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식 칼럼] 서울시장은 우파가 맡아야 한다
[홍찬식 칼럼] 서울시장은 우파가 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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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시장 구청장 등 좌파에 몰아줬더니 돌아온 건 ‘규제 폭탄’
-1000만 인구 붕괴, 경쟁력 추락해도 여당은 오만
-‘메가 시티’ 시대에 발전 견인할 후보가 시대정신
-자유한국당, 재기 노린다면 지레 겁먹지 말고 승부 걸라
홍찬식 객원칼럼니스트 (언론인, 전 동아일보 수석논설위원)
홍찬식 객원 칼럼니스트

6.13 지방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이 또 다시 유권자들의 선택을 기다려야 할 시점에 와 있으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쪽의 분위기는 밝지 못하다. 우파 세력이 재기를 꿈꾸고 있다면 이번 선거에서 기필코 승리를 거둬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서울시장 선거다.

서울은 좌파 여당의 텃밭이 되어 버렸다. 서울 지역에 배정된 국회의원 47석 가운데 72%인 34석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정세균 국회의장 포함)이다. 25명의 구청장 중에 자유한국당 소속은 5명에 불과하다. 서울의 정치적 선출직 자리를 여당에 거의 몰아주다시피 한 셈이다. 하지만 좌파 여당에 쏟았던 지지만큼 서울시민들은 응답받지 못했다. 오히려 배신당했다고 하는 편이 어울린다.

서울은 ‘상실의 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인구는 993만명으로 1988년 이후 지속되어온 내국인 인구 1000만명 선이 무너졌다. 서울시의 국제경쟁력은 급속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AT커니의 2017년 보고서에서 서울은 세계 128개 대도시 가운데 38위를 기록했다. 2015년 10위, 2016년 32위에서 매년 하락 중이다. 최근 발표된 2017년 출산율의 경우 서울은 0.84명으로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반면에 서울에서 빠져나간 공공기관으로 채워진 세종시는 전국 최고인 1.67명으로 서울의 두 배에 달했다.

이런저런 통계를 떠나 서울이 날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음은 서울시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잘못을 따지면 지난 7년 동안 서울시장을 맡아온 여당 소속 박원순 시장의 책임도 크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은 ‘놀랍게도’ 압도적 1위(35.2%, 2월27일 KSOI의 후보 적합도 조사)를 달리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헌법 개정안에 ‘대한민국의 행정수도는 세종시로 한다’는 내용을 넣는 것으로 당론을 확정했다. 이 개헌안이 통과되면 서울시로서는 대한민국 수도의 지위를 상당부분 상실하게 된다. ‘행정수도’에 대한 시시비비는 일단 접어두더라도 ‘서울 끌어내리기’에 서울 시민들이 전폭 지지한 여당이 앞장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9일 취임식에서 “오늘부터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라고 말했으나 처음부터 나는 이 말을 믿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이 정권의 기본 노선은 ‘대한민국 주류 세력의 교체’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 정권이 출범 이후 보여준 코드 인사 등 정치적 행보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과는 거리가 멀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대통령이 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묻자 “대한민국 주류세력 교체”라고 답했다고 한다. 올해 3.1절 기념사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3.1운동의 정신과 독립운동가의 삶을 대한민국 역사의 주류로 세울 것”이라며 ‘주류 교체’를 거론했다. 역사에서의 ‘주류 교체’ 선언이다. 그렇다면 일제시대 한반도 내에 살았던 대다수 조선인들은 졸지에 비주류로 전락하는 건가.

이런 시각에서 보면 ‘행정수도=세종시’ 개헌 역시 국토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그 이면은 ‘주류 교체’다. 지역 중에서 서울은 ‘주류 리스트’ 맨 위에 올라 있을 것이다.

서울은 ‘상실의 시대’임과 동시에 ‘수난의 시대’다. ‘규제 폭탄’이 서울을 억누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 달이 멀다하고 내놓고 있는 부동산 대책만 해도 서울이 집중 표적이다. 정책 곳곳에 오기와 적대감이 번득인다. 아파트값 폭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라는데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이래서는 될 일도 안 된다.

서울에 부자들이 많다지만 서울도 서울 나름이다. 어느 지역이나 부자는 일부일 뿐이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서울 집값이 올려놓았다고 말하지만 집값을 올린 것은 시장(市場)이다. 강남 아닌 서울 다른 곳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의 발전 계획은 이 정부 내내 성사되기 힘들 것이다. 서울 양재동의 R&D특구 사업이 지난해 9월 정부로부터 보류 결정을 받은 반면,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가 시장으로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 사업은 정권의 적극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형편이 이렇다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지레 겁먹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여당 쪽에는 출마 지원자들이 줄을 서고 있으나 자유한국당에는 후보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마나 거론되는 인물조차 패배를 두려워해서인지 출마를 사양한다는 소식이다. 3선을 노리는 여당의 박원순 서울시장은 TV 연예프로에 나와 “여론조사를 보니 게임은 끝났더라”고 큰소리를 쳤고, 같은 당의 민병두 후보는 “여의도의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겠다”는 황당 공약을 내놓았다. 서울시민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온 사람이라면 분노를 느낄 것이다. 누가 여당을 이런 오만에 빠지게 만들었는가.

세계는 ‘메가 시티(Mega City)’를 지향하고 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대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이 지구촌의 대세다. 현재 세계 인구의 55%를 차지하는 도시 인구가 2050년에는 7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제 국가경쟁력은 그 나라 대도시 경쟁력과 동의어다. 대도시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우파가 서울시장을 맡는 게 지금의 시대정신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리더 격인 이해찬 의원은 “진보가 앞으로 20년 이상 장기 집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파가 지금처럼 지리멸렬로 간다면 최악의 경우 그대로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거야 말로 나라가 아니다. 우파 인사들이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할 자세가 되어 있다면 가장 상징적인 자리인 서울시장 탈환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그래야 우파 재기의 물꼬를 틀 수 있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은 2차 세계대전 때 ‘히틀러 독일’이 공격해오자 “싸우다가 지면 다시 일어날 수 있지만 스스로 무릎을 굽힌 나라는 없어질 수밖에 없다”고 영국인들에게 호소했다. 서울이 무섭다며 벌써부터 두 손 들려고 하는 자유한국당에도 딱 들어맞는 명언이다.

홍찬식 객원 칼럼니스트(언론인, 전 동아일보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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