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경찰청 관계자 “2월 말 이후 경찰청이 습득한 집회 관련 정보를 광주광역시 측에 제공해 왔다”
“협조 공문이 없었는데 타(他) 기관에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공무원들 반응
광주광역시로부터 유일하게 ‘집회 금지’ 통보 받은 자유연대, 이용섭 광주시장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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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경찰청.(사진=연합뉴스)

광주지방경찰청이 자신들이 습득한 집회 관련 정보를 광주광역시 측의 협조 요청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광역시에 제공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21일 광주지방경찰청 정보과 관계자에 따르면 광주지방경찰청은 지난 2월24일 ‘우한 코로나’의 전국적 감염 확산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 조정한 이래 자신들이 습득한 집회 관련 정보를 광주광역시 측의 정보 제공 협조 요청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광역시 측에 제공해 왔다.

이에 앞서 광주광역시는 지난 4일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제49조 1항에 의거해 광주 도심 일대에서의 집회 개최를 금지하는 긴급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5.18 민주유공자 명단 공개 요구’ 등을 내용으로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한 ‘자유연대’ 등 시민단체에 대해 집회 금지 처분을 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자유연대’ 측이 “광주광역시가 ‘집회 금지’ 행정 처분을 한 단체는 ‘자유연대’가 유일하다”고 해, 펜앤드마이크가 해당 주장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광주지방경찰청이 광주광역시로부터의 아무런 협조 요청이 없었음에도 지난 2월부터 자신들이 습득한 집회 관련 정보를 광주광역시 측에 제공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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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가 지난 2월21일 서울지방경찰청 측에 집회 관련 정보를 요청하고자 발송한 공문 원문.(이미지=박순종 기자·서울특별시 제공)  

이에 기자가 “어째서 협조 공문도 없었는데 집회 관련 정보를 광주광역시 측에 제공해 왔느냐”고 질문하자 광주지방경찰청 정보과 소속 관계자는 “내부 지침이 있었다”면서 “감염병예방법 제49조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은 감염병 예방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장이 할 수 있는 조치 등을 규정한 것이어서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설명은 되지 못 했다.

유사 사례에서 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특별시로부터 협조 요청 공문을 정식으로 접수한 후에야 취득한 집회 관련 정보 가운데 서울시가 특정한 일부 정보에 한해 서울시 측에 제공한 바 있다.

광주지방경찰청 측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공무원들도 대체로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모(某) 공무원은 “공문 없이 움직였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절차상 하자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집회 금지 처분 등을 통보하기 위해서는 집회 관계자의 개인정보 습득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광주지방경찰청이 광주광역시 측에 제공한 자료 내용 중에는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이번 사안은 간단히 볼 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광주지방경찰청 측의 법률적인 근거가 없는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률 위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수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광주광역시 측이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한 긴급 행정명령에 따라서 ‘집회 금지’를 통보한 단체는 ‘자유연대’ 1개 단체 외에는 없다”는 ‘자유연대’ 측 주장이 사실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해당 광주지방경찰청 정보과 관계자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5월1일부터 5월31일 사이에 광주광역시 도심 등지에서 집회 개최를 신고한 단체는 ▲5.18민주항쟁기념행사위원회 ▲전국금속노조 서울지부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 ▲전국건설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 ▲민주노총 광주본부 ▲광주시농민회 삼도지회 ▲화물연대 광주지부 ▲삼성전자 노동조합 등 펜앤드마이크가 이미 확인한 것만 42개 단체에 이르렀다. 펜앤드마이크의 관련 정보공개 청구에 아직 답변을 하지 않은 광주북부경찰처, 광주동부경찰서, 광주서부경찰서 등 광주지방경찰청 예하 경찰서에 접수된 집회 신고 건수를 고려하면, 광주광역시에서의 개최가 예정된 집회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돼, 1개 단체에 대해서만 ‘집회 금지’ 통보를 한 광주광역시는 편파 행정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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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광주광역시장(왼쪽).(사진=연합뉴스)

한편, ‘자유연대’ 측은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을, ‘형법상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할 예정이다.

‘자유연대’ 측은 피고발인인 이용섭 시장이 집회가 열릴 경우 감염병으로 인해 광주 시민들의 건강의 위해가 명백하다고 주장했으면서도 지난 16일 오후 2시 광주시 소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개최된 민주노총의 집회에 대해 ‘금지 작위 의무’(금지를 해야 할 의무)를 고의로 이행하지 는 한편, 광주 시내에서의 5.18 단체의 추모 집회 거리 행진 등을 고의로 방치해 광주시민의 감염병 전파 위험을 방치해 직무유기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광주광역시가 ‘자유연대’에 대해 집회를 금지하면서도, 여타 단체 등의 행사는 방치하고 관련 법률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모든 국민은 집회 및 결사, 표현의 자유를 지닌다’고 한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라며 “기본권 침해의 근거로 감염병예방법 등을 내세운 것은 합리적인 사유가 없는 ‘정치 탄압’이자 ‘직권남용’”이라고 덧붙였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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