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美, '마지막 선택' 전 외교적 노력…'핵폐기 회담' 입장 불변"
바른미래당 "北 속임수 우려 불구 대화 환영…핵제거 원칙 충실하길"
더불어민주당 "낭보가 들린다…野 색깔론 말고 일치된 목소리 내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의 '대북 특별사절단 수석'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북한 김정은(오른쪽)이 핵·미사일 실험 중단 전제로 자신을 평양에 초청했다는 전언을 듣고 "영구적 비핵화 목표"로 "5월까지 만나자"고 화답했다. 한국시간 9일 오후 기준, 아직 구체적인 회담 장소와 시기는 불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의 '대북 특별사절단 수석'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북한 김정은(오른쪽)이 핵·미사일 실험 중단 전제로 자신을 평양에 초청했다는 전언을 듣고 "영구적 비핵화 목표"로 "5월까지 만나자"고 화답했다. 한국시간 9일 오후 기준, 아직 구체적인 회담 장소와 시기는 불명이다.

8일(미국 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 요인들로부터 북한 김정은의 '평양 초청'을 전달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구 비핵화 목표'를 전제로 호응한 데 대해 정치권은 즉각 엇갈린 반응을 냈다. 

야권에서는 북한의 핵폐기 내지 핵제거 원칙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비판적 논평이 주를 이뤘고, 트럼프 대통령의 "5월까지 만나자"는 반응 자체로 한반도 평화라는 여권의 자화자찬도 있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9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6.13 지방선거 공약개발단 출범식에 참석한 가운데 "오늘 워싱턴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북핵 문제 관련 발표가 있었다. 그 발표문을 보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며 "우리 당의 기존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또한 "2005년에도 김정일이 조지 부시를 초청한 일이 있었다. 언제나 저들(북한 정권)은 궁지에 몰릴 때 그런 식으로 안보 쇼를 했다"고 상기시켰다. 김정은이 핵·미사일 실험 등 도발을 중단하겠다고 선(先)제안했다고 전해지지만, 2005년 6자회담 9.19 선언 등에서 선대 김정일이 내놓은 입장과 진전된 것이 없다는 비판이다.

특히 홍준표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안보 쇼를 다 했지만 결국 북핵은 자기들(북한 정권) 주장대로 하면 지금 완성단계를 지났다. 오늘 발표에도 보면 '핵 폐기'라는 말은 단 한마디도 없다"며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이라는 것은 핵동결을 하고 그 다음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 (문재인) 정부의 생각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마지막 선택을 하기 전에 외교적인 노력이 없으면 그것은 국제사회의 동의를 받을 수가 없다. 나는 오늘 발표문을 보면서 '마지막 선택을 하기 전에 외교적인 노력을 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미북대화를 반대하지 않으나 남북대화도, 미북대화의 주제도 북핵 폐기가 돼야 한다"며 "'폐기로 가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핵 동결을 인정하자'는 식의 접근은 5000만 국민에게 국가적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그런 협상도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북한의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옵션을 피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인 외교적 수단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분명히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한반도의 위기를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라고 경고했다.

홍 대표의 '마지막 선택' 언급이 대북 군사행동을 가리킨 것이라고 한층 구체화한 셈이다.

장 수석대변인은 "정의용 안보실장 발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김정은이 한국의 입을 통해 전세계에 핵완성을 선언했다는 사실이다. 한국을 지렛대로 이제 미국과 직접 담판하겠다는 자신감"이라며 "북한은 핵동결을 통한 핵보유국 지위 확보가 목표일 것이고, 미국은 핵폐기가 목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북회담이 개최된다면 어떤 경우에도 한국이 회담 주선만 하고 배제돼서는 안 될 것이다. 또 핵폐기를 관철시키는 회담이 돼야 할 것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합당 결과 다소 '중도 우파' 노선을 걷게 된 바른미래당의 경우 미북대화 성사 가능성이 고조된 것을 호평하면서도 완전한 북핵 제거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이 이날 부산시의회에서 개최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주선 공동대표는 "설령 이번 만남이 북한의 또 다른 속임수의 연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지만 속은 셈 치고라도 미국의 획기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미북 정상회담이) 실제 성사되면 굉장히 역사적인 사건"이라면서도 "비핵화 목표를 달성할 결정적인 약속을 북한이 할 수 있는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에 "이럴 때일수록 북핵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는 비핵화 원칙, 대북 제재와 압박을 흔들림 없이 계속해야 한다는 원칙, 굳건한 한미동맹 위에서 우리 목표를 이룬다는 원칙을 충실히 지키며 회담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추미애 대표는 이날 오전 정 실장 발표가 타전된 뒤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이 순간 낭보가 들리고 있다"며 "남북관계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 파견으로 물꼬가 트이면서 그 기조를 이어서 대미 특사단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낭보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가 된다"고 환영했다.

이어 "평화의 한반도를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국민 모두의 염원"이라며 "여야 모두 일치된 목소리를 내서 평화의 기틀을 확고히 다잡아 나가야겠다"고 덧붙였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야권을 겨냥해 "더 이상 색깔론으로 평화 파괴자 역할을 할 게 아니라 남북, 북미(미북)의 도도한 평화의 흐름에 동참할 것을 요청한다"고 가세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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