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운동연합, "21대 국회,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 개최
김종인 "지난 30년동안 左右가 반반씩 통치"..."제도에 앞서 사람이 문제"
"권력을 절제해 사용하려는 통치자의 기본자세가 중요"
장영수 "군소정당의 몰락 예견됐음에도 군소정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앞장서"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의 비율을 1:1로""대통령 인사권 제한해야"
강원택 "촛불집회와 탄핵 정국 이후에도 나아진 게 없어...사람이 아닌 구조의 문제"
"3김시대 보다 정치가 퇴행""총선으로 거대양당만 있고 나머지 중간지대 사라져"
김종민 "전무후무할 여당의 압승...국민이 야당의 발목잡기 심판한 것"
"일을 확실히 하라고 힘을 한쪽으로 몰아줬으니 선거제든 개헌이든 다 바꾸도록 하겠다"
정종섭 "지난 국회에서 민주당도 개헌하겠다더니 대통령 눈치 보느라 아무 것도 못 해"
"21대 국회도 거대양당 중심으로 갈등만 벌일 것...비례대표 의석수 크게 늘려야"
이하경 "제3의 세력이 의회 진출할 수 있도록 거대양당 중심 질서 허물어야"
"한국에 보수세력은 있는데 보수이념은 없다""혹자는 민주당이 보수고 통합당은 극우로 본다"
윤평중 "야당의 기록적 패배는 수구세력 퇴출하라는 촛불의 지상명령"
"제도나 시스템 바꾼다고 정치개혁 되는 게 아냐...헌법 조항에 '자유' 삭제하려니 얼마나 시끄러웠는가"

(왼쪽부터)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 신영무 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대표.

시민단체 바른사회운동연합은 24일 오후 명동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21대 국회,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이름으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당초 4.15 총선 이전에 열기로 했으나 우한 코로나로 연기된 이날 토론회는 총선 결과를 반영하는 주제로 급히 변경됐다.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발언을 하기로 해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와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87년 체제를 넘어서')의 발제 이후 토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과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종섭 미래통합당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이 토론자로 나섰다.

바른사회운동연합을 조직한 신영무 상임대표는 개회사에서 "무너져가는 3권분립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를 계속 묻고 고민할 것"이라며 4.15 총선 이후 열린 토론회의 의의를 강조했다.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격려사에서 87체제 이후를 회고하며 "공교롭게도 지난 30년동안 좌우(左右)가 반반씩 통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식상으로 민주주의를 한 것은 틀림없지만 실질을 놓고 봤을 때 과연 그랬었느냐"며 "모든 역대 대통령들은 제왕적 통치 문화로 인해 최후에 불행하게 끝났다. 사람의 문제이지 선거제도와 개헌의 문제일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집권자 스스로 자신이 없으니 사법부까지 장악하려는 것"이라며 "제도와 법률을 논하기 이전에 권력을 절제해 사용하려는 통치자의 기본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 정종섭 미래통합당 의원,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혀 연동이 불가한 것으로 군소정당의 몰락이 예견됐음에도 군소정당이 앞장서다니 놀랍기만 했다"면서 제21대 국회에서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의 비율을 1:1에 가깝도록 해야 제도의 순기능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장 교수는 3권분립을 초월하는 대통령으로의 권력 집중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며 "인사권을 국무총리와 상당 부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헌을 해야한다"고 역설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3김시대 보다 정치가 퇴행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총선 결과를 보면 거대양당만 있고 나머지 중간지대는 사라졌다"며 "제21대 국회도 양극화된 적대 정치로 인해 파행을 겪을 게 불보듯 뻔하다"고 했다.

강 교수는 앞서 김종인 전 위원장이 제도 이전에 사람의 문제라고 지적한 것과 달리 "촛불집회와 탄핵 정국 이후에도 고질적 병폐가 이어지는 것은 사람이 아닌 구조의 문제"라고 했다. 그 역시 장 교수와 같은 입장에서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하며 양당제적, 또는 일당지배체제적 구조 혁파 및 비례성을 높이는 비례대표제 마련을 주문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15 총선 결과를 두고 "집권여당이 3분의 2 이상의 의석수를 점하게 된 사건은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제20대 국회가 야당의 발목잡기로 일을 못해서 국민 심판이 뒤따른 것이라 주장하며 "이뻐서 표를 준 게 아니라 일을 확실히 할 수 있도록 한쪽에 힘을 몰아주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까지가 선거제와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마지막 시기라고 말하며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들이 비례대표제에 불신이 크기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의 비율을 1:1에 가깝게 끌어올려야 한다는 장 교수의 주장에 동의하기도 했다.

정종섭 미래통합당 의원은 제21대 국회도 개헌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지난 국회에서 개헌 주장했을 때 민주당 의원들도 동의한다며 일을 해보기로 했는데 대통령 반응이 탐탁찮았는지 집권여당 사람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며 총선 결과에서 보듯 거대양당 중심으로 갈등만 벌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의원도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지역구 의석수를 200석, 비례대표 의석수를 100석으로 하는 2:1 비율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은 거대양당 중심의 정치질서가 정당 정치의 폐해를 누적시키고 있다고 말하며 "조봉암 등 제3의 세력이 의회에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이승만 정권 당시의 선거법이 큰 틀에서 유지되고 있는데 재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이 주필은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한국에 보수세력은 있는데 보수이념은 없다고들 한다"며 보수정당에 쇄신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이제 한국사회가 민주당을 보수로 본다. 통합당은 극우라는 것"이라고 평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야당의 기록적 패배는 수구세력을 퇴출하고 성숙한 민주공화정으로 나아가라는 '2016~2017 촛불'의 지상명령이 유효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시대착오적인 박근혜 정권이 난파한 자리에 더 거대해진 문재인 정권의 청와대가 들어선 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일대 역설"이라 비판했다.

이날 발제에 대해 윤 교수는 제도나 시스템을 바꾸면 권력의 작동기제가 따라서 바뀔 것이라는 낙관론을 경계하며 한국인들의 '마음의 습관'이 결코 바뀌지 않는다고 첨언했다. 그 사례로 문재인 정권이 출범 초기에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조항에서 '자유'를 삭제하려 했을 때 벌어진 평지풍파를 들어 눈길을 끌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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