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원전감사 맡았던 국장 교체하며 직원들에 쓴소리
"외부 압력, 회유에 순치된 감사원은 맛 잃은 소금과 같다...검은 것 검고 흰 것 희다고 말할 수 있어야"
現 감사원 감사위원회, 대부분 親정부 성향 인사들로 평가받아

최재형 감사원장.(사진=연합뉴스)

최재형 감사원장이 원전 감사를 맡았던 국장을 교체하면서 쓴소리를 내놨던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현재의 감사원이 지나치게 정권 눈치를 보면서 해야 할 일을 적절하게 하지 못하는 것을 개탄하는 취지다.

조선일보는 8일 최원장이 지난달 20일 감사원 내에서 ‘원전 감사(월성 원전 1호기 폐쇄)’를 진행해온 이준재 공공기관감사국장을 산업금융감사국장으로 전보하며 털어놓은 인사배경을 보도했다. 

최 원장은 아흔이 넘은 부친(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 92세)과의 일화를 소개했다고 한다. 최 원장 부친은 1999년 6월 우리 해군이 NLL을 침범한 북한 함정을 선체를 충돌하는 방법으로 밀어내면서 긴장이 고조돼 있을 때 아들에게 인천 제2함대로 가자고 했다고 한다. 최 원장 부친의 해군사관학교 시절 제자였던 당시 2함대 사령관은 “대원들 사기는 어떠냐”는 물음에 “맹렬히 짖으면서 사냥감을 향해 달려들려고 하는 사냥개들의 끈을 잡고 있는 기분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최 원장은 부친이 “그러면 됐다”하고 발길을 돌렸다고도 했다.

최 원장은 이 일화를 소개하면서 휘하 실장, 국장들에게 “그 당시 사령관이 느꼈던 그러한 분위기가 우리 감사원에도 필요하다"며 "원장인 제가 사냥개처럼 달려들려 하고 여러분이 뒤에서 줄을 잡고 있는 모습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외부의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馴致·길들이기)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감사원은 검은 것은 검다고, 흰 것은 희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그것은 검은 것을 희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감사관 한 사람 한 사람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됨으로써 민주적 정당성을 인정받은 감사원장의 대행자로서 감사에 임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감사 대상의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의연한 자세로 감사에 임하라”는 지시도 내놨다. 정치권 눈치를 보는 감사원 문화를 비판한 것이다.

원전 감사는 지난해 9월 국회 요청으로 진행됐다. 국회법에 따라 감사원은 최대 5개월 안(1차례 기간 연장 포함)에 감사 결과를 국회에 통보해야 했지만 법적 기한을 2개월 넘긴 뒤까지 통보하지 않았다. 지난달 9일과 10일, 13일이 돼서야 감사 보고서 심의가 이뤄졌지만 결론은 내지 못했다. 당시 야권에선 “감사원이 정부 탈원전을 의식해 감사 결과 발표를 총선 이후로 넘긴 것”이라고 했다.

현재 감사원 감사 결과를 심의하는 감사위원회는 대부분이 친정부 성향 인사들로 채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감사원장을 제외한 감사위원 6명 중 1명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 김진국 전 민변 부회장이고, 1명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신이다. 총리실 국정운영실장(1급)으로 있던 임찬우 위원도 지난 2월 감사위원이 됐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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