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건의 스모킹 건’ 휴대전화 잠금 해제 후 일부만 경찰에 제공
경찰 “검찰의 포렌식 작업 내용 갖고 와야...강제수사 시사”
숨진 백모 전 수사관 靑하명수사에 연루 의혹...檢 조사 앞두고 극단적 선택

민갑룡 경찰청장./연합뉴스
민갑룡 경찰청장./연합뉴스

경찰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백모 전 검찰 수사관의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강제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백 전 수사관은 청와대 울산선거 개입 사건 관련 연루 의혹을 받아 검찰 출석을 앞둔 지난해 12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4일 경찰청 본청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검찰로부터 일부 자료를 받았지만, 사망 관련 의혹을 해소하는 데 부족함이 있다”며 “휴대전화에 담긴 사망과 관련한 내용을 탐색해서 파악한 뒤 이를 토대로 그동안 확보한 단서들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만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청와대 하명수사와 선거개입 사건을, 경찰은 백 전 수사관의 사망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검찰은 최근 백 전 수사관이 사망한 지 4개월 만에 그의 유품인 휴대전화의 잠금을 해제해 사건에 대한 주요 자료를 확보했고, 일부 내용을 경찰에 제공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검찰에서 우리한테 문자메시지와 통화 기록 등 일부만 보냈다”며 “제한적으로 일부만 줘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범위 등을 설정해서 강제수사를 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에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안 줬기 때문에 영장을 받아 검찰에서 한 포렌식 작업 내용을 갖고 오는 게 제일 좋다”며 “그게 안 되면 휴대전화를 다시 여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숨진 백 전 수사관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운영한 ‘백원우 특감반’에 소속돼 있었다. 그는 2017년 말 울산 경찰청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비위 첩보를 수사하고 있는지 확인할 목적으로 울산에 내려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미는 송철호 당시 후보의 경쟁자였고, 청와대와 경찰의 ‘합작 수사’에 의해 여론 악화를 못 이겨 낙선하게 됐다는 의혹의 희생자다. 이에 따라 휴대전화에는 백 전 비서관 등 청와대 ‘윗선’이 백 전 수사관에게 내린 지시 사항 등의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휴대전화가 사건의 ‘스모킹 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한편 이 휴대전화를 두고 검·경 간의 갈등이 촉발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1일 백 전 수사관이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서울중앙지검은 이튿날 서울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해 백 전 수사관의 휴대전화와 유품 등을 확보했다. 이후 경찰이 사건 수사를 위해 백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되찾고자 검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반려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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