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들어 가파르게 상승한 국가채무...정치적 요인이 재정위기 앞당길 우려
재원에 여유 없는데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에 재난지원금까지...중복지원 문제 살펴봐야
올해 예산에 이미 현금복지 54.3조, 일자리예산 26.8조원, 고교무상교육 등 재정에 여유 없어
페론의 아르헨티나, 파판드레우의 그리스, 베네주엘라의 차베스 등의 실패에서 교훈 얻어야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중국발 코로나 감염병이 확산되면서 한국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뜨거운 이슈가 엄청난 현금살포다. 한국의 2050만 가구 중 소득 하위 70%인 1400만 가구에 대해 소득수준에 따라 180만 원에서 320만 원이 지급되고 있다. 천문학적인 규모다. 때마침 총선도 있었고 해서 이때다 하고 정부여당은 물론 심지어 지방정부에서도 주저 없이 무한정 현금을 살포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선거 후 나중에 주겠다고 미리 가불지원 공약까지 했다. 총선이 끝나자 재원도 한계가 있으니 상위 30%는 지원은 하되 기부를 받도록 하자는 기상천외한 주장들도 나오고 있는 코메디 같은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국회나 정부여당의 모습이다. 

코로나 감염병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생계가 어려운 가계를 지원하거나 극도로 위축된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재정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의 제한된 지원은 마다할 리 없다. 그러나 2050만 가구 중 1400만 가구에 대해 엄청난 현금을 살포하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치다고 아니할 수 없다. 때마침 치루어진 총선을 앞두고 현금지급을 위한 국회 추경은 나중에 하고 미리 앞당겨 지원하자는 주장은 총선용 현금살포라는 오해를 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한국이 세계 최빈곤국이던 자유당 시절 시절에는 고무신 한 컬레도 소중했다. 당시 가난해서 페타이어 고무로 만든 검정 고무신을 신고다니던 시절에 선거 때만 되면 하얀 고무신이 가가호호에 나눠진다고 해서 고무신선거라는 별칭까지 생겨나기도 했었다. 당연히 불법적인 타락한 선거의 모습이었다. 한국은 이를 시정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으면서 공영선거제도까지 도입하는 등 노력을 해 왔다. 그 결과 후진 개도국 중에서는 보기드물게 자유민주주의의 출발이 되는 깨끗하고 공명정대한 선거가 정착되는가 싶었는데 이번 코로나와 총선이 겹치면서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막대한 현금을 살포해 깨끗하고 공명정대한 선거를 위한 그 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하고 있는 듯한 안타까운 모습이다.

정부는 3월 30일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개최하고 9조 1천억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70% 약 1400만 가구에 대해 4인 가족 기준 100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총 소요 재원은 10.3조원 규모인데 1.2조원은 저소득층 소비쿠폰(1.0조원), 긴급복지(0.2조원)으로 국고에서 100% 이미 지원되고 있고 9.1조원은 추가로 2차 추경을 편성하여 지급하기로 했다. 9.1조원은 중앙정부에서 7.1조원, 지방정부에서 2.0조원을 부담하기로 결정했으나 즉각적인 지방정부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중앙정부 분담금은 기본적으로 예산 지출구조조정을 통하여 충당한다는 원칙을 정했다. 그러나 과연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조달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2차 추가경정예산을 국회에 제출해 통과되면 5월 중순 전후에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방안이 발표되자 수 많은 논란이 제기되었다. 우선 소득도 근로소득 부동산소득 금융소득 등 다양한데 지급기준이 되는 소득 70%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였다. 일단은 건강보험료 부과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4·15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추경이 통과되면 5월 중순에 지급한다는 방안으로 지급기준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발표해 총선용 포퓰리즘이 아니냐 하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대해 미래통합당 황교안대표는 4월 5일 5200만 모든 국민에게 50만 원을 즉시 지급하자는 주장을 제기했다. 소요재원 약 26조 원은 전액 각 부처 예산을 삭감해서 조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자 다음 날인 4월 6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50만 가구 전 가구에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씩을 지급하자는 주장을 했다. 소요재원은 약 13조 원이 추산되는데 지급은 역시 총선 직후 지급한다는 주장이다. 점입가경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역대 최대의 돈선거, 그것도 가불선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심지어 자유당시절 고무신선거를 방불케 하는 타락한 선거라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두 번째 문제점은 재정문제다. 1차 추경까지 포함한 2020년도 국가채무는 815.4조 원으로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1.2%로 추정되어 위험수위로 간주되고 있는 40%를 넘어서게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6년 말에 36%였으나 문재인정부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사태로 2차 3차 추경이 예고되고 있다. 설상가상 하반기 들어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되어 금융부실을 방지하기 위한 공적자금 투입도 예상되고 대대적인 기업구조조정 결과 공황수준으로 악화될 전망인 대량실업문제 해소를 위해 투입되어야 할 재정까지 고려하면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급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관리재정수지도 1차 추경까지만 포함한 경우에도 82조 원에 이르러 GDP 대비 -4.1%에 이르러 위험수위로 간주되고 있는 –3%를 이미 넘어서고 있다. 코로나사태로 2차 3차 추경도 예상되고 있고 설상가상 하반기 들어 본격화될 기업구조조정과 실업문제 해소를 위한 재정투입을 고려하면 재정수지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처럼 재정이 위험수위를 넘어서면 재정위기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2011년 재정위기가 발생했던 남유럽의 경우 2011년 재정수지의 GDP에 대한 비율이 이태리 –3.9%, 포르투갈 –4.2%, 스페인 –8.5%, 그리스 –9.1%, 아일랜드 –13.1%이었다. 이들 대부분 국가들이 2007년 까지만 해도 재정수지가 건전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어면서 재정이  급격히 악화되어 마침내 2011년에 일제히 재정위기로 추락했다. 유럽재정위기는 한국도 재정상황이 이처럼 급속히 악화되면 수년 내 재정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지금 다분히 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전 국민에게 여유도 없는 재정을 마구 뿌리는 것은 재정위기를 앞당기는 매우 위험한 정책이다. 제한된 재원을 위기의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기업의 생태계가 완전히 붕괴되지 않고 고용을 최대한 유지해 갈 수 있도록 반드시 필요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정책이다. 여유도 없는 재정을 마구 뿌리며 포퓰리즘을 즐기고 있다가는 얼마 안가서 한국은 남유럽이나 심지어 남미의 아르헨티나나 베네주엘라처럼 돌아오기 힘든 질곡으로 추락하게 될 우려가 크다.

