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SBS 등에 이어 KBS도 언론노조가 지배하는 방송 돼가고 있어
KBS, 앞으로 보도나 시사다큐 등에서 가공할 편향성 보일 것
KBS언론노조 소속 백모 기자의 성폭력, 타락한 집단 내의 성폭력 사건의 교과서를 보여주는 듯

강규형 객원 칼럼니스트
강규형 객원 칼럼니스트

필자가 KBS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특히 정권과 언론노조의 방송장악 과정에서 겪었던 경험은 평생동안 얘기할 거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 한마디로 그곳은 요지경 세상이었다. 법이고 규칙이고 양심이고 다 무시되는 무법지대였고, 정신적 육체적 폭력이 난무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는 치외법권(治外法權) 지대였다. 1년 예산이 대충 1조 6천억원,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무려 1억 원이 넘지만 생산성은 무척 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출세 지향주의, 기회주의가 난무하는 곳이고, 내부의 권력이 존재하는 곳에 우르르 몰려드는 현상이 강한 곳이기도 하다. 이런 것은 MBC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특히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흔히 KBS 내에서 “2노조”라 불리는 집단은 이러한 문제들이 극대화돼 나타나는 집단이었다.

먼저 이 단체의 명칭에 대해 얘기해 보자. “언론노조 KBS본부”라는 명칭은 자신들이 붙인 것으로서 줄여서 “본부노조”라고 부른다. 이것은 MBC도 마찬가지이다. 본부노조라는 약칭은 마치 자신들이 노조의 본부인 것 같은 혼란을 야기한다. 전형적인 좌파의 용어혼란(用語混亂) 전술의 일환인 것이다. 본래 이들은 “언론노조 KBS 지부”임에도 본부노조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통용돼왔다. 필자는 이 글에서 편의상 “KBS 언론노조”라는 표현을 쓰도록 하겠다.

MBC, SBS 등에 이어 이제 KBS도 본격적으로 언론노조가 지배하는 방송이 돼가고 있다. 즉 노영(勞營)체제가 개막하기 직전이다. 필자는 KBS이사가 되고 나서 과거 KBS교향악단의 운영위원으로 있으면서 겪었던 노영체제의 문제점을 여러 번 언급했다. 운영위원 재임 시 그리고 임기 후에도 한국최고의 교향악단이었던 KBS교향악단이 노영체제가 되면서 급속히 망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필자의 2007년 6월 30일 조선일보 칼럼 “KBS교향악단의 위기” 참고). 한국의 No.1 교향악단인 KBS교향악단은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고 당분간 문을 닫는 사태로까지 발전됐다. 한마디로 완전히 망가졌다. 그 사이 2등이었던 서울시향은 눈부신 발전을 했고, 한국의 대표 교향악단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아직도 이런 구도는 그대로이다. KBS교향악단은 이런 진통 후에 법인화되고 나서 요엘 레비라는 좋은 상임지휘자를 초빙해서 많이 회복 됐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과거 KBS교향악단이 겪었던 노영체제의 근본적 문제점은 KBS방송이 노영체제가 되고 나서 생길 문제를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나 KBS언론노조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산하 기관이기에 앞으로 보도나 시사다큐 등에서 가공할 편향성을 보일 것이고, 이미 그런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더군다나 파업과 방송장악과정에서 보여준 집단폭력성과 죄의식 상실은 경악할 수준이었다. 집단이라는 도피처 속에서 나타나는 구성원들의 양심의 마비, 집단 안에서의 익명을 통해 표출되는 폭력의 분출은 앞으로 KBS가 정상적인 방송이 되는 것을 막을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거기에 대한 뼈저린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할 터인데 반성은커녕 승리감에 도취된 막가파식 행태가 우려된다. 저번 칼럼에서도 지적했듯이, 본인들은 “정의”를 행하기에 어떤 수단과 방법을 행하건 정당화된다는 무서운 집단최면에 걸려 불법·탈법은 물론이고, 정신적 육체적 폭력을 행사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개개인으로 만나면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고 토론 조차 제대로 안 되는 수준의 사람들이 거대 집단 뒤에 숨어서 온갖 갑질과 폭력과 인권유린을 마다하지 않는 비겁함을 보였다. 이들이 보여준 야비함과 위선의 정도는 무척 컸기에 KBS는 입사교육 때 “야비하게 행동하는 법 등등” 부터 가르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필자는 실제로 이사회에서 그런 질문을 했다)

방송사는 특히 출세 의지가 강한 사람들의 집단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다. 내가 막상 그 안에서 본 실상은 그런 항간의 비판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본인들의 생각이 어떻건 간에 대내적인 권력이 쏠리는 곳에 우르르 몰려드는 밴드왜건(bandwagon) 현상이 강했고,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과거 전두환 집안은 물론이고 자유한국당의 친박 실세 의원과 특히 가깝게 지냈던 윤인구 아나운서(KBS 아나운서 협회장)가 갑자기 KBS 언론노조에 가입하고 방송장악 과정에 앞장선 것은 단지 하나의 작은 예에 불과하다. 고대영 사장 체제의 핵심에 있다가 갑자기 말을 갈아탄 예들도 수없이 찾아볼 수 있다.

