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떠난 배현진 "창고에서 업무발령 기다리며 대기상태 있었다"
"지금 MBC는 자유' 가치 파탄 위기에 놓여"
길환영 前 KBS사장 "좌파 언론장악, 올바른 여론형성 차단"
송원석 前 기재부 2차관 "부작용 양산정책 합리적 대안 마련"
홍준표 "어려운 결단 대표로서 감사" MBC기자 질문 거부 퇴장

자유한국당이 9일 문재인 정권과 민노총 산하 좌파 언론노조의 '방송장악' 과정에서 생긴 대표적 피해자 중의 한 명인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를 비롯해 길환영 전 KBS 사장,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2차관 등 3명에 대한 입당 환영식을 가졌다. 이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당사 회의실에 입장한 뒤 홍준표 당대표가 직접 달아주는 태극기 배지를 착용하고 환영사를 들었다. 뒤이어 각자의 정치 입문 각오를 밝히고 출입기자단 질문을 받는 순서가 있었으나 비(非)좌파 출신에 적대적인 MBC·KBS 기자 등과 한국당 측이 실랑이를 벌이면서 파행했다.

홍준표 대표는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결단을 내려 주신 세 분께 당대표로서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올려드린다"며, 배현진 아나운서와 길환영 전 사장에 대해 "언론계 2명을 모신 배경은 이 정부의 방송 탈취정책에 대해 이 두 분을 통해 국민적 심판을 한 번 받아보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시는 과정에서 두 분이 상당히 개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결심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송언석 전 차관에 대해서는 "경제전문가"로서 모셨다고 소개했다.  "이 세 분 영입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 준비를 위해 새 인물들을 속속 영입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9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영입인사 입당 환영식. 왼쪽부터 길환영 전 KBS 사장, 김성태 원내대표, 홍준표 당대표,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2차관.(사진=연합뉴스)
9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영입인사 입당 환영식. 왼쪽부터 길환영 전 KBS 사장, 김성태 원내대표, 홍준표 당대표,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2차관.(사진=연합뉴스)

입당 소감 발언권을 먼저 얻은 길 전 사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민들은 안보와 외교, 경제 모든 면에 있어서 대단히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그 과정에 좌파진영에 의한 언론장악으로 올바른 여론 형성이 차단된 상황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 민심이 과연 어디에 있는지를 명백하게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우 국회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김천시 당협위원장을 맡게 된 송 전 차관은 "저는 30년 이상을 기재부 등의 경제정책 일을 많이 해왔다"며 "경제정책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과다 인상 등 부작용을 양산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 듯하다"는 정부정책 비판으로 운을 뗐다. 

송 전 차관은 "건전한 대안, 합리적 대안 마련"을 약속하며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새 시작이라는 한국당의 진솔한 뜻이 국민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배 아나운서는 "저는 지난 10년간 MBC에서 일하면서 제 소명은 방송이라고 생각하고 뉴스를 통해 시청자와 만나 왔다"면서 "제가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던 2012년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의 대규모 파업 당시 노조 파업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배 아나운서는 또 "파업 참여 100일 만에 파업 불참과 노조 탈퇴를 결정했다. 나이 어린 앵커가 이런 결단을 내린 건 창사 이래 처음이었다"고 회고한 뒤 "안타깝게도 (언론노조 측으로부터) 인격적으로 몹시 모독을 느낄 만한 각종 음해와 공격을 받아오고 있고, 약 석달 전에 정식인사 통보를 받지 못하고 쫓겨나듯 (뉴스데스크에서) 하차했다. 시청자에게 올려야 할 마지막 인사조차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저는 모든 업무에서 배제되고 창고에서 업무발령을 기다리며 대기상태로 있었다"며 "저와 마찬가지로 파업에 불참한 동료 언론인들은 (언론노조 측으로부터) 세상이 잘 알지못하는 부당한 일들을 온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애석한 일"이라고 개탄했다.

특히 현재 언론노조의 장악이 완료된 MBC를 거론, "안에서 각자의 생각과 의견이 존중받을 수 있는 자유는 사라졌다"며 "이런 현상이 비단 저희 방송사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대한민국이 일궈 온 가장 중요한 가치인 자유민주주의 또는 자유시장경제에서 이야기하는 '자유'가 파탄 위기에 놓여있지 않나 하는 걱정과 우려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아나운서는 "국민들도 (언론방송계의) 실상을 좀 더 보신다면 공감하리라 본다. 제가 몸담았던 MBC를 비롯해 (방송계가) 국민방송으로 거듭나도록 깊은 고심 끝에 MBC를 떠나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제가 앞서 말한 자유의 가치를 바탕으로 MBC가 바로 설 수 있고 방송 본연의 모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이 길이 국민을 위한 길이라는 각오로 열심히 하겠다"고 역설했다.

이어 "본인 소신에 다른 대가로 사회적으로 불이익이나 차별을 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왼쪽부터 길환영 전 KBS 사장,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2차관(사진=자유한국당)
왼쪽부터 길환영 전 KBS 사장,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2차관(사진=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길 전 사장과 배 아나운서는 문재인 정권의 폭압적 언론탄압과 언론장악으로 누구보다 마음 고생이 심했던 분이다. 자기 입맛대로 방송을 자행해 온 문 정권의 실상을 가장 잘 알고 계신 분들"이라고 부연설명을 했다.

또한 송 전 차관에 대해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전문공직자였다. 문 정권의 경제파탄을 심판하는 데 가장 합리적인 비판과 건전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훌륭한 공직자였다"고 추어올린 뒤 "세 분에 대한 기대가 결코 헛되지 않게 한국당이 더욱 큰 역할을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홍 대표는 배 아나운서에 대해 "영입 직전에 한번 봤다. 얼굴만 아름다운 게 아니고 소신이 뚜렷하고 속이 꽉 차있는 커리어 우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호평한 뒤 "그 이튿날 MBC 사표 제출하는 것을 보고 우리 당에 모셔와 정말 앞으로 당과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치하했다.

뒤이어 출입기자단에서 질의 응답을 하자는 요구가 나왔는데, 홍 대표는 "굳이 하겠나. 못된 질문하려고 하는 거 아닌가"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입당식에 배석한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한 분에 (질문) 하나씩만 해달라"고 말했다.

한 통신사 기자는 배 아나운서에게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전략공천 확정인지, 정치권을 생각한 적이 있는지 질문했다.

이에 배 아나운서는 공천 여부에는 "결정된 사실이 없는 게 팩트"라고 선을 그은 뒤 정계 입문에 관해서는 "한국당에서 말했듯 제가 방송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 이 나라에서 지켜야 하는 기본적 가치들을 바로 세워야 하는 데 헌신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뒤이어 MBC 소속 기자가 질문하겠다고 나서자, 홍 대표는 "저쪽은 (배 아나운서와 길 전 사장을) 반대(하는) 당사자니까"라며 회의실에서 나가버리는 '돌발 행동'을 보였다.

그러자 MBC 기자는 "기자들이 많이 왔는데 일방적으로 하면 어떻게 하냐", "MBC에 대해 그럴거면 홍보대행사를 쓰라", "이게 뭐하자는 거냐"고 연신 항의했다. 최근 언론노조와 여권 이사들을 중심으로 고대영 사장을 축출한 KBS 소속의 기자는 "길 전 사장에게 질문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MBC 기자에게 "통신사에서 배 아나운서에 질문했지 않느냐"고 자제를 요청했으나, 해당 기자는 "제가 배 아나운서에게 질문하겠다고 했느냐"고 맞받았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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