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영국해외시민여권(BNO)을 소지한 31만여명의 홍콩 주민들에게 영국 시민권을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한다. 중국이 홍콩 시민들과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통과를 강행한 것에 대한 강력한 후속 대책이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28일(현지 시각)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적용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BNO를 소지한 홍콩 주민들에 대한 비자 권리를 연장하고, 영국 시민권 취득 과정을 용이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BNO(British National Overseas)는 영국 정부가 자국 해외 영토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발급하는 해외시민여권이다. 홍콩 시민을 대상으로는 1987년부터 BNO를 발급했다. 이 여권을 소지하면 준(準)영국인으로 간주돼 영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그러나 영국 내에서 6개월을 이상 거주하거나 일할 권리는 없다. 사실상 반쪽짜리 영국 시민권인 셈이다.

라브 장관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현행 최대 6개월 정도인 BNO 소지자 영국 체류기간을 12개월로 연장할 계획이다. 여기에 BNO 소지자가 원할 경우 지금보다 쉽게 영국 시민권을 따는 방법도 제공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가 BNO 소지자에게 완전한 시민권을 제공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홍콩 보안법이 1984년 체결된 홍콩반환협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영국 총리실은 이날 공식성명에서 "홍콩보안법 관한 중국 입법에 큰 우려를 갖고 있다"며 "이 법이 일국양제 원칙을 약화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고 밝혔다.

홍콩 시민들은 앞서 지난해 민주화시위 과정에서도 영국 국기인 ‘유니온 잭’과 BNO를 흔들며 영국 정부에 시민권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2014년 ‘우산시위’를 시작으로 잇따라 일어났던 홍콩 민주화시위 과정에서 영국 시민권 제공에 대한 입장표명을 자제해 왔다. 영국 정부가 홍콩 주민들에게 시민권을 제공하는 건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를 감행하면서 유럽연합(EU)이 추진해 온 이민자 친화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시민권 부여 추진안은 놀라운 조치"라고 평가했다.

현재 홍콩에서 지난해 말까지 BNO를 발급받은 시민은 340만여명에 달한다. 발급 건수로만 보면 전체 홍콩 시민(750만여명)의 절반 수준. 이 가운데 실제 유효한 BNO를 보유한 홍콩 시민은 31만5000명 정도로 집계된다. BNO는 10년마다 1100달러(약 136만원)를 내면서 갱신해야 효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를 포함한 언론들은 영국이 BNO를 보유한 31만5000명을 대상으로 시민권을 제공할 경우 중국과 첨예한 외교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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