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칼럼] 극초음속 무기 경쟁으로 더욱 위험해진 핵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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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0.05.20 12:06:58
  • 최종수정 2020.05.2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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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냉전 재점화, '극초음속 핵무기' 새 게임체인저로 떠올라...한국 유비무환 견지하고 있나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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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종말시계(The Doomsday Clock)’란 최초로 원자탄을 만든 맨하탄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에 참여했던 핵과학들이 지구멸망을 경고하기 위해 1947년에 만든 상징물인데, 위험 정도에 따라 자정에 가깝게 조정되었다. 1947년 11시 53분으로 시작한 이 시계는 1953년 미•소가 수소폭탄을 터뜨렸을 때 11시 58분까지 접근했다가 냉전이 끝난 1991년엔 11시 43분으로 늦추어졌다. 2015년에는 북핵 위기와 기후변화로 11시 57분으로 당겨졌고, 현재에는 ‘자정 100초’전‘을 가리키고 있다. 지금이 1947년 이래 가장 가까운 위험한 시기라는 뜻이다.

가열되는 극초음속 무기 경쟁

극초음속 무기란 음속 5배 이상의 속도로 변칙기동을 함으로써 상대국의 요격을 피하면서 목표물을 타격하는 가공할 최첨단 공격수단이다. 물론, 현존하는 대륙간탄도탄 등 대형 탄도미사일들도 음속 5배 이상이지만 중력가속도에 따라 하강하기 때문에 궤적을 예상할 수 있어 요격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이에 비해 극초음속 공격무기들은 공기역학적으로 비행하면서 상하 및 좌우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에 추적과 요격(tracking and intercepting)이 어렵고, 상대방으로서는 재래탄두를 장착했는지 핵탄두를 장착했는지 또는 실제로 타격하고자 하는 목표물이 어디인지를 구분하기도 어렵다. 극초음속 비행체에는 일반 제트엔진(jet engine)이 아닌 렘제트 엔진(ramjet engine)이나 스크램제트 엔진(scramjet engine)이 사용된다. 일반 터보제트 엔진이 터빈의 동력으로 공기를 압축하는데 반해 렘제트 엔진은 고속비행으로 인한 가압을 이용하기 때문에 터빈이 필요없어 구조가 간단하고 작아질 수 있다. 이 추진체계를 순항미사일에 통합한 것이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 Hypersonic Cruise Missile)이고, 자체 추진엔진은 없지만 투발수단에서 분리되어 극초음으로 활공하는 것이 극초음속활공체(HGV:Hypersonic Gliding Vehicle)이다. 현재 중•러•미 세 나라가 이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을 확보한 상태에서 경쟁에 돌입하고 있고, 후속 국가들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러시아는 신쟁전의 격화와 함께 각종 신무기들을 개발하고 있다. 2018년 3월 1일 푸틴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통해 직접 신무기 계획을 천명했는데, 사정거리가 무한대인 핵추진 대륙간순항미사일, 역시 사정거리가 무한대인 핵추진핵어뢰, 사거리 18,000km의 초대형 차세대 대륙간탄도탄, 음속 5배의 킨잘(Kinzhal) 순항미사일, 극초음속활공체를 탑재한 사거리 6,000km에 최대 속도가 음속 27배에 이르는 아방가드(Avangard) 중거리 미사일 등이 포함되었다. 킨잘은 2017년에 실전 배치된 상태이고, 2019년 12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러시아의 아방가드는 푸틴의 회심의 작품이다. 러시아의 극초음속 무기들은 조만간 대륙간탄도탄, 핵잠수함, 전폭기 등에 탑재될 것이다. 중국은 핵군사력이 미•러에 못미친다는 이유로 미•러•중 3자 간 핵군비통제를 거부하고 독자 핵역량을 키우고 있다. 중국은 2014년부터 DF-ZF 극초음속활공체를 시험 발사한 끝에 2018년 8월에 싱쿵(星空 Xing Kong)-2로 명명된 HGV 발사에 성공했다. 2019년 10월 1일 건국절 군사열병식에서는 HGV를 탑재한 DF-17 미사일을 공개했다. 일본도 음속 5배의 속도로 적 항모의 갑판을 뚫고 들어가 터지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고, 인도는 이미 2017년부터 음속 7배의 순항미사일을 운용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도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 중이다.

러시아와 중국에 자극받은 미국도 HCV와 HCM 개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미국은 2028년까지 육해공군이 사용할 각종 극초음속 무기를 배치한다는 계획이며, 기존 미사일 방어체계와는 별도로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체계(HMDS)도 개발하고 있다. 기존의 지상배치 요격미사일(GBI)의 숫자를 늘리고 성능도 다중 요격이 가능하도록 개량할 예정이며, 극초음속체를 시험하는 시험통풍관, HMDS를 지휘할 극초음속전 상황실(hypersonic war room) 등도 구축하고 있다.

