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진행하기로 예정된 대규모 훈련 “기상 악화” 연기
다연장로켓 천무, 아파치헬기, FA-50전투기 등 화력 총동원 훈련
당초 ‘北 자극할까’ 비공개 진행 전망되기도
軍 서북도 훈련 홍보하자 北 맹비난...이후 靑 질책성 회의 불려가

다연장로켓 '천무'가 사격하고 있다./연합뉴스

우리 군이 오는 19일 예정됐던 대규모 해상 사격 훈련을 연기했다. 군 당국은 연기 이유에 대해 기상 악화를 언급했지만, 군 안팎에서는 ‘북한 눈치 보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다음 날 경북 울진군 죽변 해안에서 예정됐던 합동 사격 훈련은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다음 달로 미뤄졌다. 당일 경북 울진에서 광역성 소나기가 내릴 수 있으며 강수 확률은 40%라는 게 기상청의 관측이다. 한편 이번 훈련이 울진에서 열리는 것은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강원 고성 소재의 실거리 사격이 가능한 송지호 사격장을 사실상 폐쇄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동해 상에서 무력도발을 일으킨 상황을 가정한 이 훈련에는 육군의 다연장로켓 천무(MLRS), 아파치 헬기, 해군의 P-3 해상초계기, 공군의 FA-50 전투기 등이 동원될 예정이었다. 아울러 표적을 확인하고 도발 원점과 지원세력까지 타격하는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훈련 전부터 군 내부에서는 정부가 ‘북한 자극’을 염두에 두고 훈련 자체를 비공개로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국방부도 이와 관련해 “어떤 말도 해줄 수 없으며 훈련의 일정과 내용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술·무기 등 아군 전력이 노출될 수 있어 홍보를 최소화한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훈련을 비공개하고 연기까지 한 것은 ‘전력 노출’과는 무관하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북한 반응’에 민감한 청와대로부터 모종의 압박을 받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7일 국방부는 서북도서 이뤄지는 해·공군의 방어훈련을 국방일보에 홍보했다. ‘敵 도발 원점 타격·작전능력 확인’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북한은 이 기사를 빌미로 바로 다음 날인 8일 우리 군의 훈련을 ‘위험천만한 군사적 준동’이라고 비난했고, 청와대는 곧 군 관계자들을 불러 ‘왜 그런 내용을 보도했느냐’는 취지의 질책성 회의를 열었다. 청와대는 “질책은 없었다”고 하지만, 회의 이후 국방부가 작성한 ‘보도 경위 보고서’에는 “주요 민감 사안 홍보 시, 청와대 및 관계 부처 사전 협의 강화”라고 적혀 있다. 청와대의 압박이 없었다면 이런 유의 문구가 작성됐을 리 없다는 게 군 안팎의 지적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북한군 훈련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도, 우리 군 훈련은 비난하는 이중성을 보여왔다”면서 “청와대가 이를 문제삼지 않고 되레 우리 군의 훈련에 제동을 걸고 트집 잡으면 군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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