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배상해야 할 배상금은 약 15억 달러”
“테러지원국 피해자는 美법원 통해 소송 제기가능”
“웜비어 가족은 돈이 목적이 아니라 정의를 찾기 위해 나선 것”

2019년 11월 22일 서울에서 열린 '북한의 납치 및 억류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을 위한 국제 결의 대회'에 참가한 웜비어 부부(사진=양연희)
2019년 11월 22일 서울에서 열린 '북한의 납치 및 억류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을 위한 국제 결의 대회'에 참가한 웜비어 부부(사진=양연희)

전 세계에 은닉된 북한의 자산을 압류해 아들을 고문 후 사망하게 만든 북한정권에 책임을 묻겠다는 오토 웜비어 가족의 시도가 효율적인 대북 제재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평가가 나왔다.

미 대북제재 강화법 제정에 참여했던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19일 공개된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관련 자금을 배상금으로 받아내려면 복잡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정권의 현금줄을 차단하는 중요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밝혔다.

스탠튼 변호사는 “국제법은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지만 북한이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되는 순간부터 예외가 적용된다”며 “테러지원국으로부터 피해를 본 사람은 미국 법원을 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고 따라서 북한이 배상해야 할 금액은 계속 쌓여가고 있다”고 했다. VOA에 따르면 그 동안 미국에서 북한정권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판결한 배상금 규모는 15억 달러에 달한다. 이스라엘 로드공한 테러 사건, 김동식 목사(납치 사망) 사건, 오토 웜비어 사건,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북한의 물질적 지원 관련 소송이 이에 포함된다.

스탠튼 변호사는 “북한정권이 15억 달러는 엄청난 액수”라며 “물론 15억 달러를 모두 회수할 수는 없겠지만 더 많은 자금을 회수할수록 함부로 해당 자금에 대한 동결을 해제해 북한에 돌려주는 일이 적어진다”고 했다. 그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CA)은 북한 관련 자산 약 7천만 달러를 차단했지만 이것이 모두 북한 돈이라는 뜻을 아니며 북한 돈은 그 가운데 3분의 1일 수도 있고 절반일 수도 있고 3분의 2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가령 절반이 북한이라면 북한은 판결 채권자의 소유가 된 3500만 혹은 3600만 달러는 회수하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 연방법은 채무자의 돈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뉴욕 법을 따르도록 명시하고 있는데 채권자가 돈을 회수할 수 있는 경우는 제3자로부터 북한에 대한 전신 송금이 완료됐거나 북한으로부터 전신 송금된 돈이 중간 과정에서 동결됐을 때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웜비어 가족은 동결 자금이 북한 돈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스탠튼 변호사는 “동결 자산을 찾아낸 것은 시작에 불과하면 웜비어 가족 혹은 다른 판결 채권자는 개별적으로 조사를 진행해 북한의 다른 자산을 확인할 수 있다”며 “미국 민간 연구기관인 C4ADS 등은 오픈 소스를 활용해 북한 자금을 추적하는데 놀라운 역량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이런 시도는 제재 노력을 거의 민영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는 “부모로서 그 어떤 것도 자식을 잃은 슬픔을 대체할 수는 없다”며 “웜비어 가족도 돈이 목적이 아니라 정의를 찾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했다.

스탠튼 변호사는 “미국 정부는 북한 정권이 핵무기 개발을 비롯해 요트와 리무진 등 사치품 구매에 사용하는 자금을 동결해 에스크로 계좌에 묶어놔야 한다”며 “이를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주의 지원, 의료 시설 확충, 의약품 구매 등을 위해 동결하고 북한정권이 이 돈을 철저한 감시 아래 주민들에게 식량과 의약품을 제공하는 데 쓰도록 해서 북한이 재정적 압박을 크게 느껴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스탠튼 변호사는 “미 의회 의원들은 북한정권을 겨냥한 웜비어 부모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며 “특히 팻 투미 공화당 상원의원과 크리스 밴 홀른 민주당 상원의원은 오토 웜비어의 이름을 딴 법안을 공동 발의했으며 재무부가 이 법을 이행하기 시작하면서 각종 규제를 발표하고 제재를 대대적으로 갱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을 사람을 살해하고도 오랫동안 처벌을 피해왔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이는 불가사의한 일이지만 이번만큼은 북한이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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