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빌라 화재로 4·5살 포함 일가족 4명 숨져
내부 검게 그을리고 매캐한 연기 가득...주방 환풍기서 발화 추정
소방대원 진입했을 땐 이미 불 꺼진 상태...경찰 “추가 조사할 방침”
이웃주민 “배꼽인사 할 때가 눈에 선한데...마음 아파”

어린이날인 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한 빌라에서 불이 나 어린 자매 2명과 부모 등 4명이 숨졌다./연합뉴스
어린이날인 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한 빌라에서 불이 나 어린 자매 2명과 부모 등 4명이 숨졌다./연합뉴스

어린이날 새벽 제주 서귀포시의 한 빌라에서 불이 나 4세·5세 딸을 포함한 일가족 4명이 숨졌다.

서귀포경찰서에 따르면 5일 오전 3시 52분 서귀포시 서호동의 한 빌라 3층에서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소방 당국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A(39)씨와 아내 B(35)씨, 네 살과 다섯 살 딸 등 4명을 안방에서 발견했다. 불은 꺼져 있었으나 매캐한 연기가 가득했다고 한다. 일가족은 온몸에 화상을 입은 채 서귀포의료원으로 이송됐으나 모두 숨졌다.

사고 현장은 곳곳이 불에 타 검게 그을려 있었다. 발화 지점으로 보이는 주방의 환풍기는 검게 탔고, 천장과 일부 벽에 그을음이 까맣게 껴 있었다. 두 자녀가 타고 놀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거실의 미끄럼틀과 트램펄린은 비교적 온전한 모습이지만, 주변은 검은 부스러기로 뒤덮여 있었다.

빌라 인근에 살고 있던 A씨 부부의 친인척들은 현장을 지켜보고 오열했다고 한다. 한 주민은 “아이들이 너무 예뻤다. 배꼽인사를 할 때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러웠다”며 “어린이날에 이런 일을 당하다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소방대원의 품에 안겨 병원으로 가던 모습이 잊히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평소 볼 때마다 부부 금실이 좋다고 생각했다”며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서귀포경찰서 관계자는 “1차 현장 감식 결과 방화의 흔적이나 (화재의 원인이 됐을) 외부적 요소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소방대원들이 들어갔을 당시 집 안에 화염은 없었고 연기가 가득했다. 사망자들의 시신에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가족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정황은 보이지 않고, 외상도 없다”며 “정확한 화재 원인은 추가 조사를 진행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6일 숨진 일가족 4명을 부검할 방침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합동조사반을 구성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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