세 번째 문제점은 재원도 여유가 없는데 너무 많은 중복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4인 가족 기준 중위소득은 475만 원이다. 중위소득 40%(190만 원)이하 가구에 대해서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가 지급되고 있다. 차 상위 10% (237.5만 원)에 대해서는 주거급여 교육급여가 지급되고 있다. 생계급여는 월 142만 원, 의료급여는 190만 원, 주거급여는 214만 원, 교육급여는 237만 원이다. 

여기에 추가해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수급대상자인 중위소득 40% 이하 138만 가구에 대해서는 재난지원금으로 소비쿠폰 140만원, 차상위 주거급여 교육급여 수급대상자 30만 가구에 대해서는 재난지원금으로 소비쿠폰 108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소득 하위 70%에 대해서는 건보료 감면 8.8~9.4만 원, 특별돌봄쿠폰 80만 원도 지급되고 있다. 여기에 추가해서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해 100만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를 모두 합하면 중위소득 40% 이하 138만 가구에 대해서는 기초생계비 외에 320만 원이 지급되고, 차상위 10% 30만 가구에 대해서는 기초생계비 외에 297만 원이 지급되고, 중위소득 50% 이상~소득 하위 70% 1082만 가구에 대해서는 180~189만 원이 지급되고 있다. 이 밖에도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노인일자리쿠폰 54.3만 명에게 23.6만 원이 지급되고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으로 30만 명에게 6개월 간 월 126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긴급복지로 134.4 만 명에게 123만 원도 지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이 밖에도 이미 512조 원에 이르는 2020년도 방대한 슈퍼예산에 현금복지가 54.3조 원이나 포함되어 있다. 현금복지란 기초연금 아동수당 근로장려금 자녀장려금 등 비기여형 현급복지를 말한다. 사실상 현금복지나 다름 없는 단기 일자리예산도 26.8조 원이 포함되어 있다. 편의상 이 둘을 합해 현금성 복지라고 부르면 현금성 복지에 금년에 81.1조 원이 배정되어 있는 것이다. 이 밖에 고교무상교육에 중앙정부 6594억 원과 지방정부지원을 합해 1조 3천억 원, 유아교육비보육료지원사업도 4조 316억 원이 책정되어 있다. 이를 모두 합하면 86.4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의 현금성 복지가 약 1200여 만 명에게 분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중 중복 살포만 2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중복해서 지원하고 있을 정도로 재정사정이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하반기에 엄청난 기업구조조정과 폭증할 대량실업문제가 예상되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재정위기, 금융위기, 외환위기가 한꺼번에 올 수도 있는 복합위기도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위기의 마지막 보루는 재정의 방파제다. 지금 이처럼 중복해서 마구 뿌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현금살포로 위기의 마지막 보루인 재정의 방파제가 무너지고 나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한국경제는 완전히 붕괴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가정이나 국가나 마찬가지다. 경제란 언제나 흥청망청 쓰도 괜찮은 화수분이 아니다. 가능하면 불요불급한 예산을 전용해서 사용하는 등 아껴 쓰면서 더 큰 위기를 위해 재정의 방파제를 건실하게 유지해야 한다. 

페론의 아르헨티나, 파판드레우의 그리스 등 남미와 남유럽의 재정위기가 바로 이처럼 재정을 무절제하게 사용한데서 비릇되었다. 그리스의 파판드레우는 ‘국민이 원하면 무엇이든지 해 준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무한한 화수분인양 재정을 마구 쓰며 장기집권을 한 결과 2011년에 재정위기를 맞아 그리스경제는 참담하게 무너져 국유재산들은 물론 심지어 유서 깊은 문화재도 외국에 팔리고 국민들은 도탄에 빠지고 말았다. 

1998년에 집권한 베네주엘라의 차베스도 재정을 아랑곳 하지 않는 포퓰리즘으로 유명하다. 포퓰리즘의 힘으로 4선의 대통령을 역임한 후 2010년에 암으로 사망하고 후계자 마두로가 집권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재정이 바닥이 나자 돈을 마구 찎어 사용해 인플레이션율이 지난 해에는 33만 퍼센트에 이르는 등 경제는 완전히 파탄 났다. 마구 찎어 낸 돈이 가치가 없어지자 거리에 뿌려져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외신은 전하고 있다. 견디다 못한 500여만 명이 조국을 떠나 유랑인의 신세가 되고 있다. 재정 아낄 줄 모르고 오직 집권만을 생각하고 현금살포를 함부로 하다가는 국민들이 유리걸식하는 베네주엘라가 남의 얘기가 아닐 우려도 있다.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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