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돈 씀씀이 논란에 제대로 해명 못하는 정의기억연대
문제 제기하는 국민을 토착왜구와 친일세력으로 모는 해괴한 변명
사태의 본질은 법적 책임 넘어서는 이 단체의 이중성에 있어

황성욱 객원 칼럼니스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자가 이사장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기부금 모금과정 및 사용처에 대한 의혹이 뜨겁다. 위안부 삶을 살았던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로 촉발된 각종 의혹에 대해서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당사자 측의 반응은 매우 이상하다. 의혹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하는 것을 “가혹하다”라고 하질 않나, “공개를 원치 않는 기부자가 많아 내역 못 밝힌다”라고 하고 있다. 단체의 활동비로 모금하면서 왜 개인계좌로 받았느냐의 의혹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다.

가혹하다? 이 말은 사실 의혹을 인정하는 말이다. 우리가 보통 ‘가혹하다’라는 말을 쓸 때는 잘못은 인정하지만, 그 잘못에 비해 책임을 과하게 부과하는 경우다. 그런데 맥락을 보면 그런 잘못은 부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개를 원치 않는 기부자가 많아 내역을 못 밝힌다? 국민들은 기부자 명단을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다. 사용처와 회계과정을 해명하라는 것이다. 한국말이 아무리 소통 부재의 언어라 해도 이건 너무했다.

개인계좌로 받은 것에 대한 횡령 의혹과 관련해서는 의혹 당사자는 용도에 맞게 지출했다고 해명은 하고 있다. 물론 용도가 지정된 돈에 대해서 용도에 맞게 전부 썼다면 법적으로 횡령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지적하는 것은 법인계좌가 버젓이 있음에도, 거의 매번 여러 개의 개인통장을 만들었다는 수상한(?) 행적이다. 그렇게 법적책임이 없다고 강변할 일을 왜 그렇게 이례적인 방식으로 했어야 했나. 현재 이와 관련한 법적 고발이 되어 있어 결국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사실, 본질은 법적 책임을 넘어선다. 정의연과 정대협은 국민적 관심과 공론의 장에서 활동한 단체고 그 책임자는 현재 국회의원 당선자이며 그 당선자의 지위는 단체의 활동경력으로 얻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더구나 그간 위 단체들은 자신들의 활동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비판적 시각을 가지면 가차 없이 법적 대응을 통해 자신들의 정당성을 과시해왔다. 그간 타인에게 비수같이 꽂았던 그 정당성의 순결성에 비해 해명은 너무나 순결하지 않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의혹을 제기하는 국민적 여론에 대한 반대 논리가 놀랍게도 ‘파시즘’이라는 것이다. 회계부정 의혹과 횡령 의혹을 제기하면 친일 세력이 되고 토착왜구가 된다. “30년 동안 잘못된 투쟁의 오류를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용수 할머니는 졸지에 토착왜구가 되어버렸다. 일제라는 비극적 시대에서 위안부 생활을 해야 했던 할머니들은 이제 친일파거나 친일파의 사주를 받았다는 극언까지 받아야 하는 신세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논리를 버젓이 여당 국회의원이 내뱉는다.

“나를 지지한다면 Heil, Hitler!를 외치며 오른손을 들어라”는 버전 1.0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부수상이자 인민군 총정치국장이던 박헌영이 하루아침에 미제간첩이 되어 숙청된 것은 버전 2.0이다. 그럼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횡령과 회계부정 의혹을 제기하면 친일파가 되는 것은 버전 몇인가.

30년 가까이 수요 집회를 같이 한 위안부 할머니와 관련 시민단체의 대립이 아무리 극적으로 보이긴 해도 원래는 시민단체 활동의 투명성과 정당성의 문제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제기한 국민들을 토착왜구로 모는 순간 이 싸움은 파시스트들과 자유시민 사이의 싸움으로 변질이 됐다. 물러설 수 없는 정당성을 그들 스스로 자유시민에게 부여했다.

끝으로,

조선은 500년간 중국에 위안부를 조공했다. 청나라에 보낸 여인들로 말미암아 ‘화냥년’이란 단어까지 만들어 냈다. 구한말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동족을 착취했던 양반들이 만들어낸 국제질서가 조선의 식민지였다. 그 한 많은 우리네 딸들에게 다시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당신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21세기 양반의 부활?

황성욱 객원 칼럼니스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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