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출입구 조명 어두워 LED 설치...불가피하게 준공기 덮는 것”
민주당, ‘박정희 대통령의 영단’ 적힌 준공기 철거 계속 주장해와
야권 “어두우면 조명 늘리는 게 상식...실상은 朴 지우고 싶은 것”
대전현충원, 이달 중 전두환 친필 현판 안중근체로 교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연합뉴스

4·15 총선에서 전례 없는 압승을 거둔 여권(與圈)발 역사공정이 시작됐다. 국회 의사당 내 준공기에 적힌 박정희 전 대통령 이름이 LED로 덮이고, 국립대전현충원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교체되는 것이다.

국회가 1975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만든 ‘의사당 준공기(竣工記)’ 대리석판을 LED 전광판으로 덮을 것으로 9일 알려졌다. 국회는 지난 1일 ‘국회 본관 후면 LED 전광판 제작 및 설치’ 사업 입찰 공고를 냈다. 입찰서에 따르면 국회 이미지 개선이 목적이며 예산은 3억5000만원이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줄곧 준공기 석판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현실화한 것이다. 민주당은 준공기 중간에 들어간 “이 장엄한 의사당은 박정희 대통령의 평화 통일에 대한 포부와 민족 전당으로서의 위대한 규모를 갖추려는 영단(英斷)에 의하여”라는 대목을 문제 삼았다. 정일권 당시 국회의장 명의로 된 준공기는 이은상 시인이 짓고, 박태준 서예가가 글씨를 썼다.

국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회공간개선자문위에서 석판이 있는 출입구가 어둡다는 문제를 제기했다”며 “LED 전광판은 손님 환영 메시지 등 다목적으로 활용될 것이며, 준공기는 사진을 찍어 전광판에 내보낼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석판은 철거가 아니라 LED 전광판으로 덮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야당에선 "출입구가 어두우면 조명을 늘리는 게 상식"이라며 "전광판 설치가 가당키나 한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명 문제는 명목에 불과하고 실상은 박정희 이름을 지우고 싶은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학계에선 “당시 국회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물로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대전현충원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친필 현판
대전현충원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친필 현판./연합뉴스

이와 더불어 국가보훈처는 8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설치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懸板)과 헌시비를 35년 만에 교체한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작년부터 현충문 현판과 헌시비에 대한 교체 요구가 있었다”며 “국립묘지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한 분들의 충의와 위훈을 기리기 위해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장소라는 점을 고려해 교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당초 보훈처는 ‘전두환 현판’ 교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었다. 지난해 8월 시민단체 등이 교체 민원을 제기했지만, 전직 대통령의 역사적 기록 문화재라는 점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총선 이후 이러한 기류가 완전히 무너진 것으로 전해졌다.

보훈처는 “전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은 ‘안중근체’로 교체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중근체는 올해 110주년인 안 의사 순국을 기리기 위해 안 의사가 자필로 남긴 ‘장부가’를 토대로 개발됐다. 새 현판은 이달 안으로, 헌시비는 오는 6~7월 중 교체될 전망이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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