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고문해 사망케한 북한정권에 5억 114만 달러의 승소 판결
美은행 3곳에 동결된 2379만 달러 확인
미국의 은행 3곳에 예치 중이던 북한의 자금 약 2천만 달러의 구체적인 정보가 오토 웜비어 부모에게 공개된다. 웜비어 가족들이 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1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11일(현지시간) 북한 관련 자금을 보유한 미국의 은행 3곳에 대한 ‘보호명령(protective order)’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들이 보유 중인 북한 관련 자금 2천 379만 달러의 세부 정보가 오토 웜비어의 가족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VOA에 따르면 앞서 오토 웜비어의 모친 신디 웜비어 씨는 지난 8일 법원에 ‘보호명령’ 요청서를 제출하면서 북한 관련 자금을 보유한 은행으로 웰스파고와 JP모건 체이스, 뉴욕멜론을 지목했다.
요청서에 따르면 웜비어 씨 측 변호인은 지난 2월 이들 은행들에 북한 관련 자산을 공개해 줄 것을 요구해 동의를 얻어냈다. 다만 은행들은 관련 정보 공개가 고객들의 비밀정보를 누설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는 만큼 법원의 명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웜비어 씨 측은 은행들에 법적 보호를 요구하는 요청서를 제출해 허가를 받았다.
‘보호명령’ 요청서에는 각 은행들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관련 자금에 대한 구체적인 액수가 드러나 있다.
JP 모건 체이스는 대북제재법에 의거해 동결된 북한 자산 1757만 달러를 보유 중이다. 웰스파고는 동결 자금 294만 달러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법 위반 자금 7만 달러 등 총 301만 달러를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뉴욕멜론은 총 321만 달러의 북한 자금을 보유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이들 세 곳의 은행들에 예치 중인 북한 자금의 총액은 2천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웜비어 씨 측은 이들 은행들이 관련 자금의 계좌번호와 소유주, 주소 등을 비롯해 해당 자금이 예치된 배경 등을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법원이 ‘보호명령’을 최종 승인함에 따라 이들 은행들은 조만간 웜비어 씨 측에게 관련 정보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11일 VOA에 “웜비어 가족의 변호인들이 재무부에 의해 동결된 북한 자금 찾기에 나선 것”이라며 “북한 정권과 북한의 기관 소유 계좌의 자금을 회수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스탠튼 변호사는 “웜비어 가족이 자동적으로 해당 계좌의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자금이 이체될 때 제3자 개입 여부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했다.
VOA는 웜비어 씨 측 변호인이 은행이 제공한 정보 등을 토대로 해당 자금에 대한 회수 여부 등을 판단할 것으로 전망했다.
웜비어 가족이 은행 3곳에 대해 정보 공개를 요구한 것은 지난해 미 재무부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이뤄졌다. 신디 원비어 씨와 남편 프레드 웜비어 씨는 지난해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에 서한을 보내 북한의 자산에 대한 열람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에도 미 법원은 해외자산통제실이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보호명령’을 내렸다.
해외자산통제실은 지난해 미 의회에 제출한 ‘테러범 자산 연례 보고서’에서 2018년을 기준으로 미국 내 북한 자산 총 7436만 달러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7년의 6340만 달러와 북한이 1차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기 직전인 지난 2008년에 집계된 3400만 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규모다.
VOA는 “이 자산이 어떤 형태로 미국에 존재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웜비어 씨 측의 법원 문건을 통해 최소 3개 은행에 일부 자금이 예치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웜비어 씨 부부는 2018년 4월 북한정권에 의한 고문으로 사망한 아들 웜비어를 위해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같은 해 12월 5억 114만 달러의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후 이들 부부는 북한 자산에 대한 추적에 나서 지난해 미국이 대북 제재 위반을 이유로 압류해 매각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 호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받았다.
웜비어 씨 부부는 그동안 전 세계에 은닉된 북한정권의 자금을 찾아내 북한이 저지른 죄의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