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식 칼럼] 아파트값 폭등이 총선에 미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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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0.04.24 11:21:49
  • 최종수정 2020.04.2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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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무능과 정책 실패였으나 젊은 세대의 절망감으로 여당에 되레 이득 초래
통합당 ‘가진 자들의 정당’ 이미지 못 벗어나면 향후 선거도 고전 불가피
홍찬식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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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서 관심 포인트 중 하나는 문재인 정권 들어 급등한 아파트 값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어떻게 작용했을까 하는 점이었다. 부동산 값 급등은 문재인 정권의 무능을 드러낸 대표적인 정책 실패로 꼽힌다. 시민단체인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2년6개월 만에 서울 아파트값이 32% 상승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2019년 11월 기준). 금액으로는 서울 아파트 한 채에 평균 4억 원씩 올랐다고 했다. 자고 일어나면 몇 백, 몇 천 씩 집값이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단순한 ‘내 집 마련’의 차원을 넘어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욕망들이 뒤엉켜 있는 축약도와 같다. 따라서 사람들은 여기에 어떤 문제보다도 민감하고 정서적으로 반응한다. 집권 여당이 기록적인 압승을 거둔 이번 총선에 부동산값 급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대응이 어떤 형태로든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아파트 값 폭등은 선거에서 집권 여당에게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상식이다. 시중에서는 이 정부의 간판 정책인 ‘소득 주도 성장’에 빗대 ‘불로소득 주도 성장’이란 말로 정부를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값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외계인’ 발언으로 가뜩이나 들끓는 여론에 더 불을 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여당의 대승으로 부동산 문제가 과연 ‘악재(惡材)’로 작용했는지는 거대한 파도 속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몇 가지 단서들은 포착된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영호남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선거구에서 도시화된 지역을 휩쓸다시피 했다. 수도권 뿐 아니라 충청권 강원권에서도 도시화가 진전된 지역은 예외 없이 민주당 승리로 귀결됐다. 반면에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그나마 승리한 지역구는 경기 충남 충북 강원 지역에서 주로 외곽에 속하는 곳이라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면 경기도 동부와 충청남도 남부, 강원도 동부 같은 지역이다. 모두 도시화 비율이 낮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일수록 민주당 지지표가 많았다. 그것도 민주당이 대략 6대4 비율의 큰 차이로 통합당을 앞섰다. 이 정도라면 향후 선거에서도 획기적인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한편 통합당은 서울의 423개 행정동 가운데 73개 동에서 우세를 보였는데 부촌인 강남과 용산 이외에 통합당이 우세했던 24개 비강남 동(洞) 역시 고가 아파트들이 밀집한 곳이었다. 고가 아파트 지역과 나머지 지역의 정치적 성향이 이처럼 뚜렷이 구분된 선거는 과거에 없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파트값 폭등은 현 정권과 같은 맥락의 노무현 정권 때도 벌어졌던 일이다. 노무현 정권이 한자리수 지지율로 떨어지면서 몰락하는 주요한 배경이 됐다. 하지만 이번 상황은 그 때와 많은 차이가 있다.