핵세계의 불안정성과 극초음속 무기의 전략적 함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핵군비통제조약들의 폐기, 중국의 핵강국 부상, 북한의 핵보유, 이란핵합의 붕괴 등 새로운 변수들로 핵안정성(Nuclear Stability)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2015년에 성사된 이란핵합의(JCPOA)는 2018년 5월 미국이 조약 내용에 불만을 품고 탈퇴하면서 사실상 폐기되었다. 1988년 발효된 중거리핵폐기조약(INFT)은 미•소의 사거리 500~5,500km 지상발사 중거리핵미사일 2,692기를 폐기한 획기적인 핵군축이었지만, 러시아가 위배하고 중국이 서명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런 제약없이 핵병기를 증강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8월 조약에서 탈퇴했다. 핵무력 증강의 고비를 늦추지 않는 북한과 핵보유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이란도 또 다른 이유였다. 2011년에 발효된 신전략핵감축조약(New START)는 미•러 간 전략핵감축조약의 최종 버전으로서 전략핵무기를 각각 1,550개로 줄이기로 합의한 것이었다. 이 조약은 2021년 2월에 종료되지만 연장되거나 새로운 전략핵감축조약이 탄생할 조짐은 아직 없다. 미국은 오인식으로 인한 군사충돌을 방지하기 이해 체결한 항공자유화조약(Open Skies Treaty, 2002년 발효)의 탈퇴도 검토 중이다. 이렇듯 신냉전의 재점화와 함께 핵안정성이 흔들리는 중에 극초음속 핵무기가 새로운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부상하고 있다.

극초음속 무기 경쟁이 의미하는 전략적 함의는 다양하고 막중하다. 첫째, 핵군비경쟁의 가열화가 예상되며 우주의 전장화(戰場化)도 한발 더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미국이 이미 2017년도 국가전략서(NSS), 2018년도 핵태세검토서(NPR), 2019년도 미사일방어검토서(MDR) 등을 통해 중•러에게 극초음속 분야의 우위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어 뜨거운 경쟁이 예고된 상태다. 둘째, 실제 핵사용 가능성이 높아진다. 극초음속 무기는 일단 발사되면 상대국이 오해나 오인식으로 불필요한 대응을 결정할 수 있어 그만큼 원하지 않는 핵전쟁을 촉발할 위험성이 커진다. 셋째, 중국의 일방적인 핵무력 증강과 극초음속 무기의 개발은 새로운 핵군비통제를 어렵게 만들면서 아시아 지역에서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의 핵군사력 증강과 극초음속무기는 대만해협 위기시 미 해군의 대응조치를 강압하는 효과를 나타낼 것이며, 한반도를 포함한 주변국들에 대한 중국의 강압적•패권적 정책기조 역시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중•러•북 3국이 공히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군사적 공조를 강화하는 중에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핵우산을 제공하면서 동맹국 자체의 핵무장을 만류하는 기존의 반확산 정책을 고수한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전략균형은 중국 쪽으로 기울 것이다. 넷째, 특히 한국으로서는 극초음속 기술이 북한에 전이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

한국안보 시계는 몇시 몇분을 가리키고 있는가

이렇듯 극초음속 무기의 등장과 함께 핵세계는 더욱 위험해지고 있고, 그것이 지구종말시계가 ‘자정 100초 전’을 가리키는 이유다. 그 위험이 이미 다양한 당면위협과 미래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에게 전이된다면, 한국의 안보는 어떻게 될까? 한국은 이미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직면해 있고, 사드 보복, 서해 내해화(內海化), 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 등도 중국 팽창주의에서 비롯되는 당면 위협들과도 부닥치고 있다. 한국은 이런 위협에 대처하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가? 극초음속 무기를 포함한 미래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거안사위(居安思危: 평안할 때 다가올 위기를 생각한다)의 정신을 다지고 있는 것인가? 재래 군사력의 양적 우위, 핵분야의 비대칭적 우위, 일방적 미사일 우위 등 다양한 대남(對南) 우위를 누리는 북한이 극초음속 핵무기까지 보유한다면 그들의 ‘갑(甲)질’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 그리고 일본과 중국과 사이에서 친중(親中) 또는 등거리 외교를 고수하면서 스스로의 안보역량을 축소하는 ‘희망적(wishful) 평화 기조’에 안주한다면, 한국안보는 북한과 중국의 자비에 의존하는 처지로 전락하지 않을까? 한국 안보의 현주소를 가늠하는 한국판 종말시계가 있다면, 지금쯤 몇시 몇분을 가리키고 있을까? 문득 그것이 궁금해진다.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전 통일연구원장·전 한국국방연구원 부원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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