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오세라비 씨, 여명숙 포항공과대학교 교수, 김소연 변호사...정규재 대표와 함께 국내 ‘페미니즘’ 이슈 점검
“우파 원로들이라는 사람들이 ‘페미니즘 문제’ 얕보고 대응 안 할 동안 저들은 치밀하게 준비했다...우리라도 나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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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변호사, 여명숙 포항공과대학교 교수, 오세라비 작가,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등 네 사람은 지난 4월30일 펜앤드마이크 A스튜디오에서 국내에서 전개중인 ‘페미니스즘’과 관련한 이슈를 점검하는 대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사진=펜앤드마이크TV 방송 영상 캡처)

에프킬러(F-Killer) 3총사가 펜앤드마이크에 떴다. 이는 국내 모(某) 기업의 살충제 브랜드 광고가 아니다. 영단어 ‘페미니즘’(feminism) 혹은 ‘페미니스트’(feminist·페미니즘을 추종하는 이들)의 머리글자와 ‘죽이는 자’를 뜻하는 영단어 ‘킬러’(killer)의 합성어다. 말하자면 ‘페미니즘 혹은 페미니스트들을 무찔러 쓰러뜨리는 이’라는 뜻.

‘에프킬러’를 자처하고 나선 세 사람의 ‘센 언니’는 각각 작가 오세라비(본명 이영희) 씨, 여명숙 포항공과대학교 교수, 그리고 김소연 변호사다.

오세라비 씨는 화제작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의 저자로, 1990년대부터 페미니즘을 연구하기 시작한, 이를테면, ‘원조(元祖) 페미니스트’다. 여명숙 교수는 유튜브채널 ‘개수작TV’ 운영을 통해 최근 인터넷상에서 ‘화제의 인물’로 부상하고 있는 인물로, 각종 ‘페미니즘 저격’을 통해 뭇 남성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여 교수가 운영중인 유튜브 채널 ‘개수작TV’의 ‘개수작’은 ‘개념 수호 작전’의 약칭으로, ‘바른 말은 해야 한다’는 여 교수의 인생 철학이 담겨 있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김소연 변호사는 지난 4월15일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미래통합당 대전 유성을 지역구 후보로 출마했다. 김 변호사는 본디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정계(政界)에 진출했으나, 박범계 더불이민주당 의원 측의 비리를 폭로해 민주당으로부터 제명 처분을 받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들 세 사람의 ‘센 언니’들은 지난 4월30일 펜앤드마이크 스튜디오에 모여 국내에서 전개되고 있는 ‘페미니즘 운동’과 관련한 여러 이슈들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대응 방안 등을 모색하는 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대담자로 나선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는 “새로 배운 단어가 너무 많아 쇼크를 받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는데, 대체 무슨 이야기가 오간 것일까?

“2015년은 우리나라에 ‘급진적 페미니즘’이 이데올로기로 자리잡기 시작한 해”

‘원조 페미니스트’ 오세라비 씨는 우리나라에서 ‘급진적 페미니즘’이 이데올로기로써 자리잡기 시작한 해를 2015년으로 지목했다. 박근혜 정권 3년차를 맞던 그해 5월20일 국내 첫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발생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오세라비 씨는 “지난 2015년 5월 발생한 ‘메르스 사태’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에 개설된 ‘메르스갤러리’(‘메르스’를 주제로 하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먼저 ‘남자들이 메르스를 옮겼다’는 주장이 시작됐다”며 “(그로부터 3개월 뒤인) 2015년 8월 ‘신진(新進) 페미니스트’ 웹사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가 생성됐다”고 설명했다.

오 씨는 또 “’메갈리아’로 정치권과 대학가의 페미니스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는데, 여기에서 ‘정치적 작업’이 시작됐다”며 이들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1억2000만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조성해 전달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이때부터 진선미 의원을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만드는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 씨는, 지난 2016년 5월17일 발생한, 소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등을 거치며 오늘날 ‘남녀 갈등 구조’가 형성됐다고 했다.

네가 한 것은 범죄이지만 내가 한 것은 범죄가 아니다…‘선택적 정의(正義)’의 문제

작가 오세라비 씨와 여명숙 교수, 그리고 김소연 변호사는 “한국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들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선택적 정의’”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리고 그 대표적 사례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前)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들었다.

