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앤수첩/박순종] 나는 이번 총선 본투표 당일에 사전투표용 투표용지 받았다...어떻게 된 일인가?
[펜앤수첩/박순종] 나는 이번 총선 본투표 당일에 사전투표용 투표용지 받았다...어떻게 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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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앤드마이크 기자, 제21대 총선 본투표 당일인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소재 투표소에서 투표권 행사
투표용지에서 ‘인쇄된 선관위 날인’ 발견하고 “문제없는 투표용지인가?” 이의 제기까지...“동대문구선관위는 ‘그 남자’ 데려와라”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한 ‘막대 모양의 기호’ 규정 무시하고 ‘QR코드’ 임의 도입한 선관위...이번 총선,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치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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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종 펜앤드마이크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 관계자는 내 말을 듣더니 “굉장히 황당하다”고 했다. 내가 총선 본투표 당일에 절취선이 있고 일련번호 등이 부여된 투표용지가 아니라 사전투표용 투표용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자 선관위 측 담당자가 내게 보인 반응이었다.

내가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곳은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소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서울바이오허브에 설치된 투표소였다. 투표소로 향한 날짜와 시간대는 총선 본투표 당일인 지난 4월15일 오전 8시에 9시 사이. 투표를 마친 후 나는 출근해 총선 관련 취재를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했다.

나는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더불어민주당에 패할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100석을 지키면 다행일 수도 있겠다’는 것이 당시 내 솔직한 생각이었던 것이다.

민경욱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이나 공병호 전(前)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 등, 다수의 우파 인사들이 이번 총선 사전투표 투표용지에서 사용된 ‘QR코드’와 관련해 ‘부정선거’ 또는 ‘개표조작’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하지만 ‘QR코드’와 관련한 문제점이 지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선관위를 대상으로 한 소송도 제기된 상태다.

이번 총선이 실시되기 한 달 전이었는지, 아니면, 한 달 반쯤 전이었는지 잊어버렸지만, 어쨌든 총선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시점에서, 선관위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중인 단체를 대리해 우리 회사를 찾아오신 어느 여성 분께서 한 뭉치의 소송 관련 자료를 내게 건네주고 돌아가셨다. 그 안에는, 선관위 관계자와의 녹취록, 선관위 측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 등, 선관위 측의 불투명한 일 처리 태도를 비롯해 석연치 않은 여러 정황들을 알 수 있는 정보가 담겨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이번에 논란이 된 ‘QR코드’와 관련한 지적 사항도 포함돼 있었다.

그때 내게 소송 관련 자료를 전달해 주신 분께서 ‘QR코드’ 등과 관련해 지적하신 문제들 가운데 내가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부분은 ‘공직선거법’(이하 ‘선거법’)에 명시된 ‘바코드’ 관련 부분이었다.

‘선거법’ 제151조는 사전투표 투표용지에 쓰일 ‘바코드’와 관련해 명확하고도 자세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같은 조항 6항은 투표용지 발급기를 이용해 투표용지를 작성하게 할 때 투표용지에 인쇄하는 일련번호는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한 막대 모양의 기호’로 된 ‘바코드’를 사용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막대 모양의 기호’가 아닌 ‘QR코드’를 “2차원 바코드”라며 사용을 고집하고 있는 선관위는 ‘선거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이다.

각설(却說)하고, 그 분께서 지적하신 ‘QR코드’와 관련한 인상은 그렇게 내 뇌리 깊은 곳에 들어와 박혔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 문제의 ‘QR코드’를 찾아보겠노라” 하는 생각으로 본투표 당일 투표소를 찾은 것이었다.

“‘QR코드’는 사전투표 투표용지에만 사용됐는데, 왜 본투표 당일에 ‘QR코드’를 찾을 생각을 했는가?”

이런 문제 제기도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QR코드’가 사전투표에서만 사용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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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소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서울바이오허브.(사진=박순종 기자)

문제의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본투표 당일, 문제의 투표소를 찾은 나는 투표용지를 교부받고 그 자리에 한참을 서서 투표용지를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기표란의 간격은 제대로 떨어져 있는지, 선관위 도장 날인은 인쇄된 것이었는지 아니면 사람이 직접 날인한 것이었는지, 그리고 ‘QR코드’. 특히 ‘QR코드’를 보면서는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들었던 바로 그것이로구나’하고 생각까지 했다. 그리고서 투표용지를 교부한 남성 관계자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도장이 날인된 것이 아니라 인쇄된 것인데, 이것은 문제없는 투표용지인가요?”

해당 관계자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듣고 난 후에야 나는, 찜찜한 마음으로, 기표소에 들어가 내가 표를 주고자 하는 지역구 후보자와 비례정당에 각각 기표하고 투표용지를 두 번 접어 투표함에 넣고 회사로 향했던 것이다.

문제는 28일 아침에 터졌다. 인쇄된 도장 날인과 ‘QR코드’가 있는 투표용지는 ‘사전투표용’이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을 인지한 나는 격분한 나머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동대문구선거관리위원회에 항의 전화를 했다.

중앙선관위 측 관계자는 굉장히 흥분한 어조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사례는 처음 보고된 것으로 상부에 알리겠다”고 했다. 중앙선관위 측 관계자의 말은 동대문구선관위 측의 비위 사실이 발견된다면 중앙선관위 측으로서는 ‘오히려 좋은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반면 동대문구선관위 측 관계자는 내게 아주 담담한 어조로 “그런 일은 없었음이 확인됐다”는 식의 통지만을 보내왔다.

나는 동대문구선관위 측에 묻고 싶다. 정말로 ‘그런 일’이 없었다면 당일 나는 헛것을 보고 문제의 선거 관계자에게 이의 제기를 했다는 말인가? 그 남성 관계자를 찾아내 내 앞에 데려오기를, 동대문구선관위 측에, 나는 강력히 요구하는 바다. 나는 투표용지를 꼼꼼히 살피느라 바로 기표소로 들어가지 않은 데에다가, 선거 관계자에게 이의 제기까지 했으므로, 이런 내 모습이 인상에 남은 선거 참관인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번 총선과 관련해 제기된 여러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아직까지는 ‘부정선거’의 결정적 증거를 잡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내 입장이다. 하지만 ‘QR코드’ 등과 관련해 선관위 측의 불투명한 태도는 이같은 의혹을 증폭시키기에는 충분한 것이라는 점과, 여러 증언과 물증 등으로 볼 때, 이번 총선이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관리됐다는 점만큼은 ‘사실’이라고 확언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사례는 현장에서 이의 제기를 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특이한 사례이자 의미가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나와 같거나 비슷한 경험을 한 유권자가 있다면 내게 연락해 주기를 바란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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