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연구원들 수년간 1인당 수만~수십만 건씩 기밀 자료 무단으로 빼내
한 연구원은 68만건 USB 담아 유출...현재 대학 연구소 책임자로 재직 중
일부 연구원 “퇴직 후 취업 위해 기술 빼내가는 관행 있었다” 진술
軍 당국·국정원, 유출된 자료 분석 및 유포 범위 확인하는 등 수사 나서

국방과학연구소./연합뉴스

우리 군의 국산 무기 개발을 주관하는 국방과학연구소(ADD) 퇴직 연구원들이 지난 수년간 1인당 수만~수십만 건씩 무기 관련 기술·정보를 허가 없이 빼내간 정황이 포착돼 군과 국가정보원이 수사에 나섰다.

27일 군 당국에 따르면 ADD는 자체 조사에서 고위급 연구원들이 퇴직 당시 허가 없이 무기 개발과 관련된 기밀 연구 자료를 외부로 유출한 정황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군사안보지원사령부와 국정원, 경찰이 유출 혐의를 받는 퇴직 연구원들에 대한 합동 수사에 착수했다. 정부 관계자는 “특히 최근 2~3년 내에 퇴직한 20여명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지난해 9월 ADD를 그만둔 A 연구원이 퇴직하면서 드론 등 무인체계와 미래전 관련 정보, AI(인공지능) 기술 등이 포함된 연구 자료 68만건을 USB에 담아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방산업체들이 탐낼만한 정보들이 상당수라고 한다. 현재 A 연구원은 “돈을 벌기 위해 기밀 연구자료를 가져가지 않았다. 연구할 때 참조용으로 보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A 연구원은 서울의 한 사립대 연구소 책임자로 재직 중이다.

또 이번 수사 대상에 오른 퇴직 연구원 20여명은 대부분 국내 대학 연구소나 한화, LIG넥스원 등 유명 방산 기업에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일부는 수사 중 “퇴직 이후 취업을 위해 기술을 빼내가는 관행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정확히 어떤 기술이 어느 곳으로 얼마나 빠져나갔는지 파악하고 있다”며 “군사 기술과 기밀이 사기업 등으로 유출돼 쓰였다면 심각한 일”이라고 밝혔다. ADD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굉장히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기술 보호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이번 사태를 최근 잇따른 부대 경계작전 실패와 무관치 않은 군 기강 해이의 한 사례로 꼽는다. 우리 군이 가진 최신 무기의 성능 등과 관련한 자료들이 대량 유출된 만큼, ADD의 보안의식 부재와 허술한 관리 시스템이 초래한 ‘안보 실책’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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