양심의 마비와 위선 그리고 기회주의가 결합한 곳에서는 온갖 일들이 벌어진다. 최근 KBS를 뒤흔든 성폭력 사건은 이러한 현상의 일단을 잘 보여준다. MBC에서도 비슷한 성폭력 건이 텨져 나왔고 언론노조 소속 송양환 기자 등 관련자들은 최근 해임됐다. 송기자 건은 미투의 일환으로 알려진 건에다가 근래의 다른 성폭력 건이 병합돼서 해임된 경우라 하나 기가 찰 노릇이다. KBS는 더 심한 케이스였다. 아직 공식적으로 처리가 안 끝난 사안이라 익명을 쓰겠다. 미투운동의 일환으로 알려진 KBS의 성폭력 케이스는 단지 언론노조 소속 백모 기자의 성폭력뿐만 아니라 철저한 은폐시도, 그리고 야비한 2차 가해에 이르기까지 타락한 집단 내의 성폭력 사건의 교과서를 보여주는 듯했다. 어째 (KBS이건 MBC이건) 연루자들이 거의 다 언론노조 소속으로 파업에 참여하고 정의를 외치던 자들인지 신기할 따름이다. 평상시 같으면 역시 어물어물 넘어갔었을 터이지만 미투(Me too) 운동의 강풍이 부는 사회환경에서 KBS언론노조(성명서 발표 당시 위원장 성재호, 부위원장 오태훈)와 KBS기자협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재빨리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

“더구나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부터 2차 피해에 관련된 것으로 주목된 사람들이 대부분 우리 조합원[KBS 언론노조원, 필자 설명]인 상황인 만큼 우리는 이 사건을 엄중하고 심각하게 대하고 있다.”

그들의 성명서는 고결한 척 무진 애를 써 보지만 읽기에 역겨운 글들이었다. 이 사건은 사내에서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졌으며 KBS 기자협회보는 당시 기사를 통해 오히려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했다. 그동안 알고도 완전히 무시하다가 갑자기 천사인 것처럼 나타나 엄벌을 요구하는 것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성명서에서 계속 “정의” “윤리”를 외치는 뻔뻔함에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언론노조식 위선의 화법이다. 윤리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거리가 먼 이들의 행태들을 잘 알고 있기에 나는 마치 부조리(不條理)극을 보는 듯한 초현실적 느낌까지 들었다.

KBS의 비정규직 여직원이었던 피해자이자 고발자는 논리적이고 호소력 있는 문장으로 이 사건을 여러 번에 걸쳐 고발했다.

“일련의 일을 겪었기 때문에 저는 KBS 보도국에서 나오는 미투운동 관련 기사를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지금 KBS2노조는...파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파업하는 쪽은 나름대로 이해받기 위한 명분 싸움을 하고 있지만 파업하는 사람들의 도덕성은 대체 누가 검증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위계서열을 이용해 부하직원들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것은 당신들 기준에서 보호해야 할 문화인가요? 사장단을 물러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 자신들 스스로가 어떤지 돌아보는 것은 뒷전인가요? 그 외에도 당신들의 안위만을 위해 입을 꼭 닫고 지켜보는 부조리가 얼마나 많은가요?”
“1차 가해자 그룹에는 사장단이나 이사진은 없었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이 상처 입는 것 따위는 공감할 줄도 모르는 영악한 노조원들과 간부가 있었거든요.”

양심의 집단마비 속에서 야비함과 위선의 화신이 돼 무지비한 집단폭력을 휘둘러 댄 KBS 언론노조에게는 더 더할 말도 뺄 말도 없는 적확한 지적이다.

결론적으로 피해자는 말한다. 역시 더 더할 말이 없는 지적이다. 그러나 “영악한” 이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려면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아득할 뿐이다.

“저는 2노조 파업의 성공도 실패도 바라지 않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당신들이 공정성의 가치를 깨닫기를 기대했지만 더 이상은 기대하지 않습니다. 이제 조용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면 합니다.”

강규형 객원 칼럼니스트(명지대 교수, 전 KBS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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