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하게 취득한 사생활 정보 “퍼뜨리겠다” 협박한 뒤 수사협조 요청도
내부 인사 “휴대폰 복제 후 성 관련 사생활 등 별건으로 압박하는 것이 수사 관행” 폭로
‘압수물 관리가 소꿉장난식’...수사팀원들 성적 유흥 위해 아무 때나 분석실 드나들어
합수단, 朴 탄핵국면 당시 기무사 계엄령 발동 의혹 수사 위해 출범했지만 진전 없어
현재 축소된 상태로 운용돼...주요 관계자들 기소 정지 처분 혹은 무죄판결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지검에서 열린 '계엄령 문건 의혹 합동수사단' 현판식에서 참석자들이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기무사 계엄 문건을 수사 중인 문재인 정부 군·검 합동수사단 관계자들이 참고인의 휴대폰을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으로 해제하고, 거기서 나온 사적인 사진과 동영상을 돌려 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렇게 얻은 사생활 정보를 빌미 삼아 참고인을 상대로 수사에 협조하라는 압박을 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28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합수단은 계엄령 문건 수사가 한창이던 2018년 8월 참고인으로 조사받던 현역 A 간부의 휴대폰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출받고 포렌식 작업을 했다. 그런데 수사와 무관한 개인 정보까지 대거 포렌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A 간부와 관련된 여성 3~4명의 사적인 사진과 동영상 등이 복원됐다. 합수단 내부 인사는 “다수의 합수단 인사가 재미 삼아 포렌식 분석실에 드나들며 (휴대폰의) 민간 여성의 사진·동영상을 봤다”고 했다. 이들은 A 간부의 휴대폰에서 나온 사진 등을 보며 성적인 농담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합수단은 이 간부의 휴대폰 정보를 “퍼뜨리겠다”고 압박한 뒤 일종의 협조를 요청했다고도 한다. 포렌식은 혐의 사실 관련 정보만 전문적으로 분리 추출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하고 부당하게 취득한 개인 정보까지 수사에 이용한 셈이다. 이에 대해 합수단 출신의 한 내부 인사는 “다른 수사나 징계 사안도 계획적·의도적으로 휴대폰 내용을 무단 복제한 뒤 성(性) 관련 사생활 등 별건으로 압박하는 것이 수사 관행이었다”고 밝혔다.

포렌식 이후의 정보 관리가 소홀한 것도 문제였다. 보통 포렌식 분석실은 수사실과 엄격히 분리하고 수사를 위해 확보된 전자 정보에 대해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지만, 합수단은 이런 일체의 절차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한 내부 인사는 “수사 검사나 수사관 등이 자신들의 성적 유흥 등의 개인 목적으로 아무 때나 (포렌식실을) 들락날락했다”며 “심지어 한 중견 간부는 청와대 하명 수사라는 엄중한 수사 상황에서도 ‘나는 일이 없어 심심하다’는 이유로 재미 삼아 포렌식 분석실을 수시로 드나들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압수물 관리가 소꿉장난 식이었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혐의 사실과 무관한 전자 정보는 탐색할 수 없으므로, 사적인 정보는 영장주의 원칙에 따라 즉시 삭제 폐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수단은 2018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출범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계엄령을 발동하려 했다는 의혹 등을 수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합수단은 박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에 대해 기소 중지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말에는 소강원 전 국군기무사령부 참모장(소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군사법원에서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후 군은 공소 유지를 위해 합수단을 축소 운용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에 군에서는 합수단 수사에 대해 “무리했다”는 반응이 나왔고, 합수단 출신 인사들은 주변에 “(이번 총선에서) 정권이 교체되면 곤란해지니 1번을 찍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수차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국방부는 이에 대해 “합수단은 누구의 지휘, 감독도 받지 않고 수사 결과만을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등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보장했다”고 해명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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