 따르면, 손씨는 지난달 21일 자신이 소장으로 있는 ‘평화의 우리집’을 검찰이 압수수색하면서 심적으로 힘든 상황을 호소했다. 정의연과 이 단체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민주당 의원은 최근 갖가지 회계 부정 및 횡령 의혹을 받으면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검찰은 손씨의 사망 소식에 애도를 보내는 한편, 수사는 흔들림 없이 신속하게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정의연 고발 등 사건과 관련해 고인을 조사한 사실도 없었고, 조사를 위해 출석요구를 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6일 오후 10시 55분쯤 손씨가 연락 두절이라는 지인 신고를 받고 소방당국과 공조해 경기 파주시에 있는 손씨의 아파트에서 화장실에 숨져 있는 손씨를 발견했다. 당시 현장에선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외부인 침입 흔적 등 볌죄 혐의점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0시 57분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혼자 탑승해 귀가하는 손씨의 모습을 확인했다. 이후 경찰과 소방대원이 출입문을 개방하고 들어간 밤 10시 55분까지 손씨 집에 출입한 사람은 확인되지 않았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윤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 503호 앞에 대기 중인 최재진을 향해 “무엇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거냐. 내가 죽는 모습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것이냐”며 적의감을 숨기지 않았다. 앞서 지난 7일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 손씨에 대한 추모사를 올리며 손씨의 사망은 언론 탓이라고 강변한 바 있다. 윤 의원은 “기자들이 쉼터 초인종 소리를 울릴 때마다, 검찰에서 쉼터로 들이닥쳐 압수 수색을 하고, 죄인도 아닌데 죄인 의식을 갖게 하고 쉴 새 없이 전화벨 소리로 괴롭힐 때마다 홀로 그것을 다 감당해내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느냐”고 했다. 윤 의원은 2017년 4월 위안부 피해자 이순덕 할머니가 별세한 당시 손씨의 개인 계좌로 조의금을 걷기도 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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