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적으로 자료 요구한 금감위, 현재 논란에 대해 정면 돌파 의지 표명
최 원장, 관행상 존재했던 VIP리스트에 대한 비판 감수하며 채용비리에 대해 일절 부인

금융감독원은 최흥식 금감원장이 5년 전 하나은행에 지인 아들을 채용시키려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논란에 대해 관련 증거를 밝혀달라고 하나은행에 요구했다.

금감원 핵심 관계자는 11일 "최 원장의 친구 아들이 하나은행에 채용됐던 2013년 당시 점수조작이나 채용기준 변경이 있었는지 확인해달라고 공식 요구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하나은행에 '자료 공개'를 요구한 것은 최 원장이 비리를 저지르지는 않았다는 점을 보여줘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논란에 대해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로 보여진다.

최 원장은 지난 9일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있을 때, 외부에서 채용과 관련한 연락이 와서 단순히 이를 전달했을 뿐, 채용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며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일절 부인한 바 있다.

현재 하나은행 측은 최 원장이 특정 인물을 추천한 것은 사실이지만 채용과정에서 개입이나 점수조작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당시 (최 원장이) 지주 사장으로 추천한 사실은 있지만, 합격 여부만 알려달라는 취지로, 채용과정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며 "채용과정에서 점수조작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하나은행이 당시 채용 관계자에게 구두로 확인한 내용으로, 정확한 입사 기록을 확인 중이라고 알려졌다.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팩트 확인을 해보려고 검토 중"이라며 "채용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어서 자체 서버에 접속했을 때 증거 인멸 문제가 없는지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최 원장 동기의 아들은 현재 하나은행 모 지점에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감원의 입장은 최 원장이 은행 측에 이름을 전달한 것이 '내부 추천'일 뿐, 이를 '비리'로 규정하려면 점수조작이나 기준 변경 등 구체적 불법 행위가 수반됐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감원은 전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안내 자료'에서도 "(은행권 채용실태 검사에서) 추천자 명단에 기재됐다는 사실만으로 추천 대상자를 모두 부정 채용으로 본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과거 채용에서 그룹 임원들로부터 공개적으로 '우수 인재' 추천을 받았고, 이들은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최 원장이 친구 아들의 이름을 알린 것도 이런 맥락으로 봐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앞서 우리은행 VIP 리스트가 공개된 뒤 고위 관계자들의 추천들로 채워진 VIP 리스트를 내부적으로 작성하고 있었던 것만으로도 부당하다며 금융사 입사 지원자들의 분노를 산 바 있다.

결국 금감원이 하나은행에 '자료 공개'를 요구한 것은 우리은행에 이어 VIP 리스트 작성에 대한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비리를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못 박으려는 시도로 보여진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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