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 주장은 결국 ‘국민은 알 필요 없다’는 것”...‘5.18명단 공개’ 항소심 첫 공개 변론
“국가보훈처 주장은 결국 ‘국민은 알 필요 없다’는 것”...‘5.18명단 공개’ 항소심 첫 공개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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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유공자 명단 공개 청구 원고 측 변호인 “‘5.18에 대한 판단은 국가만이 할 수 있다’ 식의 판결은 재판부의 오만”
국가보훈처 측 “5.18 유공자 심의 내용은 국회 감사 받아...개인이 이를 못 믿겠다며 정보 공개 청구하는 것은 ‘청구권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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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소재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박순종 기자)

5.18 광주 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과 개별 유공자의 공적(功績) 공개와 관련한 항소심 첫 공개 변론이 2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소재 서울고등법원 제1별관 306호에서 진행됐다.

지난 2018년 12월21일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채 모 씨 등 99명의 원고는 판결 직후 항소했으며, 지난해 5월24일 이래 두 차례의 변론기일을 가졌다.

채 모 씨 등 원고 측 변호는 법률사무소 이세(利世)의 김기수 변호사가 맡았다.

이날 변론에서 김기수 변호사는 지난 1심 재판부가 ▲원고 측이 요청한 정보는 개인 식별 정보에 해당하므로 공개될 경우 인격적 내면 정신 생활에 지장이 초래될 가능성이 인정된다는 점 ▲5.18 민주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2조(예우의 기본 이념)와 관련해서는 박물관 건립 내지 전시관 등의 설치로 충분한 것이며 개개인의 공적(功績)이 꼭 공개돼야 입법 목적이 달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선정 과정에서 관련 심의원회가 충분히 조사를 했다는 점 ▲기타 국가유공자들의 개인 정보 역시 비공개인 점 등의 논거를 들어 원고패 판결을 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사법부의 판결로써는 굉장히 실망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 1심 재판부의 네 가지 논거를 차례차례 반박하고, 5.18 유공자들을 제대로 대우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그 명단이 공개돼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먼저 김 변호사는 “5.18 민주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은 5.18과 관련해 ‘우리와 우리 자손들에게 숭고한 애국·애족정신의 귀감(龜鑑)으로서 항구적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헌법 전문(全文)에 준하는 내용으로써, 박물관 설립 내지 전시관 설치만으로 충분하다고 본 1심 재판부는 해당 법률이 명령한 ‘기본 정신’을 몰각(沒覺)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또 “관련 법률이 5.18에 대한 규정을 전혀 하고 있지 않아 유공자 선정 과정에 있어 객관성과 투명성이 결여돼 있는 데다가 ‘국가가 다 알아서 한다’는 식의 판결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유공자들의 공적(功績) 조서의 내용만이라도 알려달라는 청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은 (5.18에 대한 판단은) 국가만이 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이는 ‘오만한 결정’”이라고 했다.

다른 국가유공자들의 경우에 있어서도 그 명단 등이 공개돼 있지 않았다는 점과 관련해서 김 변호사는 “여타 유공자들의 경우, 나라의 부름을 받은 가운데 희생됐다는 국가 기록이 확실히 남아 있어 어떤 공로로 유공자가 됐는지에 대해 우리가 자세히 알 수 있다”며 “‘5.18 유공자’는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관점에서 ‘독립운동 유공자’에 비견될 수 있는데, 독립운동 유공자의 경우 적극적으로 그 내용이 공개되고 있다”고 반론했다.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 측 변호인은 5.18 유공자들의 개별 공적을 알아내 선별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는 식의 논리를 펼쳤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전부 알아야 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국가보훈처 측은 5.18 민주화 유공자들에게는 ‘사생활의 자유’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며 유공자 심사 과정의 투명성과 관련해서는 “국가보훈처가 심사하고 국회에서 감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개인이 이를 믿지 못 하겠다며 정보 공개를 청구하는 것은 ‘청구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은) 근현대사 사건이기 때문에 가치 판단의 영역에 속하는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5.18 민주화 운동 유공자들을 선정하고 예우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수호’라는 가치가 인정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변론을 마친 후 이어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고 측 변호를 맡은 김기수 변호사는 이날 공개 변론과 관련해 “국가보훈처 측 주장은, 1심 때와 마찬가지로, 결국, ‘국민은 알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재판부가 양측의 입장을 상당히 경청하는 듯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항소심의 선고기일은 오는 5월22일 오후 2시로 예정됐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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