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천구 초빙교수] 사용후 핵원료 처리, 정부가 나서야 한다
[기고/강천구 초빙교수] 사용후 핵원료 처리, 정부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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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원자력협회(WNA) 2019년 기준, 세계 가동 중 원전 444기
30년 이상된 노후 원전 비중 68%
한국 총 24기 중 2030년 12기 수명 끝나
세아베스틸, 국내 처음 미국에 핵연료 운반.저장 용기 수출 눈길
강천구 교수
강천구 교수

로카쇼 마을은 일본 북동부 아오모리 현에 위치한 인구 약 1만 2천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일본 최대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공장이 있다. 원자력 발전에 쓰고 남은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재처리해 보관하는 공장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나기 전부터 건설이 진행돼 왔고, 일본내 대부분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을 안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가동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을 전면 폐기하겠다 면서도 로카쇼 공장 가동은 2050년까지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환경단체와 주변 국가들의 우려를 무릅쓰고 2조 2천억엔(24조 6200억원)이나 들인 대형 사업을 접는게 쉽지 않을 것이다.

핵 폐기물에는 강한 방사능을 뿜는 고준위 폐기물과 그보다 덜한 중.저준위 폐기물이 있다. 사용후 핵연료는 고준위다. 한국은 지금 임시 수조에 쌓고 있지만 수조가 꽉 차면 재처리-직접 처분(깊은 땅에 영구저장)-중간저장(일단 임시저장하며 처리기술 발전을 전망)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전 세계 30개국에서 가동중인 원자로는 총 444기이다. 이중 30년 이상된 원전비중이 68%로 노후 원전의 증가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원전 24기가 있고 17기가 가동중이다. 그러나 앞으로 10년 후인 2030년까지 설계 수명이 완료되는 원전이 12기나 된다. 뿐만 아니라 해마다 700톤씩 핵폐기물이 생산되고 있다.

한국 원전산업의 문제점은 설계.건설 등 선행주기 중심으로 원전산업 구조가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해체.폐기물 관리 등 후행주기 산업기반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은 원자로 수 기준 세계 6위의 원전 대국(원자력발전 비중 34.5%)이다. 앞서 밝혔듯이 현재 한국의 사용후 핵연료(핵 쓰레기)는 원전부지 내부의 임시 저장시설에 있다. 문제는 이 임시 저장시설이 곧 가득차게 된다. 당장 경주 원전은 내년에 포화상태가 되고, 한빛 원전은 2026년, 고리원전 2027년 등 다른 원전의 여유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 고준위 폐기물처리 분야에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나라는 핀란드이다. 핀란드는 2016년 처리장을 짓기 시작해 올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오킬루오트섬에 영구처분장인 온칼로를 짓고 있는데 영구보관될 터널 200개, 연료봉을 담은 특수 보관 용기인 캐니스터 3,250개가 저장된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지난해 7월 24일 석탄회관에서 제3차 원전 해체산업 민관협의회를 열고 원전 후행주기 분야에서의 기자재 해외수출 사례소개, 원전 해체산업 육성전략 후속조치 현황 및 정부지원 사항 등을 점검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특히 국내 기업의 원전관련 기자재 수출과 같은 우수사례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정부가 이들 원전기업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줄 수 있는 연구개발(R&D)자금 지원, 원전 해체 대비 조기발주 등 정부지원 계획 등도 밝혔다.

한국은 특수강 전문업체인 세아베스틸이 작년 10월 미국에서 사용후 핵연료 운반.저장 겸용 용기를 수주했다. 한국 기업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에서 사용후 핵연료 처리 용기를 수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아베스틸은 CASK 제작 관련 국내외 기술인증을 받았고, 동 시제품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규정에 적합하게 제작돼 승인을 받았다. 미국은 원자력 아버지격 나라이다. 세아베스틸은 노력 끝에 프랑스계 미국 자회사인 오라노 티엔(Orano TN)과 총 17기의 사용후 핵연료 운반.저장 겸용 용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수주물량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공급한다. 뿐만 아니라 세아베스틸은 ORANO TN의 글로벌 공급망으로 등록되었으며 ORANO TN의 전세계 공급망을 통해 미국, 유럽 및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 특히 세아베스틸은 ㈜경성정기, (주)비알앤씨 등 국내 다양한 분야의 30여개 중소기업과 협력관계로 형성해 중소기업의 동반 진출 계기를 마련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원전하면 한국의 두산중공업을 빼놓을 수 없다. 두산중공업은 자력으로 개발한 한국형 원전 “APR 1400”모델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4기나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한국의 3세대 원전인 “APR 1400”은 프랑스, 일본도 받지 못한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을 외국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받았다. 하지만 정부가 탈원전을 주요 정책으로 정하는 바람에 더 이상의 기대는 어렵게 됐다. 실제 UAE 이후 추가 수출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국제핵물질관리학회에 따르면 2030년 세계 사용후 핵연료 운반.저장 겸용 용기 시장 규모는 124억달러(15조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원전관련 주무부처는 산업부이다. 현재 산업부는 원전 해체에만 몰입하고 있다. 한국은 원전 해체 경험이 전무하다. 정부는 그래서 영국 등과 협력해 부족한 국내 원전 해체기술을 보완해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고 한다. 한국은 해체 경험이 풍부한 미국. 영국 등에 비하면 기술력이 턱 없이 부족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의 지원만 있다면 우리 기업들은 반드시 원전해체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이 사용후 핵폐기물 운반.저장 겸용 용기 시장에 뛰어 들어 좋은 성과를 낸 점을 주목 했으면 한다.

강천구(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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