이들은 오거돈 전 시장과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이 법무법인 부산(釜山)에서 오 전 시장의 사퇴 시기를 조율하는 문서에 공증(公證)을 받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정치적인 사건을 두고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야 말로 ‘정치 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소위 ‘여성계’에 속한 사람들이 보여온 태도를 감안하자면 이같은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 예로 이들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추행 사건을 들며 “안희정 전 지사 사건 당시에는 들고 일어나 안 전 지사를 맹비난했던 여성계가 이번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여성계’가, 상대 진영에 속하거나, 같은 진영에 있더라도, 계파에 따라서 ‘정의’의 문제를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선택적 정의’에 대한 문제 제기는 소위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이들이 보인 ‘위선’에 관한 문제 제기로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김소연 변호사는 올해 발생한 어느 트렌스젠더(수술 등을 통해 성기의 모양을 바꿈으로써 여성에서 남성으로 또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모습을 바꾼 사람)가 재학생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서울시 소재 여자대학교 입학을 포기한 사건을 언급하며 “일관성도 없고 깊이도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가 교육 시스템을 통해 ‘잘못된 성교육’이 이뤄지고 있어…“10년 후가 문제”

이들은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에서 전개중인 ‘성교육’과 관련한 문제점에 대해서 깊이 논의했다.

오세라비 씨는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떤 성교육을 받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며 “2018년부터 ‘포괄적 성교육’이라는 것을 시작했다”고 했다. 오 씨의 설명에 따르면 ‘포괄적 성교육’에는 ‘생물학적 성(性)’이 아닌 ‘사회적 성’과 관련된 교육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오 씨와 여 교수, 김 변호사 모두 기분이 내키는 바에 따라 성적(性的) 정체성이 결정되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도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여명숙 교수는 “프로 격투기 시합에서 남자 선수가 스스로 여성임을 주장해 상대 여성 선수를 박살내 버리거나, 성직자 등을 감옥으로 보내버리는 일 등은 이미 외국에서 일어난 일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소연 변호사는 “교육 문제와 관련해서 10년 후면 우리 아들, 달들이 성인이 되는데, 이렇게 불편한 세상에서 어떻게 연애를 하고 살아갈 수 있겠느냐?”면서 학부모들이 ‘페미니즘 성교육’에 대한 문제 의식을 함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학교 수행평가 등에서 어린 학생들이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식의 과제를 제출할 것을 요구 받은 사례가 있기도 한데, 이는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김 변호사는 강조했다.

페미니즘 문제 얕본 ‘우파’는 반성해야…“우파 원로들이 안 하면 우리라도 나선다”

좌파 세력이 ‘페미니즘’을 이용해 치밀하게 이슈 몰이를 하며 지난 제21대 총선 등을 준비해 온 사이, 소위 우파를 자처하는 이들은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갖고 이 문제를 ‘일개 이슈’ 정도로 치부하며 무시해왔다는 문제 제기도 이뤄졌다.

오세리비 씨는 “지난 2015년 ‘신진 페미니스트’들이 부상하며 지금까지 오는 동안 우파 쪽에서는 아무도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면서 “6년이라는 기간이라면,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자리를 잡고 (사람들을) 세뇌시키고도 남을 텐데, 우파 쪽에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면서 이들은 공교육을 통해 ‘페미니즘’ 교육을 받은 이들이 중·고등학교를 거쳐 성인이 되면서 ‘페미니즘’에 정치적 힘을 실어주게 되는 상황이 우려된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여명숙 교수 역시 “이번 총선에서 ‘페미니즘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의당(黨)’이 20만에 달하는 표를 받았는데, 그 대부분의 표가 10대 혹은 20대 여성으로부터 나왔다”고 지적하고 “우물쭈물하다가는 ‘내 이럴 줄 알았지’ 하는 사태를 맞게 된다”며 이 문제에 정통한 사람들이라도 이제부터라도 대비해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김소연 변호사는 “우파가 분열하고 있는 가운데, 마을공동체·로컬푸드·지역화폐 등의 사업을 한다는 사람들이 지방자체단체 예산으로 2년 뒤 선거 운동을 이미 시작했다”고 저적하고 “전국 사례 모집해서 고발하는 플랫폼으로 가칭 ‘시민족벌특별조사단’(시벌특조단)을 꾸려 조직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표현으로 향후 활동 계획을 밝혔다.

오세라비 작가, 여명숙 교수, 김소연 변호사, 그리고 정규재 대표가 이날 〈Femi-Killer 3인방과 함께하는 Talk Show(토크쇼)〉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대담 프로그램은 펜앤드마이크의 유튜브 채널 ‘펜앤드마이크TV’를 통해 다시 시청할 수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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