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중국은 모두 지역명 표시
2004년 '지역감정 해소' 명분으로 지역명 폐지
현행 체계로는 내년 하반기에 '포화' 상태 도달

자동차 번호판 체계가 2004년 전국번호판 도입 및 2006년 개편 이후 내년 상반기에 다시 한번 바뀐다.

현재 '52가3108' 같은 번호 체계에서 맨 앞에 숫자 한 자릿 수를 더한 '152가3108' 체계나 한글에 받침을 더한 '52각3108' 체계 중 하나로 결정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지역감정 해소'라는 명분으로 자동차 번호판에서 시도(市道) 표시를 없애고 전국 단일 번호판 체계로 바뀌면서 나타난 사회적 비용 증가와 혼란 가중 같은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자동차 변호판 변화 과정 그래픽
사진=자동차 변호판 변화 과정 그래픽

 

국토교통부는 이달 11∼25일 새로운 자동차 등록 번호판 개선안 마련을 위해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고 11일 밝혔다.

국토부는 현행 자동차 번호 체계로는 내년 하반기에 소진이 예상되며, 사용 중인 등록번호 용량은 한계에 도달한 만큼 용량문제의 근원적인 해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존 등록번호로 가능한 2천200만 개(차량 종류를 구분하는 맨 앞 두 자리 숫자 69개, 차량 용도를 나타내는 한글 32개, 뒤쪽 일련번호 9999개)의 등록번호는 이미 포화되어 현재 차량말소 등으로 회수된 번호를 사용하는 실정이며, 매년 신규 등록되는 차량이 약 80만대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자동차 번호번호체계 개편을 통한 용량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52가3108' 같은 현행 체계에서 의견수렴을 거쳐 '152가3108'이나 '52각3108' 같은 체계로 바꾼다.

국토부는 숫자 1개를 맨 앞에 추가하는 경우 약 2억개의 번호를 확보할 수 있어 용량이 충분하고, 주차·단속 카메라의 판독성도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체계를 적용할 경우 국가 전산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공공부문에서만 40억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한글 받침을 추가하는 경우 'ㄱ', 'ㄴ', 'ㅇ' 등 3개만 받침으로 추가하면 6천600만개의 번호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한글에 대한 주차·단속 카메라의 판독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행정 민원에서 혼선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망', '헉', '곡' 등 호불호가 갈리는 어감의 번호를 발급하는 데 따른 부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체계는 공공부문에서 4억원 정도면 개편이 가능한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경찰청 단속 카메라를 받침이 모두 확인 가능한 수준으로 교체하려면 약 70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 것으로 추산했다.

국토부가 진행하는 ‘승용차 등록번호 체계 개편’ 의견수렴에는 숫자·한글받침 추가 여부 뿐만 아니라 번호판에 유럽 등과 같이 국가상징문양·비표를 넣는 것에 대한 선호도와 번호판 글씨체에 대한 선호도 조사도 이루어진다.

사진=국토부 홈페이지
사진=국토부 홈페이지

이같은 번호판 부족현상은 이미 2004년, 2006년 개편 당시부터 예정됐던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2004년 지역감정을 없앤다는 취지 등으로 번호판에서 서울, 부산, 광주, 대전, 경북, 전남 등 지역명을 빼는 식으로 자동차번호판 체계가 변경됐다. 차종과 용도, 일련번호만 부여되는 전국 번호판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에도 숫자만으로도 지역 파악이 가능하고 디자인 수준이 떨어진다는 비판 속에 3년간 시안을 5번이나 수정됐다. 2006년에는 번호판 바탕을 녹색에서 흰색으로 바꾸고 일련번호를 일렬로 배열한 유럽식 번호판으로 다시 교체했다.

당시 차량 개편을 통해 번호판 디자인 개선을 이루고, 차량 소유자가 이사 등 주소지 변경 시 번호판을 바꿔야했던 불편을 개선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지만 수차례 근시안적 행정을 통해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자동차 번호판에서 지역명을 없애면서 신규 번호 부족 사태가 초래는 필연적이었던만큼 신중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명을 표시하면 신규 등록 자동차가 아무리 증가해도 번호가 부족할 가능성이 작지만, 전국 번호판으로는 자동차 증가에 따라 번호판이 곧 포화상태에 도달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과거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국내 승용차 등록현황을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이미 자동차 신규등록 대수는 △2004년 84만2000대 △2005년 87만3000대 △2006년 90만5000대 △2007년 96만대 △2008년은 94만8000대로, 현재 신규등록 차량 예상수치인 80만대를 상회한다.

세금이 반영되는 만큼 행정업무에 신중성을 기해야하는데, 지역명을 없애는데 비중을 두고 근시안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정작 차량의 증가추세, 투입 예산, 행정처리의 편의성, 번호 식별 여부 등 중장기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미 구형 번호판과 신형 번호판 등 7개의 자동차 번호판이 뒤섞여 사용되는 상황이다.

한편, 번호판에 지역명을 표시하는 것은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현재 미국, 일본, 중국 등은 번호판에 지역명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같은 경우에는 주마다 적용되는 법이 다르며, 지역 특색이나 자랑거리를 함께 표기하기도 한다. 반면, 유럽 등지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전국 번호판을 사용하고 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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