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부지검에 자진 출석..."아내와 아이들께 미안합니다" 발언도
피해 女비서 김지은 측 "가해자 일방적 자진 출석 유감"
압수수색 CCTV 김지은, 안희정 방에 들어가는 장면 찍혀
자진출석 관련해 야권은 비판, 여권은 침묵

9일 오후 서울 서부지검에 출석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연합뉴스 제공]
9일 오후 서울 서부지검에 출석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연합뉴스 제공]

여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후 5시 5분께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석했다.

안 전 지사가 출두한 서울서부지검 앞은 취재진 수 백여명과 구경 인파가 몰렸다. 어두운 표정으로 검은 색 패딩 점퍼를 입고 서부지검으로 걸어 들어온 안 전 지사는 "국민 여러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라며 "그리고 제 아내와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합니다"라고 심정을 밝혔다.

안 전 지사가 발언을 이어 나갈 때 주변에서 한 시민이 "그러면 안 되는거 아니에요?"라고 소리쳤다. 또 다른 시민은 "무릎 꿇어!"라고 고함쳤다. 안 전 지사는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주셨던 많은 사랑과 격려에 죄송합니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시민들의 고함과 욕설은 안 전 지사 인터뷰 내내 이어졌다. 한 시민은 "니가 사람 xx냐?"라며 "야이 xx범 xx야, 더러운 xx야"라고 안 전 지사를 향해 고함쳤다.

성폭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여비서 김지은씨가 증언한 혐의에 인정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안 전 지사는 "앞으로 조사 과정에서 성실히 임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다른 기자가 "추가 폭로 있었는데요"라며 따라갔지만 안 전 지사는 답하지 않았다.

서울서부지검에 따르면 '안희정 성폭행'을 폭로한 김씨 역시 이날 오후 서부지검에 출석해 오후 7시 48분 현재까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성폭력상담협의회 측은 안 전 지사의 검찰 자진 출석 소식을 전해듣자 "현재 피해자 김지은씨는 서부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있으며, 차분하게 마지막까지 임할 것"이라며 "가해자의 일방적 검찰 출석 통보에 유감을 표한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나 반성의 행동으로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일, 안 전 지사가 자신의 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장소로 지목된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범행 당일 김씨가 안 전 지사의 오피스텔로 들어가는 장면을 포착했다.

이날 검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에는 먼저 안 전 지사가 2월 24일 밤 혼자 오피스텔로 들어가는 장면과, 이어 김씨가 2월 25일 자정을 넘겨 들어갔다가 몇 시간 후 밖으로 나오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2월 25일은 김씨가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날이다.

검찰은 해당 영상을 압수하고 분석작업을 통해 김씨가 고소장에 적시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과 위계 등 간음 혐의 여부를 확인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한편 안 전 지사 검찰 출석에 대해 야권은 비판 목소리를 낸 반면 여권(與圈)은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구두논평을 통해 “(안 전 지사는 사과)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하더니 연구소 사무실 증거도 인멸하고 오늘은 뜬금없이 검찰에 자진 출석하겠다고 하는 등 어이없는 행동의 연속"이라며 "아직도 정신 못차렸나"라고 비판했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비난여론 무마용 자진출두쇼는 국민들의 분노만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또 "아직도 제정신을 못 차리고 못된 꼼수나 쓸 생각으로 가득 찬 안 전 지사에게 충고한다"면서 "정말로 검찰 수사에 협조할 생각을 갖고 있다면 검찰이 수사 준비를 마치는 대로 소환하면 그대로 따르면 될 일"이라고 전했다.

반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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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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