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 직접 타격은 목함지뢰 사건 이후 5년만...9·19 군사합의 정면위반
軍, 의도된 도발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안개 짙어 오발일 것" 주장
軍, 남측 수석대표 명의로 전통문 보내 설명 요구... 북한은 묵묵부답
"북한은 도발에 대해 설명조차 없는데, 왜 우리 군이 먼저 적극 대변해주나?"

 

20일동안 모습을 감추며 '건강이상설'을 야기했던 북한 김정은이 공식활동을 재개한 가운데, 3일 북한군이 우리군 GP(감시초소)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늘 오전 7시 41분께 중부 전선 감시초소(GP)에 대해 북측에서 발사된 총탄 수발이 피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GP 근무자가 수발의 총성을 듣고 주변을 확인한 결과 GP 외벽에서 4발의 탄흔과 탄두 등이 발견됐다. 북한군 GP에서 운용 중인 화기로 사격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한 군은 10여발씩 2회에 걸쳐 경고사격을 한 뒤 사격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경고 방송을 했다.

합참은 "우리 군은 대응 매뉴얼에 따라 현장 지휘관 판단하에 경고 방송 및 사격 2회를 실시했다"고 했다. 우리측 인원과 장비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군은 오전 9시 35분께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남측 수석대표 명의로 대북 전통문을 보내 상황이 확대되지 않도록 북측의 설명을 요구했다.

북한 측은 현재까지 답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군이 DMZ 내에서 우리 군을 직접 타격한 건 지난 2015년 목함지뢰 도발 직후 있었던 포격전 이후 5년 만이며, 지난 2018년 9·19 군사합의 이후 2년 만이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9·19 군사합의에 대한 정면 위반이다.

軍, 의도된 도발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안개 짙어 오발일 것" 주장

그러나 이날 군은 북한의 도발이 있었지만, 의도된 도발은 아니라는 식의 논리를 폈다.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 안개가 짙게 끼어 시계가 1㎞ 이내로 굉장히 안 좋았다"며 "통상적으로 그 시간대가 북측의 근무 교대 이후 화기 등 장비 점검이 이뤄지는 시간대"라고 말했다. 북한측 근무 교대 과정에서 오발이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이어 "북한 GP 인근 영농지역이 있는데 영농지역에서 상황 발생 전이나 직후부터 지금까지도 일상적인 영농활동이 지속해서 식별되고 있다"며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에 총격을 받은 아군 GP가 북한군 GP 보다 지형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이유가 적다고 봤다.

군은 이처럼, 이날 북한의 의도적 도발 가능성이 작은 이유를 설명하는 데 치중했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서는 “북한은 이번 도발에 대해서 아직 설명조차 없는데 우리 군이 먼저 나서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대변해줄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나 나왔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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