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구원해줄 구원투수나 영웅을 기다리지 말자"
"어떤 과정을 거치든 기본적으로 8월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무기한’의 ‘전권 비대위’ 이야기는 이제 접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구원투수를 기다리지 맙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참패했지만 미래통합당에 투표한 국민이 41.5%나 된다"라며 "국민 앞에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기대 반 우려 반,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외부 인사에게 ‘무기한’ ‘전권’을 줘가면서까지 당을 맡겨야만 하는 상황은 아니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못났으면 못난 대로 스스로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자기혁신 역량과 자정(自淨) 능력이 자란다"고 강조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를 구원해줄 구원투수나 영웅을 기다리지 맙시다"라며 "툭하면 새로운 메시아를 찾아 나서는 의존적 태도를 성찰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스스로의 구원투수와 영웅이 됩시다"라고 했다.

그는 "‘30대 기수’가 되었건, ‘40대 기수’가 되었건 새로운 지도자도 우리 스스로 이런 노력을 할 때 나타난다"며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가 ‘황태자’ 모자를 씌워주거나 키운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그러한 일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시도 그 자체가 당원과 국민을 무시하는 일로 지탄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어떤 과정을 거치든 기본적으로 8월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다음은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페이스북 글 전문

<구원투수를 기다리지 맙시다>
 
사지(死地)에서 졌건 험지(險地)에서 졌건 진 건 진 것이니 되도록 말을 아끼려 했습니다. 그러나 요 며칠 벌어진 당내 상황을 보면서 그저 가만히 있을 수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드릴 말씀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무기한’의 ‘전권 비대위’ 이야기는 이제 접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치든 기본적으로 8월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합니다.
 
제가 비대위원장을 맡게 되었을 때와 지금의 상황은 다릅니다. 그때만 해도 지방선거에서의 우리 당 후보들의 평균 득표율이 20% 남짓했고, 당의 지지율 또한 10%대 초반을 오르내리고 있었습니다. 당의 존폐가 거론될  정도의 위기상황이었습니다만 막상 이를 극복해 나가야 할 당의 주체들은 친박, 비박, 잔류파, 복당파로 나뉘어 갈등이 극에 달했습니다. 전당대회를 열면 전당대회가 아닌 분당대회가 될 것이란 이야기도 나돌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참패했지만 미래통합당에 투표한 국민이 41.5%나 됩니다. 또 당내의 대립과 갈등도 그때와 다릅니다. 국민 앞에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기대 반 우려 반,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외부 인사에게 ‘무기한’ ‘전권’을 줘가면서까지 당을 맡겨야만 하는 상황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못났으면 못난 대로 스스로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혁신 역량과 자정(自淨) 능력이 자랍니다. 또 당 대표의 역량에 따라 당의 운명이 좌우되는 지도자 중심의 취약한 구도에서 벗어나, 누가 당 대표가 되어도 단단한 생명력을 유지하는 민주정당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힘들고 거친 과정을 겪어가겠지만, 이 길이야말로 국민이 기대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표를 준 41.5%의 유권자들, 이들을 믿고 존경하며 용기를 가지고 당당하게 이 길을 가야 합니다.
 
우리를 구원해줄 구원투수나 영웅을 기다리지 맙시다. 홀로 구원투수나 영웅이 되려고 하지도 맙시다. 우리 모두 다 같이 구원투수가 되고 영웅이 됩시다. 역사와 시대의 흐름을 바로 읽지 못한 것을 반성하고, 툭하면 새로운 메시아를 찾아 나서는 의존적 태도를 성찰하고, 그러면서 우리 모두 공유할 철학과 가치를 다져나가는......... 그런 우리 스스로의 구원투수와 영웅이 됩시다.
 
‘30대 기수’가 되었건, ‘40대 기수’가 되었건 새로운 지도자도 우리 스스로 이런 노력을 할 때 나타납니다. 적절한 정치•사회적 과정을 거쳐서 말입니다.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가 ‘황태자’ 모자를 씌워주거나 키운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한 일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시도 그 자체가 당원과 국민을 무시하는 일로 지탄받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망설였던 말 한마디를 해야 할 듯합니다. 홍준표 전 대표에게 말합니다. 우리 당의 진로에 대해 말을 하기에 앞서 우리 당의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사과와 이해를 구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당이 가장 어려울 때, 당 지도부가 간절히 내민 손을 뿌리치고, 당을 나가시지 않았습니까? 물론 부당한 요구, 잘못된 결정이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느끼기도 했다는 점,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분 아닙니까? 당 지도부의 손을 뿌리친 것이 과연 옳기만 한 일이었을까요?
 
당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언젠가는 당적을 회복하게 되시리라 믿습니다. 그때 우리 모두 힘을 모으기 위해서라도 말의 순서나 시기에 대해 좀 더 깊이 고민해 주셨으면 합니다. 수많은 난관을 넘어야 하는 우리 당의 오늘과 내일이 걱정되어 드리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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