우선 아파트 보급이 더욱 진전됐다. 전체 주택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노무현 정권 임기였던 2005년에 53%를 차지했으나 문재인 임기인 2017년에는 60.1%로 늘어났다.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까지 포함하면 공동주택의 비율이 전체 75%에 이른다. 지리적으로 서울에 가까워질수록 아파트 비율이 더 높아진다. 이번 폭등으로 가장 비싼 아파트와 가장 싼 아파트의 격차는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이 벌어졌다. 전용면적 84 제곱미터 아파트가 수도권 어느 곳에선 3억 원에 팔리지만 강남 요지에선 30억 원에 거래됐다. 아파트 값 폭등은 외곽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아파트값은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됐고 많은 이들이 ‘대박’을 꿈꿨다. 생소한 부동산 용어들이 전혀 낯설지 않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은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들이 조성되는 1990년대 중반 이후의 일로 불과 20여 년 만에 한국 사회는 ‘아파트 공화국’으로 변했다. 그 스피드도 놀랍거니와 세계에서 한국과 같은 아파트 국가는 홍콩 싱가포르 등 일부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주거 양식의 급속한 변화는 그 안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사회의식, 정치의식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또 다른 측면을 따져 보고 싶다. 30, 40대를 중심으로 유권자들이 우파 정당인 통합당에 대해 뭔가 단단히 화가 나 있다는 점이다. 총선의 흐름을 바꿔놓은 요인으로 코로나, 공천 실패, 막말, 현금 살포 등을 꼽지만 막말의 경우 민주당 쪽이 더 하면 더 했지 못하지 않았다. “아내는 하나보다 둘이 낫다” “핑크는 포르노” “부산은 초라하다” 등의 발언이 그쪽에서 나왔다. 또한 대권을 노린다는 이낙연 후보는 부모 묘소 조성에 불법 행위가, 김남국 후보는 팟캐스트에서 성희롱과 여성 비하 발언에 거짓말까지 드러났으나 슬그머니 넘어가고 말았다.

이에 비해 통합당은 ‘n번방’ ‘30, 40대 무지’ ‘세월호 텐트’ 세 가지 발언으로 당 내부가 요동치는 지경이 됐다. 공천 문제에서는 미래통합당 쪽에서 공천위원장의 중도 사퇴, 공천 번복 등으로 흉한 꼴을 보인 것은 맞지만 민주당 쪽을 보면 지역구 공천자 가운데 586그룹이 전체의 62.5%인 158명에 달해 역시 ‘운동권 그들만의 수구 정당’임을 드러냈고 청년후보 공천도 6명에 불과해 12명을 공천한 통합당이 오히려 더 많았다. 그럼에도 ‘꼰대당’ 소리를 들은 것은 통합당이었다. 다시 말해 유권자들은 좌파 정당은 뭘 해도 대충 넘어가 주고 우파 정당에게는 날선 회초리부터 꺼내들고 있는 것이다.

그 반감의 실체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다. 통합당이 ‘영남당’이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호남 쪽 지역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통합당 후보가 7.4% 득표(전북 익산갑 김경안 후보)에 그쳤다는 점에서 민주당 당선자를 6명 배출한 영남 지역은 지역주의를 따질 때 비교 대상이 되는 게 억울할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영남 유권자들의 결집은 문재인 정부 내내 의도적으로 자행된 호남 편향 정책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성격이 강했다.  

나는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시각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 보고 싶다. 과거 고가 아파트는 ‘질투의 나의 힘’이라는 말에서 나타나듯이 나도 언젠가 저들처럼 잘 살 수 있다는 동기 부여를 해주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고가 아파트가 특정 계층의 전유물처럼 되어버린 지금은 박탈감과 좌절감을 만들어내는 분노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특히 30,40대 세대에게 고가 아파트는 평생을 벌어도 도저히 넘볼 수 없는 거대한 성채가 됐다. 물론 다른 지역도 아파트값은 크게 올랐다. 그러나 시기심과 분노의 관점은 늘 상대적이다. 그 상대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총선 표심에는 이런 계층 균열의 심각한 시그널들이 들어 있다고 여겨진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통합당은 지역구 득표율에서 각각 49.9%와 41.4%를 얻었다. 우파가 크게 뒤지지 않은 것은 국가체제와 존망의 위기를 직감하고 이를 막아보기 위해 투표장으로 향했던 우국(憂國) 시민들의 감동적인 발걸음 덕분이었다. 이 수치는 다음 선거에서 언제든 역전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달라졌다. 통합당이 ‘가진 자들의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대안 정당’으로서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이다. 세계 정치사에서 잘 나가던 정당이 퇴출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통합당은 절박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홍찬식 객원 칼럼니스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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